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 첫 얼음오름짓의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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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남철희 작성일03-12-29 16:10 조회2,737회 댓글0건본문
첫 등빙을 축하합니다.
안봐도 비됴라고 글만 읽어도 눈에 선하고
마치 내가 오르는 느낌이네요...
그 무용담을 기회가 되면 다음에 직접 듣고 싶습니다.
겨우내내 열심히 무공을 쌓기 바랍니다.
새해 건강하고 복많이 받으소!!!
남철희 드림
>1.
>깨끗하게 행복한 하루였다.
>이 정도의 느낌이라면 순도 100%의 행복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겠나.
>
>2.
>사실 간밤엔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했다.
>첫 얼음과의 대면에 대한 설레임 때문이었다.
>새벽 3시쯤이었을까.
>하여튼 내일은 첫인사인 만큼
>절대 얼음과의 기싸움에서 지지 말자고 다짐하다가 곤한 잠으로 떨어졌다.
>
>제법 긴 거리를 운전하여 도착한 권등 전용 3빙장에는
>12월인데도 멋진 얼음이 형성되어 있다.
>고드름과 버섯형 얼음이다.
>어깨 넘어로 들은 상식으로도 난이도가 높다는 느낌이다.
>
>교장선생님이 선등을 서신다.
>암벽반에서는 볼 수 없는 광경.
>두 바일 끝에서 생선 비늘처럼 청빙의 빛무더기가 흩어지고
>정말 멋지다고 생각할 즈음
>굵은 고드름 줄기가 떨어지며 교장선생님을 덮친다.
>옆에서 보기만 해도 선등인의 심리상태가
>그대로 전율처럼 떨리며 전해 온다.
>장난이 아니구나 생각할 즈음
>매우 위험한 오버행 바위 구간을 넘어간
>교장선생님이 \'완료\'를 외친다.
>
>교장선생님이 톱로핑을 준비하고 내려오시더니
>나에게 세컨으로 찍어보라 하신다.
>아무것도 가르쳐주시 않으시고 일단 붙으라는 말씀.
>마음 속으로 다시 주문처럼 중얼거린다.
>좋다 절대 얼음과의 기싸움에서 지지 말자.
>폭포 상단의 겨울 수목 새로 잿빛 구름이 지나간다.
>차분히 바일 손걸이를 조정하고 일부러 호기있게 외친다
>출발!
>
>바일로 10번정도 타격하자 약간의 감이 온다.
>어떤 소리가 얼음의 급소를 뚫고 들어가 정확하게 바일날이 자리잡는지
>어떻게 매달리면 손의 펌핑을 줄일 수 있는지 자만할 즈음
>약 1M 추락을 먹는다.
>몸이 거꾸로 뒤집어지자 온몸에 겸연쩍은 웃음이 퍼진다.
>그렇지, 그렇게 쉬은 것이라면 이렇게 밤잠 설쳐가며
>얼음오름짓을 배울일도 없었을 터.
>
>모두가 1피치짜리 빙벽을 3-4번씩 찍으며 올랐다.
>저녁이 되자 배낭의 버클을 채우는 데도 힘들 만큼
>피로감이 온다.
>암벽등반의 3배쯤 되는 피곤함이다.
>이래서 겨우내 빙벽등반을 하면
>이듬해 1년간 암벽등반할 수 있는 근력이 생긴다는 것인가.
>일리 있는 이야기이다.
>
>3.
>구미에서 빙벽을 배우기 위해 올라온 동기분과
>일산에 사는 오랜 암벽반 동기분을 가까운 역까지 태워다 주고
>집으로 돌아왔다.
>샤워를 했다.
>여전히 어깻죽지는 파김치처럼 쳐지고 두 팔은 납덩이처럼 무겁다.
>그러나 무엇일까.
>숨길 수 없는 환희와 전율로 온몸의 세포마다 살아 오르며
>내 안의 나를 흔들고 간지럽히는 이 느낌은...
>
>나는 이를 감히 \'순도 100%의 행복\'이라 정의하고 싶다.
>결국은 이것이 처음 접한 얼음오름짓의 맛인 셈이다.
