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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벽등반 리딩자를 처음으로 끊고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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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천규 작성일04-02-17 14:06 조회3,43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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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2월 15일!
빙벽등반 완전초보 딱지를 떼는 신고식을 마친 날입니다.
그것도 설악(실폭)에서. 뛸 듯이 기뻤습니다.
권등/빙벽 7기 교육 7주차 교육째의 일입니다.

산그림자 속까지 아침 동이 훤히 트도록 야빙을 하고
2시간쯤 눈을 붙였습니다.
일어나자마자 교장선생님께서 임용우님과 함께
선등준비 하라고 하셨을 때도 저는 진심으로 듣지 않았습니다.
빙장에서 첫 번째 교육이 있던 날
\'빙벽등반은 암벽과 다르니 향후 3년간 다양한 빙질을 경험하기 전에는
가능한 한 선등하지 말라\'던 말이 오래도록 가슴에 남아 있었기 때문입니다.

지금도 눈앞에 선명하게 그려지는 아름답고 고마운 모습들이 있습니다.
하강을 완료 했을 때 동료들이 보내주던 따뜻한 눈빛의 축하와
은총같은 손짓의 건강 사인...
그리고 아주 오래전, 제가 소심하고 겁 많은 어린 딸에게
자전거 타는 법을 가르쳐 줄 때처럼, 빙폭 옆 왕바위에 올라
카메라를 들고 초조와 불안 속에서 지켜보시던 교장선생님...

상단부에 아이스 스크류 3개를 박으면서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이퀄라이징이 맘에 들지 않아 세 번 수정하였습니다.
이 자일을 타고 다른 동료들이 톱로핑으로 등반을 한다고 생각하니
왠지 자꾸 약해 보여서 2중 3중으로 서로 걸리도록 퀵도르를 수정하고
몇번이고 런너 줄 매듭을 흔들어 확인하였습니다.

참으로 신기한 일입니다.
2주전 겪었던 권등5빙장에서의 격심한 펌핑.
그래서 1주간 저는 극도로 술을 절제하고 운동을 열심히 했습니다.
지난 주에는 동기가 부상을 입었고 직빙구간에서 환자의 담가를  
이송해야 했습니다.
한 손으로 하강자를 잡고 다른 한 손으로 환자의 들것을 잡고
직빙구간을 내려오는 일은 지금 생각해도 입에서 단내가 나는
정말 힘든 경험이었습니다.
하지만 오늘 선등을 마치고 나니 이 과정들이 오늘의 의식을 무사히
치를 수 있도록 제게 힘을 길러주는 과정이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거꾸로 거슬러 오르며 회억하다 보니 우연같은 날들이
마치 필연처럼 짜여 있던... 어떤 루트를 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제가 빙벽반에 들어가려고 할 때
산악회의 친구들은 굳이 학교에서 배우지 않아도 된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등반기술 이전의 \'안전의 기초\'를 확실히 배우기 위해
또 교장선생님의 오랜 경험을 사기 위해 권등/빙벽반에 수강신청을 하였습니다.
등반기술도 배울 수 있었지만 더 크게 덤으로 배울 수 있었던 것은
교장선생님의 \'운영의 묘\'입니다.
그날의 빙질에 따라 각 팀원의 컨디션에 따라 유연하게 조정되는 등반순서와
프로그램은 제게 많은 감명을 주었습니다.
철저하게 안전에 기초하여 진행된다는 신뢰감을 주었습니다.

이런 면들을 생각한다면 비록 오늘 오름짓의 주체는 저였지만
결국은 팀 리더의 판단에 의해 \'올려진 것\'이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간밤에 자진하여 선등을 박력있게 해낸 조규택님 또한 제게 많은 힘을 주었고
임용우님의 과메기와 권등의 막강 프로그램 \'엽기(?) 369 게임\'의 생마늘 벌칙은
체력의 열세를 극복하기에 충분했습니다^^
제가 첫 번째 스크류를 박을 때까지 고요 속에서도 등뒤로 느낄 수 있었던
동료들의 숨죽인 응원은 지금도 제 몸에 남아있는 듯 합니다.

솔직히 말하건대 모두들 선등 서고 싶어했을 텐데 먼저 기회를 차지하게 되어
동료들에겐 미안한 마음도 많이...
하지만 이제 여러분을 향해 더 열심히 응원하고 있는
제 기운을 받아 주시기 바랍니다.
으랏찻차~~~ 화.이.팅!!!
(저는 지금 이 글을 올리고 나서 전남 광주로 출장을 떠납니다. 또 건강한 한 주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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