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평일/암벽반 99기 지혁제 동문이 옮긴 재미난(?)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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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등산학교 작성일14-12-09 23:10 조회734회본문
지지난주 (12월 7일) 일요/암벽반 118기 4차 교육인 인수봉 등반은 12월 추위에 비까지
동반한 악조건의 등반이었다고 동문 분들께 들었다.
나는 고 2때 권등에 입교하여 이번 수능을 위해 2년간 등반을 쉬고있다. 이번(2014년) 수능을 마치고,
요즘 교장선생님의 따끔하고 철저한 교육과 등반을 자처해서 재교육을 받고 있다.
2년전 나도 좋치않은 기후를 맞이하며 인수봉 등반을 했었고, 그때의 생각이 떠올라 예전...
권등 선배 기수분들의 권등 인수봉 전설의 등반기가 생각나 캡처해서 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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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4차 교육때 인수봉에 죽을 힘을 다해 올랐다.
교장 선생님이 정상에서 조용히 들려준 그 얘기...
여러분들도 쉽지 않은 여건속에 인수봉을 올랐지만 예전 기수는 영하 20도를 오르내리는
강추위 속에 눈과 얼음이 뒤덮인 인수봉을 인간사다리를 만들어 가며 올랐고 그래서 아침 7시에 출발한
등반이 자정 12시가 되어서 완료되었단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힘들어 죽을뻔했다고 엄살떠는 내가 부끄러웠겠지만 나는 솔직히 그 때 교장선생님의
그 얘기를 믿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오늘, 문득 우리 권등 동기가 대구에서 전화로 알려준 얘기를 듣고 냉큼 학교 옛게시판을 찾아 읽었다.
우리 선배기수의 인수봉 등반후기... 그 글을 읽고 눈물을 흘렸다는 내 동기처럼.
나 또한 가슴을 움켜잡고, 한동안 말을 잊었습니다.
<그날 인수봉에 권등 외에는 아무도 없었다.>
권등/암벽반 47기 5주차 인수봉 등반교육
* 등반개요(약 17시간 소요)
- 2005.12.11 일요일 맑음 영하 20여도
- 체감 온도 30여도
* 등반인원 : 23명
* 등반루트 인수A(1조), 인수B(2조)
등반시작시 날씨는 추웠지만 바람이 없어 수월할 것 같던 등반이
1~2피치 대슬랩에 붙은 눈과 얼음으로 빙반길이 따로 없다.
3~4피치에서는 바위에 붙어 있는 얼음으로 인해 자일을 잡고 올라
가는 것 조차 힘이 들었다.
나는 인수B팀이었는데 4피치는 어떻게 올라갔는지 기억조차 나질 않는다.
보온병물을 제외하고는 배낭속에 물기있는 음식은 다 얼어버렸다.
보온을 했음에도 발가락은 감각이 없다.
점심식사도 못하고 단지 과자, 초콜릿, 빵 몇조각으로 허기를 달랬다.
인수A/B팀이 합류하여 마지막고지인 참기름 바위 앞에 모였다.
참기름 바위가 상단 3미터 가량이 눈과 얼음에 덮혀있어 리딩이 되질 않는다.
다운이냐, 계속 시도냐 기로에서 다운하자는 소리가 들렸으나,
여기서 교장선생님의 경험이 나온다.
인간 사다리를 쌓아 첫 번째 실패후, 두 번째 성공하여 인수봉 등정에 환희를 맛본다.
인수봉정상 그 곳에 권등외는 없었다.
권등정신 및 우수한 권등 등반시스템의 승리였다.
사실 등반도중 과연 이렇게 혹독하게 시련에 들게하는 등반을 해야하나 하는
회의감이 들었고, 그동안 너무 편히 살아왔다는 생각도 들었고
오늘 등반으로 인한 고생으로 다른 일들이 쉬워질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장비의 중요성을 절감하였다.
쥬마, 션트, 바라클라바, 등등...
등반이 고되고 시간이 많이 걸린 것은
모두 교육생 때문에 기인된 것이고 우리 때문에 많은 분들이 고생하셨다.
학교장님, 강사님들, 선배님들 너무 고생하셨고 감사드립니다.
권등 파이팅!
파이팅 권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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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속의 인수봉>
교장 선생님!
이번 인수봉 등반 후, 더 아프시지는 않는지 심히 걱정입니다.
눈 덮인 인수봉을 올랐다는 이 경이로운 경험을 하였으니, 게시판에 그 감동을 적어야겠고, 또 이것을 친구들에게 자랑하고
싶어서 친구들에게 하는 말투로 써 봅니다.
한 주 전에 계획되었던 인수봉 등반이 엄청난 눈 때문에 취소되었고, 금년에는 틀렸구나 라고 생각했는데...
학교에서 연락이 왔다. 그 때까지만 해도 ‘이 겨울에 눈 덮이고, 얼음이 깔려있는데, 그저 한 두 피치만 오르는 흉내를 내다가
돌아오겠지... 하는 마음에 주변의 많은 만류에도 불구하고 새벽 7시에 도선사 주차장으로 합류 후, 대슬랩으로 올라갔다.
