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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매번 이렇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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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허승열 작성일04-02-02 22:01 조회2,98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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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문을 올리는 김천규님의글 을 볼라치면

난 아무생각 없이 사는사람 이란 생각이 절로 남니다

산에가면 저능아가 되는지 배고프면 밥먹고

오르라 하면 오르고. 가자 하면 가고.

일주일중에 산에서는 가장 멍한 생각을 하고 있는자-  올림.






>써미트에 올라간 교장선생님께서 세컨으로 나를 지목하셨다.
>자일 한 동을 더 달고, 작은 배낭 속에 보온병 등 몇가지를 챙기고
>확보용 보조장비들을 하네스에 달고 출발하였다.
>중단부까지는 쉽게 통과, 그러나 두 번째 아이스스크류를 빼고 나서 직빙구간에 들어서자
>오리무중. 도무지 스탠스가 보이지 않는다.
>이런 곳에 스크류를 박으며 선등하려면 정말 엄청난 연습과 담력이 필요하겠구나 느끼며
>오르기 시작한지 얼마 안 되어, 갑자기 격심한 펌핑이 오기 시작하였다.
>비교적 펌핑이 많이 오지 않는 편이라 조금만 참으면 되겠지 하였으나
>그때부터 손가락들이 저혼자 떨어대고 나중에는 어깨까지 흔들려 왔다.
>내 거친 숨소리에 내가 놀라고 안경은 스스로 품어내는 열기에 흐려져서
>앞이 보이지 않는다.
>탈진 상태에서 바일을 놓치고 다시 도전했으나 추락.
>남은 힘을 긁어 모아 다시 도전 그러나 또 다시 추락, 추락.
>그리고
>정적 속에서 비웃듯 들려오던 까마귀 울음소리......
>
>오늘은 얼음에 완전히 KO패 당한 날이다.
>태어나서 처음 맛 본 어깨까지 올라오는 펌핑, 항복해야 할까 하고
>99%  갈등하던 순간들.
>그러면서도 1%의 희망으로 발버둥 치며 끝내 포기하지 않으려던 몸부림.
>
>귀가길에 전철역에서 내려 집까지 2Km쯤 되는 구간을 배낭을 맨 채 질주하였다.
>왜 이렇게 아직도 남아 있는 힘을 등반시에는 완전히 쏟아붇지 못 했던 것일까.
>흥건하게 온몸이 땀으로 젖도록 달려오면서 오늘의 등반을 상기하였다.
>소중한 등반시간을 혼자 차지한 것 같아 동료들에겐 미안하였지만,
>스스로는 참 많이도 느끼고 배운 고마운 하루였다.
>
>참패가 주는 교훈이라고나 할까. 다음과 같은 다짐을 했다.
>
>①귀찮아 하지 말자.
>날씨가 어중간하여 여러겹의 옷을 입은 것이 잘못이었다.
>몸이 땀으로 범벅되어 쉽게 피로에 노출되었다.
>써미트에서 빌레이를 볼 때 추울까봐 껴입었으나, 소형배낭에 넣고 올랐어야 했다.
>비단 옷뿐 아니라 모든 등반 장비를 운용하는데 있어 절대 귀찮아 하지 말아야겠다.
>
>②완전히 지치기 전에 휴식한 후 크럭스를 돌파하자.
>이미 알고 있었으나 실천하지 못 했다.
>상단부 약 5M 정도만 빡시게 올라가면 된다고 얕잡아 보고 그냥 밀어부쳤으나
>탈진하고 나자 쉽게 회복되지 않았다.
>탈진한 후엔 회복의 속도가 예상보다 매우매우 더디었다.
>
>③페룰에 확보줄을 걸 때는 너무 길게 늘이지 말자.
>확보줄을 길게 늘어뜨리니 바일과 몸이 빙벽에 밀착되어 안정감이 있었다.
>그러나 다시 손목걸이를 걸고 등반을 시작할 때는 결국 스스로 몸을 당겨 올려야 할 거리를 더 많이 생산하는 셈이다.
>힘이 빠진 상태에서 손목걸이를 걸기 위해 바일에 매달려 팔을 당기던 순간의 피로감이란 지금 생각해도 아뜩하다.
>
>④겸허한 마음으로 임하자.
>사실 짧지만 난이도가 매우 높은 곳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겸손하지 못 하여
>얕잡아 보았다가 심한 봉변을 당한 셈이다.
>돌이켜 보니 대개 자신감이 부족한 날보다 자신감이 넘치는 날 부상을 당했다.
>암벽등반시 발목 부상을 입던 날에도 집중력보다 자신감으로만 가득 차 있었다.
>
>⑤힘들수록 담대한 마음으로 대응하자.
>힘이 들자 빨리 돌파해야 한다는 조급한 마음에 발동작이 엉키고 중심이동이
>되지 않았다. 서두르기만 하였다.
>어려울수록 담대해져서 차분한 작전으로 극복하는 트레이닝을 하자.
>
>
>이제껏 탈진할 만큼 어려운 등반경험이 없었던 관계로 다른 사람이 크럭스에 봉착하여
>헤매고 있을 때의 그 어려움을 많이 공감하지 못 했다. 그러나 이제 그 심경을 생생히
>헤아릴  수 있겠다. 더불어 팀웍을 통해 기운을 주는 등반에 대하여 생각하게 되었다.
>
>오늘의 등반을 통해 스스로 최선을 다 했다고 평가하는 일로서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탈진하자 팀원들이 자일 한 동을 덜어 내라고 했으나 끝까지 차고 올라간 점,
>상단부에서 쉬운 루트로 우회하고 싶었으나 교장선생님이 선등한 루트로 정면돌파한 일
>그리고 오후까지 장갑을 낄 때도 펌핑이 왔으나 다시 도전하여 등반한 경험은
>스스로에게 많은 자신감을 갖게 해 주었다.
>지금은 보이지 않게 교육생으로서의 커다란 특권이 있다.
>할 수 있는 데까지 최선만 다하면 되는 묵시적인 특권......
>그러나 졸업과 동시 그 특권도 반납해야 하리라.
>
>써미트에서 내 뒤로 올라오던 박철 님의 확보를 보다 보니
>선등자 빌레이 또한 쉽지 않은 일이었다.
>빌레이를 봐 주며, 수차례의 추락에도 농담을 건네며 격려해 주시던 교장선생님께
>또 오히려 인내하며 격려해 주던 동기분들께
>이 곳을 통해 진심어린 감사의 말씀을 전하면서 2004년 2월 1일의 등반기를 마무리한다.
>
>*******************************************************************************
>모두가 퇴근한 사무실에 혼자 남아 어젯밤 못다쓴 글을 갈무리하여 올립니다.
>내일 새벽 출장을 떠납니다. 평일날 열씨미 일을 끝내야 이번 주말 또 환한 얼굴로 뵐 수 있겠지요^^
>으랏찻차~~~빙벽반 7기 화이팅!!!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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