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 참패가 주는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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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범왕 작성일04-02-03 10:24 조회2,609회 댓글0건본문
극한상황에서의 도전, 포기에대한 갈등, 이루고난후의 쾌감, 잘못된점의 자기반성,
다음을위한 준비와 정리, .........
어느하나 소홀함 없이 정리된 등반 지침서를 보는듯한 느낌입니다.
모쪼록 많은 경험 쌓으시고 (물론 등반경험만이 아닌...) 여유있는 예전의 모습으로
바위에서 전수하여 주시기 바라겠습니다.
>써미트에 올라간 교장선생님께서 세컨으로 나를 지목하셨다.
>자일 한 동을 더 달고, 작은 배낭 속에 보온병 등 몇가지를 챙기고
>확보용 보조장비들을 하네스에 달고 출발하였다.
>중단부까지는 쉽게 통과, 그러나 두 번째 아이스스크류를 빼고 나서 직빙구간에 들어서자
>오리무중. 도무지 스탠스가 보이지 않는다.
>이런 곳에 스크류를 박으며 선등하려면 정말 엄청난 연습과 담력이 필요하겠구나 느끼며
>오르기 시작한지 얼마 안 되어, 갑자기 격심한 펌핑이 오기 시작하였다.
>비교적 펌핑이 많이 오지 않는 편이라 조금만 참으면 되겠지 하였으나
>그때부터 손가락들이 저혼자 떨어대고 나중에는 어깨까지 흔들려 왔다.
>내 거친 숨소리에 내가 놀라고 안경은 스스로 품어내는 열기에 흐려져서
>앞이 보이지 않는다.
>탈진 상태에서 바일을 놓치고 다시 도전했으나 추락.
>남은 힘을 긁어 모아 다시 도전 그러나 또 다시 추락, 추락.
>그리고
>정적 속에서 비웃듯 들려오던 까마귀 울음소리......
>
>오늘은 얼음에 완전히 KO패 당한 날이다.
>태어나서 처음 맛 본 어깨까지 올라오는 펌핑, 항복해야 할까 하고
>99% 갈등하던 순간들.
>그러면서도 1%의 희망으로 발버둥 치며 끝내 포기하지 않으려던 몸부림.
>
>귀가길에 전철역에서 내려 집까지 2Km쯤 되는 구간을 배낭을 맨 채 질주하였다.
>왜 이렇게 아직도 남아 있는 힘을 등반시에는 완전히 쏟아붇지 못 했던 것일까.
>흥건하게 온몸이 땀으로 젖도록 달려오면서 오늘의 등반을 상기하였다.
>소중한 등반시간을 혼자 차지한 것 같아 동료들에겐 미안하였지만,
>스스로는 참 많이도 느끼고 배운 고마운 하루였다.
>
>참패가 주는 교훈이라고나 할까. 다음과 같은 다짐을 했다.
>
>①귀찮아 하지 말자.
>날씨가 어중간하여 여러겹의 옷을 입은 것이 잘못이었다.
>몸이 땀으로 범벅되어 쉽게 피로에 노출되었다.
>써미트에서 빌레이를 볼 때 추울까봐 껴입었으나, 소형배낭에 넣고 올랐어야 했다.
>비단 옷뿐 아니라 모든 등반 장비를 운용하는데 있어 절대 귀찮아 하지 말아야겠다.
>
>②완전히 지치기 전에 휴식한 후 크럭스를 돌파하자.
>이미 알고 있었으나 실천하지 못 했다.
>상단부 약 5M 정도만 빡시게 올라가면 된다고 얕잡아 보고 그냥 밀어부쳤으나
>탈진하고 나자 쉽게 회복되지 않았다.
>탈진한 후엔 회복의 속도가 예상보다 매우매우 더디었다.
>
>③페룰에 확보줄을 걸 때는 너무 길게 늘이지 말자.
>확보줄을 길게 늘어뜨리니 바일과 몸이 빙벽에 밀착되어 안정감이 있었다.
>그러나 다시 손목걸이를 걸고 등반을 시작할 때는 결국 스스로 몸을 당겨 올려야 할 거리를 더 많이 생산하는 셈이다.
>힘이 빠진 상태에서 손목걸이를 걸기 위해 바일에 매달려 팔을 당기던 순간의 피로감이란 지금 생각해도 아뜩하다.
>
>④겸허한 마음으로 임하자.
>사실 짧지만 난이도가 매우 높은 곳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겸손하지 못 하여
>얕잡아 보았다가 심한 봉변을 당한 셈이다.
>돌이켜 보니 대개 자신감이 부족한 날보다 자신감이 넘치는 날 부상을 당했다.
