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이런 바위꾼이 되게하소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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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등산학교 작성일15-03-16 14:27 조회464회본문
이 글은 김기동(암벽반 87기) 동문이 옛게시판에 재미나게 쓴글이 생각나 옮겨본다. ^.~
추락의 공포에 떨지 않고 슬립~하고도
"아~ 쓰바..!" 입에서 쌍소리 나오지 않도록 하소서
후등자가 공포심에 떨어도 친절히 가르치고..
떨어지며 "엄마!"를 찾더라도 빌레이를 놓아버리지
않는 너그러움을 갖게 하소서
등반 중 추월하는 넘이 있어도 일단 참을 줄 알며
그 넘이 설치하고 간 프렌드를 살짝 뽑아
놓을 줄 아는 재치를 갖게 하소서.
"낙석! 낙비!"를 만나면 일단 벽에 납작하게
붙는 요령을 키우게 하시고
떨어진 장비가 있거든 신속히 하강하여
선점할 수 있는 순발력을 갖게 하소서
나를 시험하고자 하는 무리들이
"여기.. 계단이야, 버스손잡이도 있어"
하더라도.. 감언이설에 속지 않고
"여기 살벌나.. 뺀뺀이야"로
새겨 들을 수 있는 판단력을 갖게 하소서
야바위, 물바위를 겁내지 않는
뜨거운 열정을 주옵시고
발목 한 번 부러졌다고 등반을 포기하지 않는
백절불굴의 투지를 갖게 하소서
술잔은 역시 돌릴 때 기쁨이 두 배가 된다는
만고의 진리를 깨닫게 하옵시고,
돌아가는 술잔에 고춧가루 빠뜨려도
못본척하고 마실 수 있는 관대함을 갖게 하소서.
등반 후 정상주 한 병을 즐길 줄 아는
풍류를 알게 할 것이며
밤새 마시고 나서 떠오르는 아침 햇살을 맞는
기쁨을 깨닫게 하소서
물이 없어 소주를 부어 지은 밥이라도
일용할 양식이 있음에 감사할 줄 알게 하시고
남은 밥 고통분담 할 때도 뒤로 빠지지 않는
동료애를 갖도록 하소서
내가 아끼는 후라이팬을 포크로 긁는 넘이 있어도
일단 참을 줄 알게 하시고
잠자고 있는 우모침낭에 가스랜턴을 살짝 들이밀어..
그 넘을 오리로 만드는 지혜를 갖게 하소서
침낭속에 휘발유 뿌리고
라이터를 갖다 대며 깨워도 묵묵히 참고
"형님이 설마 진짜로 불 붙이랴.." 하고
끝내 버틸 줄 아는 인내심을 갖게 하소서.
권등 정기모임 날에는 회사일 제쳐 두고
나갈 줄 아는 결단력을 갖게 하옵시고
1차만 먹고 도망가는 넘이 있더라도
"그러려니.."하고 이해할 수 있는
여유를 갖게 해 주시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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