주차장에서의 온도가 영하 10도 이상이 훨씬 높았으니 이곳은 영하 20여도 이상일 것 같은데, 바람이 없어서 추위는 그런대로
견딜만 했고, 바위는 역시 곳곳에 눈과 얼음으로 덮여있었다.
등반가들이 가장 많이 모여서 항상 정체현상이 생긴다는 인수봉이건만 오늘은 우리팀 외에는 아무도 없다.
인수봉은 커녕 위문으로 오르는 등산객도 거의 없다. 인수대피소 뒤 야영장에서 눈 속에 비박을 하는 사람들이 몇명 있었지만,
그들도 끝내 인수봉 1피치를 못오르고 탈출을 한다.
인수봉의 남쪽은 눈이 다 녹았을 것이라고 하는데, 이곳은 동쪽이라서 일주일 전에 온 눈이 아직 다 녹지 않았다.
크랙을 타고 얼마쯤 오르고, 크랙이 끝나는 지점에서 슬랩으로 발을 딛고 올라야 하는데, 그 순간 계속 미끄러진다.
크랙에서는 그래도 1~2m에 하나씩 프랜드를 끼고 올라서 추락이 길지는 않았으나, 슬랩으로 올라서는 순간에는 3~4 미터는
추락을 한다. 계속되는 추락에 아래에서 보고 있는 우리들은 잔뜩 긴장을 한다.
보통 때는 5분이면 통과할 수 있는 슬랩을 30분 이상이나 고생하며 오르는 선등자의 모습에서 이미 오늘의 모험이 여간 만만하지 않으리라는 전조가 나타나고 있었...
인수A 루트는 그늘이 져서 얼음이 더 많단다.
첫 피치는 긴 크랙을 오르다가 중간에서 슬랩으로 올라야 한다. 인수 A루트에 동참하신 교장선생님이 “오늘 너무 추우
암벽화를 신지 말고 릿지화로 오르라”고 하신다.
이렇게 영하 20여도 이상일 때는 암벽화 창도 딱딱하게 굳어서 바위에 잘 붙지를 않는단다. 나중에 보니 B루트에서는 암벽화로
갈아 신었다는데, 발가락이 얼어 떨어질 것 같았단다. 동상이나 걸리지들 않았으면 좋겠다...
교장선생님은 2주 전 평일반 교육생이 교육 중, 슬랩에서 교육생의 실수로 45M 높이에서 떨어지는 추락자를 바닥에서
온 몸으로 받아내는 경이한 책임감으로 교육생을 안전하게 받아내신 후, 자신은 반동으로 화장실이 있는 20M 아래로
떨어지면서 갈빗뼈 4대나 부러져 입원해 있다가 병원에서 각서쓰고 외출해서 왔다는 권교장님이 고맙기 그지없다.
제대로 자신의 몸도 가누지를 못하면서 말이다.우리를 위한 대단한 희생이다.
이 곳에서 오르면 중간에 오아시스라는 장소가 나온단다. 농구장만하다는 소리를 듣고 올라가 보니, 그저 두 평 남짓한 곳인데
그나마도 눈이 쌓여 있어 미끄러질까봐 불안하다.
그러나 등반가들이 왜 이곳을 농구장만하다고 느끼는지를 그 다음 피치에서 이해하게 되었다.
예상보다 시간이 너무 걸린다고 한다. 시계를 보니 벌써 12시 30분 시장기가 든다.
새벽 4시3 0분에 라면 한 그릇 먹은 것 뿐이니. 버터 크래커 한 조각과 보온병의 더운 물로 추위를 달래보...
슬랩등반 시에는 바위의 오돌 도돌한 부분을 손가락 끝으로 잡아야하므로 장갑을 끼어서는 안되지만, 너무 추워서 그냥 장갑을
끼고 올랐다. 장갑 안쪽에는 미끄럼 방지고무가 붙어있지만, 경사가 심한 슬랩에서는 벗어야 한다.
두 세번 추락하니 가운데 손가락 부분에 구멍이 생기고, 그 곳의 손가락은 이미 마비가 되어서 감각이 없다.
첫 피치를 올라가니, 확보지점에 겨우 세 명이 매달릴 수 있다. 그것도 발가락 끝만 걸치고 뒷사람을 확보해 주어야 한다.
그렇게 20~30분을 매달려 있으려니, 발가락에 쥐가 난다. 이 곳에서 쥐가 나면 큰일인데...
그런데 다음 피치에서는 더욱 비좁다. 한발만 안쪽으로 걸치고 한 발은 그냥 경사진 바위에 붙이고 있어야 한다.
나는 이런 자세에서는 허리가 아파서 오래 못 있는데. 아까 그 오아시스가 농구장이 아니라 축구장처럼 느껴진다.
다음 피치는 트래버스. 경사 심한 바위를 옆으로 가야 한다. 아래로는 몇십미터 되는 낭떠러지다.
아무리 선등자가 위에서 걸어놓은 자일에 몸을 묶었다고는 하지만, 아래를 내려다 보면 X구멍이 오그라 붙는다.
트래버스 다음에는 직상 크랙을 두 손으로 잡고 올라야 한다. 장갑을 끼고는 그 조그만 틈에 손가락을 걸 수가 없다.
