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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얼음 오름짓의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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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천규 작성일03-12-29 01:07 조회2,95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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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깨끗하게 행복한 하루였다.
이 정도의 느낌이라면 순도 100%의 행복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겠나.

2.
사실 간밤엔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했다.
첫 얼음과의 대면에 대한 설레임 때문이었다.
새벽 3시쯤이었을까.
하여튼 내일은 첫인사인 만큼
절대 얼음과의 기싸움에서 지지 말자고 다짐하다가 곤한 잠으로 떨어졌다.

제법 긴 거리를 운전하여 도착한 권등 전용 3빙장에는
12월인데도 멋진 얼음이 형성되어 있다.
고드름과 버섯형 얼음이다.
어깨 넘어로 들은 상식으로도 난이도가 높다는 느낌이다.

교장선생님이 선등을 서신다.
암벽반에서는 볼 수 없는 광경.
두 바일 끝에서 생선 비늘처럼 청빙의 빛무더기가 흩어지고
정말 멋지다고 생각하는 순간,
굵은 고드름 줄기가 떨어지며 교장선생님을 덮친다.
옆에서 보기만 해도 선등인의 심리상태가
그대로 전율처럼 떨리며 전해 온다.
장난이 아니구나 생각할 즈음
매우 위험한 오버행 바위 구간을 넘어간
교장선생님이 \'완료\'를 외친다.

교장선생님이 톱로핑을 준비하고 내려오시더니
나에게 세컨으로 찍어보라 하신다.
아무것도 가르쳐주지 않으시고 일단 붙으라는 말씀.
마음 속으로 다시 주문처럼 중얼거린다.
좋다 절대 얼음과의 기싸움에서 지지 말자.
폭포 상단의 겨울 수목 새로 잿빛 구름이 지나간다.
차분히 바일 손걸이를 조정하고 일부러 호기있게 외친다
출발!

바일로 10번정도 타격하자 약간의 감이 온다.
어떤 소리가 얼음의 급소를 뚫고 들어가 정확하게 바일날이 자리잡는지
어떻게 매달리면 손의 펌핑을 줄일 수 있는지 자만할 즈음
약 1M 추락을 먹는다.
몸이 거꾸로 뒤집어지자 온몸에 겸연쩍은 웃음이 퍼진다.
그렇지, 그렇게 쉬운 것이라면 이렇게 밤잠 설쳐가며
얼음오름짓을 배울 일도 없었을 터.

모두가 1피치짜리 빙벽을 3-4번씩 찍으며 올랐다.
저녁이 되자 배낭의 버클을 채우는 데도 힘들 만큼
피로감이 온다.
암벽등반의 3배쯤 되는 피곤함이다.
이래서 겨우내 빙벽등반을 하면
이듬해 1년간 암벽등반할 수 있는 근력이 생긴다는 것인가.
일리 있는 이야기이다.  

3.
구미에서 빙벽을 배우기 위해 올라온 동기분과
일산에 사는 오랜 암벽반 동기분을 가까운 역까지 태워다 주고
집으로 돌아왔다.
샤워를 했다.
여전히 어깻죽지는 파김치처럼 처지고 두 팔은 납덩이처럼 무겁다.
그러나 무엇일까.
숨길 수 없는 환희와 전율로 온몸의 세포마다 살아 오르며
내 안의 나를 흔들고 간지럽히는 이 느낌은...

나는 이를 감히 \'순도 100%의 행복\'이라 정의하고 싶다.
결국은 이것이 처음 접한 얼음오름짓의 맛인 셈이다.
정말 찍어보기 전에는 알 수 없다는,
정말 그렇겠다고 공감하게 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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