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교육(부제:미친 등반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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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대섭 작성일13-08-14 07:17 조회3,228회 댓글3건본문
8월 11일. 일요일. 3주차 교육.
오전엔 안산의 정상인 봉수대까지 오르는 실전등반을 했습니다. 예전에는 토요일 야간에 했다고 하는데, 세태가 변하여 그렇게 할 수 없게 되었다는 말씀에 좀 아쉽기는 합니다.
편히들 쉬고 있을 도회의 불빛을 바라보며 밤새 극한의 상황을 함께 돌파해간다면 그 또한 의미가 있을텐데 말이죠.
자일은 단지 하나의 줄이 아니고, 나와 연결된 사람들은 오다가다 만난 그냥 그런 사람들이 아니라는 것을(물론 낮의 교육에서도 느낄 수 있지만) 더욱 실감나게 해주는 기회이지 않았을까, 교육의 목적도 그런 것이 아니었을까 어렴풋이 생각해봅니다.
적도 생존을 위해 함께 밤을 지새우고 나면 친구가 되어 있듯이 말입니다. 단지 돈내고 함께 교육받는 아무개 아무개씨가 아니라 전지구보다 소중한 한생명을 얻어가는 것, 그것은 산과 등반이 우리에게게 준 가외의 선물이 아닐까요? 앞으로 많은 분들의 참여하에 다시 그런 치열한 교육을 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서두가 길었습니다.
연일 폭염이 이어지면서 그날도 한낮의 태양은 이글거렸고, 바위는 푸욱 데워져 온몸이 터질듯 부풀어올랐습니다. 더위를 먹었는지 순간순간 정신이 아뜩해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고통이나 두려움이 아니라 야릇한 희열이었던 것 같습니다. 마치 뽕맞은 것처럼(그렇다고 제가 뽕맞아 봤다는 건 아임. ㅎㅎ)
제 기억이 맞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대체로 1피치는 슬랩, 2피치는 침니, 3피치는 크랙, 4피치는 릿지로 이루어진 최상의 교육 등반코스였던 것 같습니다.
우리가 올랐던 코스 외에도 여기저기 수많은 루트가 개척된 것을 보고 감탄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오랜 세월 누구도 오르지 못한 미답의 영역이었겠지요.
금전적 보상이나 세속의 명예만을 바라고서는 이룰 수 없는, 볼트 하나하나에 교장선생님의 혼이 베어 있는 예술이었습니다. 전설이 되어 오래오래 남을 것이라 믿습니다.
실전등반을 해보니 밑에서 올려다보는 것과 실제 그곳에 들어가 보는 것은 많은 차이가 있더군요. 밑에서 볼 때는 별거 아닌 것도 같은데 막상 붙어보면 어려웠습니다.
미끄러지고 찢기고, 후달거리고, 한발 한발이 어려운 문제를 풀어가는 것처럼 힘겨웠습니다. 몸을 가볍게 하고(떨어질 때마다 아 이놈의 뱃살, 잘라내버리고 싶은 강한 충동이 들었음), 기량을 익혀서 집중하지 않으면 추락할 수 밖에 없겠더군요.
어찌어찌하여 4피치를 다 마치고 봉수대까지 올라왔습니다. 일반(?) 등산객들을 보니 갑자기 낯선 세계로 떨어진 것처럼 어리둥절했습니다.
등산객들 또한 바위에서 솟아오른 한떼의 무리를 보고는 놀란 듯 뜨악한 표정인지, 감탄의 표정인지를 짓고 있었구요.
‘아니 이 더위에 미쳤나, 뭐하는 짓들이여’ 아마도 그렇게 생각들 했겠지요. 저도 그랬으니까. ‘일단 한번 미쳐보세유’ 이제는 그렇게 말해주고 싶습니다.
오후에는 핸드스태밍 재밍, 오프 위드 재밍, 썸 다운, 썸 업, 볼트 밟고 오르기, 런너줄에 발넣고 올라가기, 팔자 걸음으로 바위에서 내려오기 등등(맞나?) 유익한 교육이 이어졌습니다. 오전의 실전등반을 떠올리면서 ‘아! 그 때 이런 기술들이 필요했었구나’라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습니다.
답답하기도 했으련만 부족한 우리들을 위해 인상한번 쓰지 않고 한걸음 한걸음 함께 해주신 교장선생님과 강사님들, 선배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107기 동기분들에게도.
p.s.) 내려오면서 매미떼의 급습이 있었고, 조용한 산골짜기에 두분 여성의 비명소리가 울려퍼졌으며(어라! 박강사님은 여자가 아니라 했는데 여자 맞는걸요, ㅋㅋㅋ) ...
그렇게 약간의 에피소드를 남기며 총총히 또 하루가 갔습니다. 즐겁고 정겨운 하루였습니다.
댓글목록
권기열님의 댓글
권기열님의 댓글
아~~ 야간 암벽등반...
권등의 전설 중 하나... 야간 암벽등반 교육이 그립습니다.
한선생님이 말씀하신 그대로를 왜... 대다수의 사람들이 외면하는지...^^
한선생님!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조만간 우리 야간등반 약속드리며, 아울러 권등암장의
수많은 루트들... 함께할 시간 만들터이니 시간들만 비워두시기 바랍니다.^^
언제든 저는 콜입니다.^^
추미옥님의 댓글
추미옥님의 댓글
감동의 긴긴하루를 보내신 글이군요~~권등에서 같은 교육을 마치고 ~
선배라는 이름으로 함께 했기에 공감한답니다.
삶을 살아가면서 극한의 견딤은 곳곳에서 용기를 드릴 것입니다.
남은 교육도 힘내서 잘 받으십시오 화이팅!
박지원님의 댓글
박지원님의 댓글
개인적으로 야간암벽등반이 권등교육의 백미라 생각하는데...
한선생님은 안해보시고도 그느낌을 그대로 아시네요^^
언제든지 야간등반 콜~이니 요청만 하세요ㅋ
글고 여자로 인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꾸벅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