그래서 장갑을 벗었다. 손이 얼어서 아무 감각이 없다. 그러나 죽음의 공포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발버둥을 치며 가까스로 올랐다. 확보지점에서 이제 한숨을 쉬며 우선 장갑부터 찾아서 끼려는데, 아뿔싸! 그만 장갑 한 짝을 떨구고 말았으니...
그 때부터 내 왼 손은 그 찬 바람을 그냥 견뎌야 했는데. 이틀이 지난 지금도 왼손은 저리고 감각이 별로 없다.
동상이 걸린 것 같지는 않아 그나마 다행이다.
세번째 등반을 마치니 어둑어둑해진다. 시계를 보니 5시 30분. 강사님들에 격려가 들려온다 이 강사님이 속삭인다.
“제발 조금만 더 힘내시라고 지체할수록 힘들다고”
“으잉?”
정신이 번쩍 난다.
여기서 또 올라간단다. 그런데 이젠 기진맥진. 거기다 이 마지막 바위는 경사가 이제까지의 바위와는 상대도 안된다.
아무리 오르려해도 두 발짝도 못 떼겠다. 벙어리 크랙에 발을 넣고 비틀라는데 지난번 다친 왼쪽 발목은 재밍을 할 수가 없다.
재밍을 하지 못하면 슬랩을 밟고 올라서야 하는데, 맨질맨질한 바위에 살짝 얼음까지 있으니 발을 디딜 곳이 없다.
계속된 추락 그리고 또 추락... 선등자는 여기를 어떻게 올라갔단 말인가? 감탄이 절로 나온다. 위에서도 기다리다 지쳤는지
끌어 올려준다. 그러나 그것도 내가 발을 조금이라도 움직여서 올라서야 끌어올릴 수가 있다.
울둥살둥 간신히 올랐는데... 여기서 부터는 걸어가도 된단다. 후유~
그런데 앞서 갔던 선배님이 돌아왔다. 마지막 바위인 참기름 바위를 도저히 못 올라가겠단다. 원래 잘 미끄러지는 바위라
참기를 바위라 불렀다는데, 지금 눈이 덮여 있고, 그 밑에는 얼음이 있어서 못 간단다. B팀에서도 연락이 왔다.
그 팀도 악전고투는 마찬가지인가 보다.
“어찌해야 하나요? 교장 선생님~!”
“그 쪽(인수B) 리더가 스스로 판단해서 도저히 불가능하면 탈출(그 지점에서 하강)하라!”
“그리고 양 선생님은 하강하세요! 우리도 여기서 탈출 하강합니다.”
아니, 어떻게 해서 올라왔는데^^~. 그래도 어쩔 수 있나. 이젠 걱정이 앞선다. 여기서 탈출을 하면 어디로 가야 하나?
더 고생스러운 것은 아닌가? 재빠른 동작으로 하강을 했는데, 이게 왠 일!.
인수 B팀에서 연락이 다시 왔다. B팀이 참기름 바위를 올라갔단다. 그러면 자일만 깔면 되니 A팀도 다시 올라가란다.
“나는 이젠 못가!”
“그럼 양선생님은 여기서 혼자 계시겠어요?”
“으잉?”
“쥬마 없어요?”
‘네~’
나는 쥬마가 없다. 아무 소리도 못하고 눈치만 본다.
“아니, 다른 사람들은 졸업하면 우선 등강기부터 구입하던데...
(참고로 나는 평일/암벽반 47기임으로 교육을 이수하여 졸업은 했음. 인수봉 등반은 일요/암벽반 47기와 함께...)
‘글쎄, 그게 그렇게 중요한 건지 알았남~^^’ 결국 강사님의 쥬마를 빌렸다. 오른손으로 자일을 잡고 왼손으로 쥬마를 밀고.
그래도 힘들다. 그나마 쥬마가 있어 줄에 대롱 대롱 매달린다.
“아~ 내가 이런 짓을 왜 하나~”
머리 가득 후회 뿐이다.
그래도 이게 마지막이려니 하고 죽을 힘을 다해서 올랐는데...
세상에!
B팀이 참기름 바위를 올라간 것이 아니라, B팀도 탈출을 안할테니, A팀이 참기름 바위를 올라갔으면 줄을 내려달라는
얘기였단다.
참기름 바위 아래 모여서 모두 난감한 표정이다. 그리 높지 않은 바위건만 이 얼음판을 올라갈 재주가 없다.
여자 강사님이 도전을 해보겠단다. 그러나 몇 걸음 못가 주르르~ 선배님 중에 베테랑 한분이 도전해 봤지만 주르르~
드디어 교장 선생님이 앞으로 나선다.
갈비뼈가 부러진 사람이 어떻게 여기까지 올라왔는지 그것도 모든 등반을 진두지휘하면서 정말 경외로운 사람이다.
“이런 상황에서 해결하는 방법도 여러분들이 배워야 합니다.”
그래도 끝까지 교육자의 자세를 놓치지 않는다.
“인간 사다리를 만듭시다.”
신체 튼튼한 사람이 바위에 배 깔고 기댄 후, 그 위로 한 사람이 어깨를 밟고 엎드리고, 또~이렇게 대 여섯 명이 엎드려서
사다리를 만든 다음, 제일 가벼운 여자 강사님이 마지막에 올라갔다.
