제목: ◆ 문근이의 엽기등반(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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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등산학교 작성일15-06-03 11:28 조회607회본문
어제(화) 문근이에게 연락이 온다.
교장선생님! 오전 10시까지 학교로 올라 가겠습니다.
당연히 등반교육이 없는 날에도 이곳에서 상근하고 있다는 것을 모든 이들은 알터이다.
오잉~ 오늘은 쌤이 글쓰는 작업이 있으니 목요일에 보자구나 하며 전화를 끊었다. 내내 마음이 아쉽고 미안하다.
문근아!
그럼~ 쌤은 오후 4~5시에 올라갈테니 너 혼자 고정자일로 놀고 있을래라고 하니 오전 10시에 교육장에 왔다 한다.
오후 6시가 넘어도 탈고가 되질 않는다. 권등암장에 올라가니 오후 7시가 넘은 시각...
여기서 부터 정문근의 엽기등반이 시작된다.
지난번 선등으로 너와나의길과 재탄생길을 설렵하더니 다음에는(오늘) 포틴빡과 18비 하단, 나도 따라 가고파의 루트를
오르고 싶다란다. 꽤 늦은 시간이나 우리 권등은 습관적으로 밤도 낮으로 알고 있는 낭만이 깃든 시인들 아니겠는가!
자~ 준비하자.
그런데 어라~ 이놈 암벽화 봐라~
야~ 신발이 왜 이래~ 지난번에 빵구가~ 야~ 이 씨... ^^(빵구도 이런 크기에 넓이는 난생 처음 본다. 그것도 양쪽이...)
그럼 알고도 준비없이 등반하겠다고 왔단말야~ 호되게 꾸짖고 하산을 결정한다.
선생님! 한번만... 안돼~ 선생님! 한번만... 안~돼~ 배낭 싸~ 배낭을 싼다.
나의 속마음은 측은하고 미안하다. 산골에서 화/목요일에 내려오는 신도시 청년인데...
준비해~ 다시는 이러한 준비는 용납할 수 없다라는 단서하에...
그리고 내막에는 그 신발가지고는 안된다는 교육적 철학도 주지 시킬 겸...
포틴빡(5.10c) 출발~
국내 모든 등반루트 중 가장 미끄러운 슬랩루트로서 발만 딛으면 전체가 뽀드득이다.
어라~
이놈 봐라~
한 번에 추락없이 올라가네.
이거는 정말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5.10c의 난이도를 저 신발로 오르는 것은 솔직히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이 엽기등반은 서막에 불과하다.
잠시 후...
18비(하단/5.10d) 출발~
3번의 추락 후 이곳도 오른다.
나의 40년 등반사에 보고 듣도 못한 신통방통한 등반이다.
나는 절대 이런 신발로는 오를 수 없는 루트를 그는 올랐다. 이게 가능한 일인가 지금도 의심스럽다.
정녕 놀라운 등반소유자가 권등에서 탄생하다. ^.~
너무 대견해 이놈에게 집에서 새 암벽화를 전해줬다.
나도따라 가고파(크랙/5.9급) 출발~
이 지점에서 수없이 떨어졌다.
그것도 힘차게 추락~ 그럴수록 험악해지는 그의 오기는 너무도 아름답기만하다.
등반 후, 그의 밑창을 보니 2/3 고무바닥이 사라졌고 발바닥 2/3가 보인다.
온 발바닥이 피로... 말이다.
이날 문근이의 엽기등반은 등반이 아니고 각본을 짜고 보는 영화의 장면으로 착각하고 싶은
엄청난 업적의 등반을 제자에게 배운 뜻깊은 하루였다.
댓글목록
정문근님의 댓글
정문근
감사합니다..
다 선생님의 가르침 덕분입니다
다음부터는 제대로된 암벽화로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장대호님의 댓글
장대호
대단한 물건(문근)이네..멋있는등반 잘보았구
다음에 멋진등반 같이하자^^
전명숙님의 댓글
전명숙
대단하시네요
저는 흉내 내기도 힘든 열정이 느껴집니다~^^
이민수님의 댓글
이민수
너무 부럽습니다.
올해는 너무 바쁘고 지방에서도 일을하는 관계로 찾아 뵙지 못하고 있습니다.
몸은 멀리있으나 마음은 학교에...
장대호님의 댓글
장대호
민수야! 반갑다.
함께 등반한지가 언제인지 가물가물하구나.
조만간에 함보자구나.
건강 조심하고... ^^
마병열님의 댓글
마병열진정한 교육자이십니다.
윤동주님의 댓글
윤동주정말 놀라운 일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