>암벽등반시 발목 부상을 입던 날에도 집중력보다 자신감으로만 가득 차 있었다.
>
>⑤힘들수록 담대한 마음으로 대응하자.
>힘이 들자 빨리 돌파해야 한다는 조급한 마음에 발동작이 엉키고 중심이동이
>되지 않았다. 서두르기만 하였다.
>어려울수록 담대해져서 차분한 작전으로 극복하는 트레이닝을 하자.
>
>
>이제껏 탈진할 만큼 어려운 등반경험이 없었던 관계로 다른 사람이 크럭스에 봉착하여
>헤매고 있을 때의 그 어려움을 많이 공감하지 못 했다. 그러나 이제 그 심경을 생생히
>헤아릴 수 있겠다. 더불어 팀웍을 통해 기운을 주는 등반에 대하여 생각하게 되었다.
>
>오늘의 등반을 통해 스스로 최선을 다 했다고 평가하는 일로서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탈진하자 팀원들이 자일 한 동을 덜어 내라고 했으나 끝까지 차고 올라간 점,
>상단부에서 쉬운 루트로 우회하고 싶었으나 교장선생님이 선등한 루트로 정면돌파한 일
>그리고 오후까지 장갑을 낄 때도 펌핑이 왔으나 다시 도전하여 등반한 경험은
>스스로에게 많은 자신감을 갖게 해 주었다.
>지금은 보이지 않게 교육생으로서의 커다란 특권이 있다.
>할 수 있는 데까지 최선만 다하면 되는 묵시적인 특권......
>그러나 졸업과 동시 그 특권도 반납해야 하리라.
>
>써미트에서 내 뒤로 올라오던 박철 님의 확보를 보다 보니
>선등자 빌레이 또한 쉽지 않은 일이었다.
>빌레이를 봐 주며, 수차례의 추락에도 농담을 건네며 격려해 주시던 교장선생님께
>또 오히려 인내하며 격려해 주던 동기분들께
>이 곳을 통해 진심어린 감사의 말씀을 전하면서 2004년 2월 1일의 등반기를 마무리한다.
>
>*******************************************************************************
>모두가 퇴근한 사무실에 혼자 남아 어젯밤 못다쓴 글을 갈무리하여 올립니다.
>내일 새벽 출장을 떠납니다. 평일날 열씨미 일을 끝내야 이번 주말 또 환한 얼굴로 뵐 수 있겠지요^^
>으랏찻차~~~빙벽반 7기 화이팅!!!
>
>
다음을위한 준비와 정리, .........
어느하나 소홀함 없이 정리된 등반 지침서를 보는듯한 느낌입니다.
모쪼록 많은 경험 쌓으시고 (물론 등반경험만이 아닌...) 여유있는 예전의 모습으로
바위에서 전수하여 주시기 바라겠습니다.
>써미트에 올라간 교장선생님께서 세컨으로 나를 지목하셨다.
>자일 한 동을 더 달고, 작은 배낭 속에 보온병 등 몇가지를 챙기고
>확보용 보조장비들을 하네스에 달고 출발하였다.
>중단부까지는 쉽게 통과, 그러나 두 번째 아이스스크류를 빼고 나서 직빙구간에 들어서자
>오리무중. 도무지 스탠스가 보이지 않는다.
>이런 곳에 스크류를 박으며 선등하려면 정말 엄청난 연습과 담력이 필요하겠구나 느끼며
>오르기 시작한지 얼마 안 되어, 갑자기 격심한 펌핑이 오기 시작하였다.
>비교적 펌핑이 많이 오지 않는 편이라 조금만 참으면 되겠지 하였으나
>그때부터 손가락들이 저혼자 떨어대고 나중에는 어깨까지 흔들려 왔다.
>내 거친 숨소리에 내가 놀라고 안경은 스스로 품어내는 열기에 흐려져서
>앞이 보이지 않는다.
>탈진 상태에서 바일을 놓치고 다시 도전했으나 추락.
>남은 힘을 긁어 모아 다시 도전 그러나 또 다시 추락, 추락.
>그리고
>정적 속에서 비웃듯 들려오던 까마귀 울음소리......
>
>오늘은 얼음에 완전히 KO패 당한 날이다.
>태어나서 처음 맛 본 어깨까지 올라오는 펌핑, 항복해야 할까 하고
>99% 갈등하던 순간들.
>그러면서도 1%의 희망으로 발버둥 치며 끝내 포기하지 않으려던 몸부림.
>
>귀가길에 전철역에서 내려 집까지 2Km쯤 되는 구간을 배낭을 맨 채 질주하였다.