그러나 그 순간, 무게인지 중심인지를 견디지 못하고 맨 밑의 사람이 무너진다. 나는 발목이 부실하여 행여 다른 사람에게
폐를끼칠까 밑에서 추락자를 받을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이미 무너지고 있었다.
오~ 세상에, 뒤가 그리 넓지도 않은 좁은 공간에서 눈에 미끄러지면 저 아래로 굴러 떨어질텐데 무조건 떨어지는 사람의
다리를 붙잡고 바위에 엎드렸다. 다행히 모두 무사했다.
교장 선생님이 작전을 다시 짠다. 맨 밑의 사람이 힘에 부쳐 무너지니 두 사람이 받쳐 보라신다.
한 번 더 시도... 남아있는 사람들도 밑에 있는 사람들을 밀어 주고... 날씬한 강사님이 드디어 인간 경사를 넘어서 밋밋한
얼음 위로 올라섰다. 다시 떨어지면 안되는데~ 그런데 기적같이 그녀가 해낸 것이었다.
“완료!”
소리에 모두가 환호한다.
인수봉 정상을 드디어 올랐다. 그냥 인수봉 정상이 아니라, 눈과 얼음이 덮인 12월 11일 저녁 12시에...
서울의 야경이 너무 아름답다. 불야성을 이룬 가로등과 네온사인들, 그 사이를 명멸하는 불빛들이 끊임없이 꿈틀거리고
기어간다.
코 앞에서 검은 자태로 서 있는 백운대와 만경대가 전혀 새로운 모습이다. 아래에서 볼 때는 별로 눈에 띄지도 않던 염초봉의
스카이 라인도 여기에서는 아주 매혹적이다.
그런데 배가 너무 고프다. 보온병의 물은 떨어진지 오래고, 프라스틱 물병은 꽝꽝 얼어서 터질 것 같으니, 먹을 것이라고는
캬라멜 몇 조각이다. 기념사진을 찍고 하강 장소로 옮기는데, 바람이 너무 거세다.
숨은벽 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살을 에일 듯 하다.
“하강할때 아무리 손이 시려워도 제동손은 절대 놓으면 안됩니다.”
“몇번씩이나 다짐하는 강사님들의 목소리가 바람 소리에 섞여 멀리서 들려오는 것 같은데, 나는 장갑이 한짝 밖에 없다.
그리고 랜턴도 안 가져왔다.(왜 이런 개인적 실수를...)
‘그래도 달빛이 있고 오른손 장갑이 남아 있으니 다행이지... 혼자 자위를 하며 하강지점에 섰다.
“하강!”
용감하게 소리지르는 순간, 한상연 강사님의 목소리가 귀를 찌른다.
“잠깐만요!”
“하강기를 몸에 안끼웠잖아요!”
이렇게 추울때는 기억력이 몇십 % 떨어진다고 했던가? 그래도 그렇지. 하강기를 몸에 끼우지도 않고 확보줄을 풀려고 하다니...
으~으~ 떨린다.(역시 강사님이다.)
이렇게 60m를 하강하고 뒷 사람까지 기다리니 12시. 배는 고프고 김밥을 꺼내보니 얼음덩어리다.
달빛과 뒷사람의 랜턴 빛을 의지하여 내려오는 길이 왜 그리 멀고 가파른가. 도선사 주차장에 도착하니 새벽 3시
그래도 우이동에 내려오니 해장국 집이 문들을 열고 있어 추운 배를 채우고 집으로 돌아왔다.
하나 더 얘기하면, 식당에서부터 허벅지에 왼쪽, 오른쪽 번갈아 쥐가 나더니, 아파트 주차장에 도착하여 후진 기어를 넣는 순간
굳어버리더니 꼼짝을 못하겠더라. 새벽 5시경이니 아무도 주차장에 들어오지도 않고, 차를 내팽겨 치고 주차장 바닥에
뒹구르기를 10여분, 간신히 일어나 주차를 하고 올라왔다.
지금? 지금은 허벅지는 괜찮은데, 오른손 중지와 왼손 다섯 손가락 끝이 아직도 얼얼하고 저리다. 정말 기막힌 경험을 한 것 같다. 내 생애 다시 12월에 눈 덮인 인수봉을 오를 수 있을까? .
교장선생님을 비롯 함께한 모든 분들께 정말 고맙습니다. 잊지 못할 추억이었습니다. 영원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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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님에게....>
형님 비록 같은 조는 아니지만 무사히 등반하기를 얼마나 가슴졸이며 빌었는지 모릅니다..
괜한 고생을 시키는것같아서 말입니다...
간간히 등반하고 있는 인수A길을 바라보며 형님의 모습을 바라보았습니다...
체감온도 영하20도를 오를내리는 혹한과 눈과 얼음으로 덮여있는 악조건속에서도 그저 위만 보고 올라가는 형님과 동기생들의
안전이 무사하길 빌고 빌었죠...
물론 경험많은 교장선생님의 지시로 별 일이야 없겠지만....그래도 만에 하나....
그렇게 힘들게 올라던 인수봉 정상을 밟는 순간 어떻했는지요....
저 역시 형님을 보는 순간 코끝이 찡했답니다. 말은 없었지만 내심 얼마나 기쁘던지...
