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암벽반83기] 3차 교육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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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팔성[암83기] 작성일10-08-10 18:44 조회2,955회 댓글4건본문
2. 교육일 : 2010. 8. 7 ~ 8. 8
8일 또는 9일에 후기를 남기고 싶었는데...조금 늦었습니다. ^^
멍~...때리면서... 휴~....긴 한숨을 쉬어본다....
먹구름에 가려진 밤하늘은 별빛하나 없다. 저멀리 도시에서 뿜어져 나오는 불빛만이 칠흑
같은 밤의 어둠을 뚫고 나에게 다가온다. 지금 나는 바위 밑에서 모기들에게 식사를 제공
하고 있다. 가렵지도 따금거리지도 않는다. 단지 멍한 상태에 놓여있다. 적어도 소재경
선생님과 수다를 떨기 전 까지는....
야바위 교육에서 나는 힘차게 파이팅을 외치고 선배님을 따라 실전 등반할 교육장소로
이동했다. 한번의 주춤거림 없이 선등 하시는 선배님과 뒤이어 영수형님의 등반 자세를
보며,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1피치 직상크랙이다. 정확하진 않지만...
레이백 자세를 취하고 첫번째 퀵도르에서 자일을 빼고 중간팔자매듭 아래 자일을 퀵도르
에 넣었다. 그리고 두번째 퀵도르까지 레이백으로 차고 올라갔다. 첫번째와 마찮가지로
나는 퀵도르에서 상(위)자일을 빼고 하(아래)자일을 넣었다. 그리고 3번째 퀵도르를 향해
발을 크랙에 끼워넣은 후 힘차게 위로 올라서는 순간...나는 추락을 하였다....이후에도
10회이상 추락을 하고 있었다. 숨은 가빠오고... 이젠 힘도없다....갑자기 손등으로 땀이
주르룩 흐르더니 자일위로 떨어져 스며든다. 자세히보니 이건...땀이 아니라 피였다.
손가락을 쳐다보니 조그만 살점이 덜렁거리고 있었다. 순간...나는 다칠수 있다는 상황을
느끼고 알수없는 공포심으로 온몸이 굳어버렸다. 이때였다. 위에서 선배님이 퀵도르에서
자일을 빼라는 소리가 들려왔다. 처음에는 무슨 뜻인지 몰라 못들은척 했지만...계속되는
선배님의 요구에 나는 생각했다. 자꾸 추락하니까...자일을 퀵도르에서 빼고 등반하라는
건가?...일단은 선배님이 시키는데로 2번째 퀵도르에서 자일을 빼려는 순간.... 이게 웬일
인가...???...분명 내가 윗쪽 자일을 빼고 아래쪽 자일을 넣었는데....퀵도르에는 여전히
윗쪽 자일이 걸려있는게 아닌가...그럼...내가 위로 올라설 때 퀵도르가 나를 못가게 잡고
있는 상황이란 말인가....결국은 내가 윗쪽 자일을 빼고 다시 아래쪽이 아닌 윗쪽 자일을
퀵도르에 넣어놓은 상황이였다.
상황은 알았지만 나는 이미 알수없는 공포심에 온몸이 경직되어 있고...아무힘도 없었다.
빨리 그냥 내려가고 싶다는 생각뿐.....결국은 등반을 포기했다.
동틀므렵 최기송 강사님과의 리지산행은 참으로 좋았다. 신선한 공기...저 멀리 보이는
풍경들...하지만 나는 이상하게 느껴질 정도로 두려움과 공포심으로 바위에서 편히 걸을
수가 없었다...어제 공포심과 두려움이 아직 내 마음속에 자리잡고 있었다.
오후에 교육암장에서 나는 극도로 공포심에 사로잡혀 더이상의 교육을 받을 수 없다는
생각에 교장선생님께 양해를 구하고 짐을싸기 시작했다. 이런 마음으로는 다음주 교육인
인수봉 등반에 자신이 없다는 생각을 가지고 그냥...동기들의 연습을 쳐다만 보고 교육을
마무리 하였다.
집으로 가는 전철안에서 평상시 같으면 나는 지금 하루를 마감하며...이런저런 생각을
해야하는데...그냥...멍하니 짧은 치마입은 아가씨의 다리만 보고있다. 그냥 시선만...
집으로 돌아와 잠을 자면서도 계속 가위에 눌려....편한 잠을 잘 수가 없었다. 항상 그렇듯
아침이 오고, 씻고, 출근하고....일상으로 돌아왔다.
점심을 먹고 무심히 홈피에 올려진 동기들의 봉수대 정상에서의 사진을 보던중....나는
흥분하기 시작했다....내가 빠져있는 동기들의 사진은...정말...피가 꺼꾸로 흐르는 기분
이랄까...속상했다. 나의 대범함, 근성, 뒷심부족 등 많은 생각을 했다. 매일 생각만 하는
것도 문제이고...온통 문제 투성이다. 하지만...문제를 알았으니...앞으로 개선하고 실천
하면 되지않을까 쉽다. 권등 교육의 힘도 생각해본다. 등반기술만이 아니라 나태한 나의
정신상태나 도전 정신의 부활 그리고 활기차게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나를보며....
후기를 작성하며, 4차교육인 인수봉 정상에서는 "꼭" 동기들과 함께 사진을 촬영하고
말것이다!!! 다짐한다.
댓글목록
강주성님의 댓글
강주성님의 댓글팔성 형님, 힘내시구요... 표현만 하지 않았을 뿐 교육 후의 느낌은 저도 형님과 별반 다르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인수봉에 함께 가시겠다는 그 마음 가짐 자체가 소중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시작을 같이 했으니 끝까지 우리 83기 동기분들이 같이 가셔야지요... 뒷풀이 때 팔성 형님의 과거사 아주 아주 재미 있게 들었습니다...ㅎㅎㅎ... 지금 생각해도 입가에 미소가 생기네요... 힘든 교육 후에 모두를 환하게 웃게 해주신 형님은 참 좋은 은사를 가지신 것 같습니다... 팔성 형님, 화이팅!!!
권순욱(암83기)님의 댓글
권순욱(암83기)님의 댓글
늦은 후기를 올리고 보니 형님의 글이 올라와 있었네요`~~!!
형님 저도 같은 맘 입니다~~~~!!
저도 형님과 같은 실수를 몇번이고 했었습니다~~!!!
그리고 많이 고민했습니다~~~!!ㅎㅎㅎㅎㅎ
인수봉에는 꼭 같이 가세요~~!!!
아니 가야만 합니다~~!!
우리는 권등 83기 이니까요~~~!!!!
최기송님의 댓글
최기송님의 댓글팔성님! 넘 의기소침 하지 마시고 조금더 바위와 친해지십시요.바위와 대화를 해보세요 많이 도움 될겁니다.ㅋㅋ~~
김팔성님의 댓글
김팔성님의 댓글정상에 올라가는 것이 최선은 아니다...자신이 최선을 다했으면 된다고 말씀하신 교장선생님과 이제 시작인데 어쩌면 당연한거라 말씀해 주시는 최강사님 그리고 저에게 힘을 주시는 83기 동기님들 모두 감사드립니다. 결국은 포기하지말고 꾸준히 노력하며 조금씩 나아지는 것이 정답이라 생각하며...지금 마음에 최면을 걸고 있습니다. 잘 할 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