>왜 이렇게 아직도 남아 있는 힘을 등반시에는 완전히 쏟아붇지 못 했던 것일까.
>흥건하게 온몸이 땀으로 젖도록 달려오면서 오늘의 등반을 상기하였다.
>소중한 등반시간을 혼자 차지한 것 같아 동료들에겐 미안하였지만,
>스스로는 참 많이도 느끼고 배운 고마운 하루였다.
>
>참패가 주는 교훈이라고나 할까. 다음과 같은 다짐을 했다.
>
>①귀찮아 하지 말자.
>날씨가 어중간하여 여러겹의 옷을 입은 것이 잘못이었다.
>몸이 땀으로 범벅되어 쉽게 피로에 노출되었다.
>써미트에서 빌레이를 볼 때 추울까봐 껴입었으나, 소형배낭에 넣고 올랐어야 했다.
>비단 옷뿐 아니라 모든 등반 장비를 운용하는데 있어 절대 귀찮아 하지 말아야겠다.
>
>②완전히 지치기 전에 휴식한 후 크럭스를 돌파하자.
>이미 알고 있었으나 실천하지 못 했다.
>상단부 약 5M 정도만 빡시게 올라가면 된다고 얕잡아 보고 그냥 밀어부쳤으나
>탈진하고 나자 쉽게 회복되지 않았다.
>탈진한 후엔 회복의 속도가 예상보다 매우매우 더디었다.
>
>③페룰에 확보줄을 걸 때는 너무 길게 늘이지 말자.
>확보줄을 길게 늘어뜨리니 바일과 몸이 빙벽에 밀착되어 안정감이 있었다.
>그러나 다시 손목걸이를 걸고 등반을 시작할 때는 결국 스스로 몸을 당겨 올려야 할 거리를 더 많이 생산하는 셈이다.
>힘이 빠진 상태에서 손목걸이를 걸기 위해 바일에 매달려 팔을 당기던 순간의 피로감이란 지금 생각해도 아뜩하다.
>
>④겸허한 마음으로 임하자.
>사실 짧지만 난이도가 매우 높은 곳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겸손하지 못 하여
>얕잡아 보았다가 심한 봉변을 당한 셈이다.
>돌이켜 보니 대개 자신감이 부족한 날보다 자신감이 넘치는 날 부상을 당했다.
>암벽등반시 발목 부상을 입던 날에도 집중력보다 자신감으로만 가득 차 있었다.
>
>⑤힘들수록 담대한 마음으로 대응하자.
>힘이 들자 빨리 돌파해야 한다는 조급한 마음에 발동작이 엉키고 중심이동이
>되지 않았다. 서두르기만 하였다.
>어려울수록 담대해져서 차분한 작전으로 극복하는 트레이닝을 하자.
>
>
>이제껏 탈진할 만큼 어려운 등반경험이 없었던 관계로 다른 사람이 크럭스에 봉착하여
>헤매고 있을 때의 그 어려움을 많이 공감하지 못 했다. 그러나 이제 그 심경을 생생히
>헤아릴 수 있겠다. 더불어 팀웍을 통해 기운을 주는 등반에 대하여 생각하게 되었다.
>
>오늘의 등반을 통해 스스로 최선을 다 했다고 평가하는 일로서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탈진하자 팀원들이 자일 한 동을 덜어 내라고 했으나 끝까지 차고 올라간 점,
>상단부에서 쉬운 루트로 우회하고 싶었으나 교장선생님이 선등한 루트로 정면돌파한 일
>그리고 오후까지 장갑을 낄 때도 펌핑이 왔으나 다시 도전하여 등반한 경험은
>스스로에게 많은 자신감을 갖게 해 주었다.
>지금은 보이지 않게 교육생으로서의 커다란 특권이 있다.
>할 수 있는 데까지 최선만 다하면 되는 묵시적인 특권......
>그러나 졸업과 동시 그 특권도 반납해야 하리라.
>
>써미트에서 내 뒤로 올라오던 박철 님의 확보를 보다 보니
>선등자 빌레이 또한 쉽지 않은 일이었다.
>빌레이를 봐 주며, 수차례의 추락에도 농담을 건네며 격려해 주시던 교장선생님께
>또 오히려 인내하며 격려해 주던 동기분들께
>이 곳을 통해 진심어린 감사의 말씀을 전하면서 2004년 2월 1일의 등반기를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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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퇴근한 사무실에 혼자 남아 어젯밤 못다쓴 글을 갈무리하여 올립니다.
>내일 새벽 출장을 떠납니다. 평일날 열씨미 일을 끝내야 이번 주말 또 환한 얼굴로 뵐 수 있겠지요^^
>으랏찻차~~~빙벽반 7기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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