동반한 악조건의 등반이었다고 동문 분들께 들었다.
나는 고 2때 권등에 입교하여 이번 수능을 위해 2년간 등반을 쉬고있다. 이번(2014년) 수능을 마치고,
요즘 교장선생님의 따끔하고 철저한 교육과 등반을 자처해서 재교육을 받고 있다.
2년전 나도 좋치않은 기후를 맞이하며 인수봉 등반을 했었고, 그때의 생각이 떠올라 예전...
권등 선배 기수분들의 권등 인수봉 전설의 등반기가 생각나 캡처해서 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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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4차 교육때 인수봉에 죽을 힘을 다해 올랐다.
교장 선생님이 정상에서 조용히 들려준 그 얘기...
여러분들도 쉽지 않은 여건속에 인수봉을 올랐지만 예전 기수는 영하 20도를 오르내리는
강추위 속에 눈과 얼음이 뒤덮인 인수봉을 인간사다리를 만들어 가며 올랐고 그래서 아침 7시에 출발한
등반이 자정 12시가 되어서 완료되었단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힘들어 죽을뻔했다고 엄살떠는 내가 부끄러웠겠지만 나는 솔직히 그 때 교장선생님의
그 얘기를 믿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오늘, 문득 우리 권등 동기가 대구에서 전화로 알려준 얘기를 듣고 냉큼 학교 옛게시판을 찾아 읽었다.
우리 선배기수의 인수봉 등반후기... 그 글을 읽고 눈물을 흘렸다는 내 동기처럼.
나 또한 가슴을 움켜잡고, 한동안 말을 잊었습니다.
<그날 인수봉에 권등 외에는 아무도 없었다.>
권등/암벽반 47기 5주차 인수봉 등반교육
* 등반개요(약 17시간 소요)
- 2005.12.11 일요일 맑음 영하 20여도
- 체감 온도 30여도
* 등반인원 : 23명
* 등반루트 인수A(1조), 인수B(2조)
등반시작시 날씨는 추웠지만 바람이 없어 수월할 것 같던 등반이
1~2피치 대슬랩에 붙은 눈과 얼음으로 빙반길이 따로 없다.
3~4피치에서는 바위에 붙어 있는 얼음으로 인해 자일을 잡고 올라
가는 것 조차 힘이 들었다.
나는 인수B팀이었는데 4피치는 어떻게 올라갔는지 기억조차 나질 않는다.
보온병물을 제외하고는 배낭속에 물기있는 음식은 다 얼어버렸다.
보온을 했음에도 발가락은 감각이 없다.
점심식사도 못하고 단지 과자, 초콜릿, 빵 몇조각으로 허기를 달랬다.
인수A/B팀이 합류하여 마지막고지인 참기름 바위 앞에 모였다.
참기름 바위가 상단 3미터 가량이 눈과 얼음에 덮혀있어 리딩이 되질 않는다.
다운이냐, 계속 시도냐 기로에서 다운하자는 소리가 들렸으나,
여기서 교장선생님의 경험이 나온다.
인간 사다리를 쌓아 첫 번째 실패후, 두 번째 성공하여 인수봉 등정에 환희를 맛본다.
인수봉정상 그 곳에 권등외는 없었다.
권등정신 및 우수한 권등 등반시스템의 승리였다.
사실 등반도중 과연 이렇게 혹독하게 시련에 들게하는 등반을 해야하나 하는
회의감이 들었고, 그동안 너무 편히 살아왔다는 생각도 들었고
오늘 등반으로 인한 고생으로 다른 일들이 쉬워질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장비의 중요성을 절감하였다.
쥬마, 션트, 바라클라바, 등등...
등반이 고되고 시간이 많이 걸린 것은
모두 교육생 때문에 기인된 것이고 우리 때문에 많은 분들이 고생하셨다.
학교장님, 강사님들, 선배님들 너무 고생하셨고 감사드립니다.
권등 파이팅!
파이팅 권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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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속의 인수봉>
교장 선생님!
이번 인수봉 등반 후, 더 아프시지는 않는지 심히 걱정입니다.
눈 덮인 인수봉을 올랐다는 이 경이로운 경험을 하였으니, 게시판에 그 감동을 적어야겠고, 또 이것을 친구들에게 자랑하고
싶어서 친구들에게 하는 말투로 써 봅니다.
한 주 전에 계획되었던 인수봉 등반이 엄청난 눈 때문에 취소되었고, 금년에는 틀렸구나 라고 생각했는데...
학교에서 연락이 왔다. 그 때까지만 해도 ‘이 겨울에 눈 덮이고, 얼음이 깔려있는데, 그저 한 두 피치만 오르는 흉내를 내다가
돌아오겠지... 하는 마음에 주변의 많은 만류에도 불구하고 새벽 7시에 도선사 주차장으로 합류 후, 대슬랩으로 올라갔다.
주차장에서의 온도가 영하 10도 이상이 훨씬 높았으니 이곳은 영하 20여도 이상일 것 같은데, 바람이 없어서 추위는 그런대로
견딜만 했고, 바위는 역시 곳곳에 눈과 얼음으로 덮여있었다.
등반가들이 가장 많이 모여서 항상 정체현상이 생긴다는 인수봉이건만 오늘은 우리팀 외에는 아무도 없다.
