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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여름은 최고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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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대섭 작성일13-08-28 07:43 조회3,700회 댓글5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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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눌: “이기, 이기 요즘 공일마다 어델 그래 밤늦게까지 싸돌아다니노? 산에 가는 건 맞나?”
나: “맞다 아이가, 니는 속아만 살았나? 내가 언제 거짓말하드노?”
마눌: “이 더운데, 도시락까지 싸서 산에 간단 말이가?”
나: “그래(그렇게) 못미더우면 같이 갈래?”
마눌: “아들(아이들)은 어야고? 이기 못갈거 알면서 이카는 거 보이 더 수상한데..”
나: “그럼 다 같이 가면 될 거 아이가?”
마눌: “뭐~?, 갈수록 태산이네...산에 가면 금덩어리가 있나? 돈이 있나? 아들이나(아이들이나) 보라카이 뭐한데 산엔 가노?, 나도 좀 놀자, 니만 노나?”
나: “노는 거 아이다, 가시나야, 자꾸 이카면...”
마눌: “이카면 뭐? 뭐? 어얄낀데”
나: “됐다 마, 밥이나 차리라”



일요일마나 슬그머니 집을 나선지 한달쯤, 4주차 교육 즈음에 있었던 일이었습니다. 사실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나름 고심 끝에 권등에 들어왔었거든요. 이 나이에 전문 산악인이 될 것도 아니고, 그저 좀 더 체계적으로 산을 알고 싶어서였을 뿐이었지요.



금년 8월은 유례없이 더웠습니다. 하지만 8월의 뜨거운 열기 속에서 저는 새롭게 태어났습니다. 등반지식, 산을 대하는 태도, 향후 산악인들이 추구해야될 과제 등등 많이 배웠고, 그것들을 통해 산뿐만 아니라 인생 전반에 대해 각성하는 계기도 되었습니다. 이제 입문한 주제에 인생 운운하고 있으니 너무 거창한 것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결정적으로 8월엔 등반을 나의 애인으로 삼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호기심에서 이제 사랑이 싹튼 단계이고, 조만간 프러포즈도 하고 결혼까지 할는지 모르겠습니다. 산도 나에게 조금은 속살을 보여준 것도 같고요. “사랑하면 알게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 때에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라는 어느 책의 한구절의 의미를 비로소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이런 의미 있는 8월을 선사받을 수 있었던 것은 단순히 등반기술을 습득했기 때문이 아니라 40년간의 희로애락이 담긴 교장선생님의 등반 여정과 그 속에서 결코 식지않는 열정, 세파에 찌들지 않는 순수함을 보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감사 드리며 그에 못지 않게 얼굴 한번 찌푸리지 않고 온몸으로 지도해주신 박지원, 신준환 강사님에게도 지면으로나마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 서로 다른 인생을 살아오면서 각자의 분야에서 우뚝하신 분들임에도 우연한 기회에 산에서 만나 속세의 나이나 지위도 모두 버리고 가장 낮은 곳에서 하나가 될 수 있었던 동기 여러분들 진정 고맙습니다. 즐거운 추억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는군요. 앞으로도 산친구로, 자일파트너로 오래오래 남았으면 좋겠습니다.



아쉬움과 함께 어느덧 졸업이라는 것을 했습니다. 여름도 가고 세월은 또 그렇게 흘러가겠지요. 아마 오랜 세월이 지나도 술잔을 기울이다 오늘을 떠올릴라치면 이렇게 말할 것 같습니다. “그해 여름은 최고였어!”라고.



다시 마눌님과의 대화로 돌아와 결국 그날 난 마눌님의 닦달에 모든 걸 실토했고, 하지만 등산학교에 가는 이유는 납득시키지 못했으며, 할 수 없이 꼬불쳐둔 비상금을 모두 털리고서야 밥을 얻어먹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런들 어떻습니까. 바위가, 태양이, 바람이, 숲이 어서 오라고 부르는 걸. 언젠가 이해할 날이 오겠지요. ㅎㅎ








댓글목록

김성근님의 댓글

김성근님의 댓글
작성일

권등에 입문하여 한대섭 선생님을 알게되어 영광입니다.
이제는 복습을 할 때인가 봅니다...가끔 권등암장에서 뵈겠습니다...꾸우뻑...!

김영태님의 댓글

김영태님의 댓글
작성일

순수함은 자연을 닮았기 때문인 거죠? 아무렴 저도 비~이슷 함니다.
그러나 환영받지 못한다고, 이해하지 못한다고 서운해 하지 마세요?
최소한 강자 하거나 불평하시진 않으니까요?

박지원님의 댓글

박지원님의 댓글
작성일

하하하, 마눌님과의 대화가 넘 재미있어요^^* 그런 숨은 비화가 있었군요ㅋㅋㅋ
권등암장은 마눌님과 쌍동이 딸내미들이 충분히 올라와서 하루종일 놀고도 남을 곳이니
비그치고 선선한 바람이 불면, 온가족이 맛난 도시락 싸가지고 나들이 오세요~
그럼 충분히 마눌님을 이해시키고도 남을 거예요..아마 도시락 싸가지고 내보내시지 않을까 싶네요ㅋㅋ

한대섭 선생님 졸업소감글을 보니 제가 졸업했을 때의 감격이 다시금 생각이 나네요.
저도 비슷한 표현을 썼던 것 같아요... 바위와, 권등과, 권등동문들과 사랑에 빠진 것 같다는...^^

늘상 차분하고 미소가득한 한대섭선생님, 졸업을 축하드립니다.
아울러 저의 바위와의, 권등과의 첫만남을 떠올리게 해주심을 감사드립니다.

윤무진님의 댓글

윤무진님의 댓글
작성일

마치 1984년에 저에게 있었든일과 똑같이 재현됬네요. 그당시 매주 매낭메고 산에갔다가 와이프랑 무지 싸웠는데... 지금은 안가면 난리 입니다요.그래서 지금도 매주 토요일이면 배낭지고 산에 올라가서 잠자고 옵니다. 고난을극복하시고 가늘고 길게 등반하시길 바람니다. 졸업축하 드림니다.

윤동주님의 댓글

윤동주님의 댓글
작성일

졸업 축하드립니다. 무더웠던 8월. 비도 많이 내렸던 8월...고생 많이 하셨고요, 그만큼 값진 경험을 하였으리라 생각됩니다. 늘 안전등반하시고,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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