>정말 찍어보기 전에는 알 수 없다는,
>정말 그렇겠다고 공감하게 된.
안봐도 비됴라고 글만 읽어도 눈에 선하고
마치 내가 오르는 느낌이네요...
그 무용담을 기회가 되면 다음에 직접 듣고 싶습니다.
겨우내내 열심히 무공을 쌓기 바랍니다.
새해 건강하고 복많이 받으소!!!
남철희 드림
>1.
>깨끗하게 행복한 하루였다.
>이 정도의 느낌이라면 순도 100%의 행복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겠나.
>
>2.
>사실 간밤엔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했다.
>첫 얼음과의 대면에 대한 설레임 때문이었다.
>새벽 3시쯤이었을까.
>하여튼 내일은 첫인사인 만큼
>절대 얼음과의 기싸움에서 지지 말자고 다짐하다가 곤한 잠으로 떨어졌다.
>
>제법 긴 거리를 운전하여 도착한 권등 전용 3빙장에는
>12월인데도 멋진 얼음이 형성되어 있다.
>고드름과 버섯형 얼음이다.
>어깨 넘어로 들은 상식으로도 난이도가 높다는 느낌이다.
>
>교장선생님이 선등을 서신다.
>암벽반에서는 볼 수 없는 광경.
>두 바일 끝에서 생선 비늘처럼 청빙의 빛무더기가 흩어지고
>정말 멋지다고 생각할 즈음
>굵은 고드름 줄기가 떨어지며 교장선생님을 덮친다.
>옆에서 보기만 해도 선등인의 심리상태가
>그대로 전율처럼 떨리며 전해 온다.
>장난이 아니구나 생각할 즈음
>매우 위험한 오버행 바위 구간을 넘어간
>교장선생님이 \'완료\'를 외친다.
>
>교장선생님이 톱로핑을 준비하고 내려오시더니
>나에게 세컨으로 찍어보라 하신다.
>아무것도 가르쳐주시 않으시고 일단 붙으라는 말씀.
>마음 속으로 다시 주문처럼 중얼거린다.
>좋다 절대 얼음과의 기싸움에서 지지 말자.
>폭포 상단의 겨울 수목 새로 잿빛 구름이 지나간다.
>차분히 바일 손걸이를 조정하고 일부러 호기있게 외친다
>출발!
>
>바일로 10번정도 타격하자 약간의 감이 온다.
>어떤 소리가 얼음의 급소를 뚫고 들어가 정확하게 바일날이 자리잡는지
>어떻게 매달리면 손의 펌핑을 줄일 수 있는지 자만할 즈음
>약 1M 추락을 먹는다.
>몸이 거꾸로 뒤집어지자 온몸에 겸연쩍은 웃음이 퍼진다.
>그렇지, 그렇게 쉬은 것이라면 이렇게 밤잠 설쳐가며
>얼음오름짓을 배울일도 없었을 터.
>
>모두가 1피치짜리 빙벽을 3-4번씩 찍으며 올랐다.
>저녁이 되자 배낭의 버클을 채우는 데도 힘들 만큼
>피로감이 온다.
>암벽등반의 3배쯤 되는 피곤함이다.
>이래서 겨우내 빙벽등반을 하면
>이듬해 1년간 암벽등반할 수 있는 근력이 생긴다는 것인가.
>일리 있는 이야기이다.
>
>3.
>구미에서 빙벽을 배우기 위해 올라온 동기분과
>일산에 사는 오랜 암벽반 동기분을 가까운 역까지 태워다 주고
>집으로 돌아왔다.
>샤워를 했다.
>여전히 어깻죽지는 파김치처럼 쳐지고 두 팔은 납덩이처럼 무겁다.
>그러나 무엇일까.
>숨길 수 없는 환희와 전율로 온몸의 세포마다 살아 오르며
>내 안의 나를 흔들고 간지럽히는 이 느낌은...
>
>나는 이를 감히 \'순도 100%의 행복\'이라 정의하고 싶다.
>결국은 이것이 처음 접한 얼음오름짓의 맛인 셈이다.
>정말 찍어보기 전에는 알 수 없다는,
>정말 그렇겠다고 공감하게 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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