인수봉은 커녕 위문으로 오르는 등산객도 거의 없다. 인수대피소 뒤 야영장에서 눈 속에 비박을 하는 사람들이 몇명 있었지만,
그들도 끝내 인수봉 1피치를 못오르고 탈출을 한다.
인수봉의 남쪽은 눈이 다 녹았을 것이라고 하는데, 이곳은 동쪽이라서 일주일 전에 온 눈이 아직 다 녹지 않았다.
크랙을 타고 얼마쯤 오르고, 크랙이 끝나는 지점에서 슬랩으로 발을 딛고 올라야 하는데, 그 순간 계속 미끄러진다.
크랙에서는 그래도 1~2m에 하나씩 프랜드를 끼고 올라서 추락이 길지는 않았으나, 슬랩으로 올라서는 순간에는 3~4 미터는
추락을 한다. 계속되는 추락에 아래에서 보고 있는 우리들은 잔뜩 긴장을 한다.
보통 때는 5분이면 통과할 수 있는 슬랩을 30분 이상이나 고생하며 오르는 선등자의 모습에서 이미 오늘의 모험이 여간 만만하지 않으리라는 전조가 나타나고 있었...
인수A 루트는 그늘이 져서 얼음이 더 많단다.
첫 피치는 긴 크랙을 오르다가 중간에서 슬랩으로 올라야 한다. 인수 A루트에 동참하신 교장선생님이 “오늘 너무 추우
암벽화를 신지 말고 릿지화로 오르라”고 하신다.
이렇게 영하 20여도 이상일 때는 암벽화 창도 딱딱하게 굳어서 바위에 잘 붙지를 않는단다. 나중에 보니 B루트에서는 암벽화로
갈아 신었다는데, 발가락이 얼어 떨어질 것 같았단다. 동상이나 걸리지들 않았으면 좋겠다...
교장선생님은 2주 전 평일반 교육생이 교육 중, 슬랩에서 교육생의 실수로 45M 높이에서 떨어지는 추락자를 바닥에서
온 몸으로 받아내는 경이한 책임감으로 교육생을 안전하게 받아내신 후, 자신은 반동으로 화장실이 있는 20M 아래로
떨어지면서 갈빗뼈 4대나 부러져 입원해 있다가 병원에서 각서쓰고 외출해서 왔다는 권교장님이 고맙기 그지없다.
제대로 자신의 몸도 가누지를 못하면서 말이다.우리를 위한 대단한 희생이다.
이 곳에서 오르면 중간에 오아시스라는 장소가 나온단다. 농구장만하다는 소리를 듣고 올라가 보니, 그저 두 평 남짓한 곳인데
그나마도 눈이 쌓여 있어 미끄러질까봐 불안하다.
그러나 등반가들이 왜 이곳을 농구장만하다고 느끼는지를 그 다음 피치에서 이해하게 되었다.
예상보다 시간이 너무 걸린다고 한다. 시계를 보니 벌써 12시 30분 시장기가 든다.
새벽 4시3 0분에 라면 한 그릇 먹은 것 뿐이니. 버터 크래커 한 조각과 보온병의 더운 물로 추위를 달래보...
슬랩등반 시에는 바위의 오돌 도돌한 부분을 손가락 끝으로 잡아야하므로 장갑을 끼어서는 안되지만, 너무 추워서 그냥 장갑을
끼고 올랐다. 장갑 안쪽에는 미끄럼 방지고무가 붙어있지만, 경사가 심한 슬랩에서는 벗어야 한다.
두 세번 추락하니 가운데 손가락 부분에 구멍이 생기고, 그 곳의 손가락은 이미 마비가 되어서 감각이 없다.
첫 피치를 올라가니, 확보지점에 겨우 세 명이 매달릴 수 있다. 그것도 발가락 끝만 걸치고 뒷사람을 확보해 주어야 한다.
그렇게 20~30분을 매달려 있으려니, 발가락에 쥐가 난다. 이 곳에서 쥐가 나면 큰일인데...
그런데 다음 피치에서는 더욱 비좁다. 한발만 안쪽으로 걸치고 한 발은 그냥 경사진 바위에 붙이고 있어야 한다.
나는 이런 자세에서는 허리가 아파서 오래 못 있는데. 아까 그 오아시스가 농구장이 아니라 축구장처럼 느껴진다.
다음 피치는 트래버스. 경사 심한 바위를 옆으로 가야 한다. 아래로는 몇십미터 되는 낭떠러지다.
아무리 선등자가 위에서 걸어놓은 자일에 몸을 묶었다고는 하지만, 아래를 내려다 보면 X구멍이 오그라 붙는다.
트래버스 다음에는 직상 크랙을 두 손으로 잡고 올라야 한다. 장갑을 끼고는 그 조그만 틈에 손가락을 걸 수가 없다.
그래서 장갑을 벗었다. 손이 얼어서 아무 감각이 없다. 그러나 죽음의 공포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발버둥을 치며 가까스로 올랐다. 확보지점에서 이제 한숨을 쉬며 우선 장갑부터 찾아서 끼려는데, 아뿔싸! 그만 장갑 한 짝을 떨구고 말았으니...
그 때부터 내 왼 손은 그 찬 바람을 그냥 견뎌야 했는데. 이틀이 지난 지금도 왼손은 저리고 감각이 별로 없다.
동상이 걸린 것 같지는 않아 그나마 다행이다.
세번째 등반을 마치니 어둑어둑해진다. 시계를 보니 5시 30분. 강사님들에 격려가 들려온다 이 강사님이 속삭인다.
“제발 조금만 더 힘내시라고 지체할수록 힘들다고”
“으잉?”
정신이 번쩍 난다.
여기서 또 올라간단다. 그런데 이젠 기진맥진. 거기다 이 마지막 바위는 경사가 이제까지의 바위와는 상대도 안된다.
아무리 오르려해도 두 발짝도 못 떼겠다. 벙어리 크랙에 발을 넣고 비틀라는데 지난번 다친 왼쪽 발목은 재밍을 할 수가 없다.
재밍을 하지 못하면 슬랩을 밟고 올라서야 하는데, 맨질맨질한 바위에 살짝 얼음까지 있으니 발을 디딜 곳이 없다.
계속된 추락 그리고 또 추락... 선등자는 여기를 어떻게 올라갔단 말인가? 감탄이 절로 나온다. 위에서도 기다리다 지쳤는지
끌어 올려준다. 그러나 그것도 내가 발을 조금이라도 움직여서 올라서야 끌어올릴 수가 있다.
울둥살둥 간신히 올랐는데... 여기서 부터는 걸어가도 된단다. 후유~
그런데 앞서 갔던 선배님이 돌아왔다. 마지막 바위인 참기름 바위를 도저히 못 올라가겠단다. 원래 잘 미끄러지는 바위라
참기를 바위라 불렀다는데, 지금 눈이 덮여 있고, 그 밑에는 얼음이 있어서 못 간단다. B팀에서도 연락이 왔다.
그 팀도 악전고투는 마찬가지인가 보다.
“어찌해야 하나요? 교장 선생님~!”
“그 쪽(인수B) 리더가 스스로 판단해서 도저히 불가능하면 탈출(그 지점에서 하강)하라!”
“그리고 양 선생님은 하강하세요! 우리도 여기서 탈출 하강합니다.”
아니, 어떻게 해서 올라왔는데^^~. 그래도 어쩔 수 있나. 이젠 걱정이 앞선다. 여기서 탈출을 하면 어디로 가야 하나?
더 고생스러운 것은 아닌가? 재빠른 동작으로 하강을 했는데, 이게 왠 일!.
인수 B팀에서 연락이 다시 왔다. B팀이 참기름 바위를 올라갔단다. 그러면 자일만 깔면 되니 A팀도 다시 올라가란다.
“나는 이젠 못가!”
“그럼 양선생님은 여기서 혼자 계시겠어요?”
“으잉?”
“쥬마 없어요?”
‘네~’
나는 쥬마가 없다. 아무 소리도 못하고 눈치만 본다.
“아니, 다른 사람들은 졸업하면 우선 등강기부터 구입하던데...
(참고로 나는 평일/암벽반 47기임으로 교육을 이수하여 졸업은 했음. 인수봉 등반은 일요/암벽반 47기와 함께...)
‘글쎄, 그게 그렇게 중요한 건지 알았남~^^’ 결국 강사님의 쥬마를 빌렸다. 오른손으로 자일을 잡고 왼손으로 쥬마를 밀고.
그래도 힘들다. 그나마 쥬마가 있어 줄에 대롱 대롱 매달린다.
“아~ 내가 이런 짓을 왜 하나~”
머리 가득 후회 뿐이다.
그래도 이게 마지막이려니 하고 죽을 힘을 다해서 올랐는데...
세상에!
B팀이 참기름 바위를 올라간 것이 아니라, B팀도 탈출을 안할테니, A팀이 참기름 바위를 올라갔으면 줄을 내려달라는
얘기였단다.
참기름 바위 아래 모여서 모두 난감한 표정이다. 그리 높지 않은 바위건만 이 얼음판을 올라갈 재주가 없다.
여자 강사님이 도전을 해보겠단다. 그러나 몇 걸음 못가 주르르~ 선배님 중에 베테랑 한분이 도전해 봤지만 주르르~
드디어 교장 선생님이 앞으로 나선다.
갈비뼈가 부러진 사람이 어떻게 여기까지 올라왔는지 그것도 모든 등반을 진두지휘하면서 정말 경외로운 사람이다.
“이런 상황에서 해결하는 방법도 여러분들이 배워야 합니다.”
그래도 끝까지 교육자의 자세를 놓치지 않는다.
“인간 사다리를 만듭시다.”
신체 튼튼한 사람이 바위에 배 깔고 기댄 후, 그 위로 한 사람이 어깨를 밟고 엎드리고, 또~이렇게 대 여섯 명이 엎드려서
사다리를 만든 다음, 제일 가벼운 여자 강사님이 마지막에 올라갔다.
그러나 그 순간, 무게인지 중심인지를 견디지 못하고 맨 밑의 사람이 무너진다. 나는 발목이 부실하여 행여 다른 사람에게
폐를끼칠까 밑에서 추락자를 받을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이미 무너지고 있었다.
오~ 세상에, 뒤가 그리 넓지도 않은 좁은 공간에서 눈에 미끄러지면 저 아래로 굴러 떨어질텐데 무조건 떨어지는 사람의
다리를 붙잡고 바위에 엎드렸다. 다행히 모두 무사했다.
교장 선생님이 작전을 다시 짠다. 맨 밑의 사람이 힘에 부쳐 무너지니 두 사람이 받쳐 보라신다.
한 번 더 시도... 남아있는 사람들도 밑에 있는 사람들을 밀어 주고... 날씬한 강사님이 드디어 인간 경사를 넘어서 밋밋한
얼음 위로 올라섰다. 다시 떨어지면 안되는데~ 그런데 기적같이 그녀가 해낸 것이었다.
“완료!”
소리에 모두가 환호한다.
인수봉 정상을 드디어 올랐다. 그냥 인수봉 정상이 아니라, 눈과 얼음이 덮인 12월 11일 저녁 12시에...
서울의 야경이 너무 아름답다. 불야성을 이룬 가로등과 네온사인들, 그 사이를 명멸하는 불빛들이 끊임없이 꿈틀거리고
기어간다.
코 앞에서 검은 자태로 서 있는 백운대와 만경대가 전혀 새로운 모습이다. 아래에서 볼 때는 별로 눈에 띄지도 않던 염초봉의
스카이 라인도 여기에서는 아주 매혹적이다.
그런데 배가 너무 고프다. 보온병의 물은 떨어진지 오래고, 프라스틱 물병은 꽝꽝 얼어서 터질 것 같으니, 먹을 것이라고는
캬라멜 몇 조각이다. 기념사진을 찍고 하강 장소로 옮기는데, 바람이 너무 거세다.
숨은벽 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살을 에일 듯 하다.
“하강할때 아무리 손이 시려워도 제동손은 절대 놓으면 안됩니다.”
“몇번씩이나 다짐하는 강사님들의 목소리가 바람 소리에 섞여 멀리서 들려오는 것 같은데, 나는 장갑이 한짝 밖에 없다.
그리고 랜턴도 안 가져왔다.(왜 이런 개인적 실수를...)
‘그래도 달빛이 있고 오른손 장갑이 남아 있으니 다행이지... 혼자 자위를 하며 하강지점에 섰다.
“하강!”
용감하게 소리지르는 순간, 한상연 강사님의 목소리가 귀를 찌른다.
“잠깐만요!”
“하강기를 몸에 안끼웠잖아요!”
이렇게 추울때는 기억력이 몇십 % 떨어진다고 했던가? 그래도 그렇지. 하강기를 몸에 끼우지도 않고 확보줄을 풀려고 하다니...
으~으~ 떨린다.(역시 강사님이다.)
이렇게 60m를 하강하고 뒷 사람까지 기다리니 12시. 배는 고프고 김밥을 꺼내보니 얼음덩어리다.
달빛과 뒷사람의 랜턴 빛을 의지하여 내려오는 길이 왜 그리 멀고 가파른가. 도선사 주차장에 도착하니 새벽 3시
그래도 우이동에 내려오니 해장국 집이 문들을 열고 있어 추운 배를 채우고 집으로 돌아왔다.
하나 더 얘기하면, 식당에서부터 허벅지에 왼쪽, 오른쪽 번갈아 쥐가 나더니, 아파트 주차장에 도착하여 후진 기어를 넣는 순간
굳어버리더니 꼼짝을 못하겠더라. 새벽 5시경이니 아무도 주차장에 들어오지도 않고, 차를 내팽겨 치고 주차장 바닥에
뒹구르기를 10여분, 간신히 일어나 주차를 하고 올라왔다.
지금? 지금은 허벅지는 괜찮은데, 오른손 중지와 왼손 다섯 손가락 끝이 아직도 얼얼하고 저리다. 정말 기막힌 경험을 한 것 같다. 내 생애 다시 12월에 눈 덮인 인수봉을 오를 수 있을까? .
교장선생님을 비롯 함께한 모든 분들께 정말 고맙습니다. 잊지 못할 추억이었습니다. 영원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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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님에게....>
형님 비록 같은 조는 아니지만 무사히 등반하기를 얼마나 가슴졸이며 빌었는지 모릅니다..
괜한 고생을 시키는것같아서 말입니다...
간간히 등반하고 있는 인수A길을 바라보며 형님의 모습을 바라보았습니다...
체감온도 영하20도를 오를내리는 혹한과 눈과 얼음으로 덮여있는 악조건속에서도 그저 위만 보고 올라가는 형님과 동기생들의
안전이 무사하길 빌고 빌었죠...
물론 경험많은 교장선생님의 지시로 별 일이야 없겠지만....그래도 만에 하나....
그렇게 힘들게 올라던 인수봉 정상을 밟는 순간 어떻했는지요....
저 역시 형님을 보는 순간 코끝이 찡했답니다. 말은 없었지만 내심 얼마나 기쁘던지...
댓글목록
이창용님의 댓글
이창용
문장 하나하나 단어 하나하나 읽다보니... 감동에 감동입니다.
권등 화이팅!~
윤동주님의 댓글
윤동주
눈물이 앞을 가리네요. 빙벽시즌에 암벽을 하시다니..
권등만이 해 낼 수 있는 기적같은 일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