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밭은 눈 속에 묻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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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해심 작성일04-03-06 14:26 조회2,841회 댓글0건본문
2004년 3월 5일
오늘 어두운 새벽에 일찍 잠이 깨었다. 추웠기 때문이다. 보일러 스위치가 꺼져 있다. 어제 작은 형님이 와서 놀다 갔는데 이야기 하다가 무심코 안방에 있는 스위치를 내가 잘 못 건드린 모양이다. 어제 저녁 뉴스에 서울-경기 지역에 대설 주의보가 내리고 충청 지방에도 눈이 온다는 소식이 있었는데 얼마나 눈이 오는지 알고 싶어서 베란다 문을 열고 손을 밖으로 내어 보았다. 가루 눈이 아주 조금 손바닥에 닿는 느낌이 들 뿐이다.
어둠 속에서 시계도 확인하지 않고 다시 잠을 청하다. 다시 깨니 7:30. 밖을 보니 맹렬하게 함박눈이 쏟아진다. 서울에 내려야 할 눈이 한밭으로 몰려온 것인가? 베란다로 가서 밖을 보니 길에는 이미 두껍게 눈이 쌓여 있다. 길에 차들이 없다. 구름은 어두워 보이며 얼마든지 눈을 더 내릴 기세. 씻고 나서 아침 밥으로 무엇을 먹을까 생각하다가 포기. 알파미도 자주 먹으면 지겨운 법. 학교까지 거리는 약 3km. 걷는 것이 당연한데 어떤 옷 차림이 좋을 지 잠시 고민. 위-아래 고소 내의를 입고 그 위에 위-아래 파워스트레치, 그 위에 방한복, 발에는 등산 양말, 중등산화, 지난 번 권등 페스티벌에서 받은 귀덮개 있고 차양 달린 모자, 빙벽 등반 때 쓰던 고어텍스 장갑. 역시 빙벽 등반 때 쓰던 작은 배낭.
남들이 길에서 어기적 거릴 때 나는 달리기. 주책 없이 길에 나선 차들이 길 가든 가운데든 아무렇게나 버려져 있다. 심지어는 내리막에서 눈에 막힌 채 꼼짝 못 하는 차 속에서 밀어달라고 외치는 소리가 들리다. 길 가던 몇 사람들이 그 차를 향해 가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출근을 하다. 이 곳 충남대 직원들 상당수가 학교 가까이에 살고 있어서 걸어서 출근하는 사람들이 많다. 물리학과 교수 대부분이 6km 이내에 살고 있다.
눈이 조금도 그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하늘은 여전히 짙은 잿빛. 그 속에서 학생들은 신이 나서 눈뭉치를 던지며 장난을 친다. 곳곳에서 눈 무게를 이기지 못 한 나무 가지가 소리를 내며 부러진다. 구내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사무실로 돌아와서, 물리학자의 버릇을 못 누른 채, 긴 쇠막대를 들고 건물 옥상에 올라가서 눈 속에 쇠막대를 수직으로 찔러 넣고 눈의 높이에 해당하는 곳에 연필로 표시를 하고 사무실로 돌아와서 길이를 재다. 25cm. 여전히 눈발이 맹렬한데 얼마나 더 올까? 14:00 경에 다시 재어 보다. 37cm.
일요일에 권등 빙벽 등반을 하려면 토요일 14:00 쯤에는 서울 행 고속 버스를 타야 하는데, 고속도로 사정이 어떨까? 청주에 사는 과학기술원 교수에게 전화하니 고속도로는 어림 반푼 어치 가능성도 없으니 꿈 깨라는 대답. 고속도로가 이러하면 기차 타기도 하늘의 별 따기일 것은 뻔한 일. 박선배와 통화. 사정이 그러한데 애써 움직이지 말라는 대답을 듣다.
학교 홈페이지에 \'내일 토요일 임시 휴교\'라는 내용이 오르다.
인터네트로 디지탈 사진기를 주문하여 오늘 아침에 택배로 받을 예정이었는데 택배는 커녕 119 구급차도 움직이지 못 하는 상황. 마침 사무실에 필름 사진기가 있었던지라 등산복 차림으로 필름 사진기를 들고 교정을 돌아 다니며 몇 장 찍다. 강의 노트를 만들면서도 자꾸 바깥을 보게 되다. 17:00 쯤 되어서 눈이 멎다.
퇴근 길은 출근 길보다 위험하다. 넓은 인도에 정작 사람들이 다니는 부분은 오솔길처럼 좁게 눈이 다져진 길. 눈이 다져졌기 때문에 미끄럽다. 집에 가서 텔레비젼 뉴스를 들으니 49cm 눈이 왔다고 한다. 고속도로에 들어간 사람들은 지옥을 구경하는 중.
2004.3월 6일. 토.
아침 햇살이 밝다. 뉴스는 온통 눈 이야기. 역시 등산복 차림으로 출근.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닌 곳은 눈이 단단히 다져져서 더욱 미끄럽다. 3 번 미끄러지다. 이럴 줄 알았으면 아이젠을 신고 나오는 건데 ... 학교는 조용. 휴교인지라 난방이 멎었지만 옷을 두껍게 입었으니 상관 없다. 조용함을 즐기며 일을 하다. 오후에 들어서자 다시 눈발이 흩날린다.
아무렴 어제 내가 동료 교수에게 \'이런 정도라면 50cm를 넘을 것이오.\'라고 말했는데 하늘이 내 말을 정확하게 맞추려는 듯 ....
2004.03.06. 14:00 이해심
오늘 어두운 새벽에 일찍 잠이 깨었다. 추웠기 때문이다. 보일러 스위치가 꺼져 있다. 어제 작은 형님이 와서 놀다 갔는데 이야기 하다가 무심코 안방에 있는 스위치를 내가 잘 못 건드린 모양이다. 어제 저녁 뉴스에 서울-경기 지역에 대설 주의보가 내리고 충청 지방에도 눈이 온다는 소식이 있었는데 얼마나 눈이 오는지 알고 싶어서 베란다 문을 열고 손을 밖으로 내어 보았다. 가루 눈이 아주 조금 손바닥에 닿는 느낌이 들 뿐이다.
어둠 속에서 시계도 확인하지 않고 다시 잠을 청하다. 다시 깨니 7:30. 밖을 보니 맹렬하게 함박눈이 쏟아진다. 서울에 내려야 할 눈이 한밭으로 몰려온 것인가? 베란다로 가서 밖을 보니 길에는 이미 두껍게 눈이 쌓여 있다. 길에 차들이 없다. 구름은 어두워 보이며 얼마든지 눈을 더 내릴 기세. 씻고 나서 아침 밥으로 무엇을 먹을까 생각하다가 포기. 알파미도 자주 먹으면 지겨운 법. 학교까지 거리는 약 3km. 걷는 것이 당연한데 어떤 옷 차림이 좋을 지 잠시 고민. 위-아래 고소 내의를 입고 그 위에 위-아래 파워스트레치, 그 위에 방한복, 발에는 등산 양말, 중등산화, 지난 번 권등 페스티벌에서 받은 귀덮개 있고 차양 달린 모자, 빙벽 등반 때 쓰던 고어텍스 장갑. 역시 빙벽 등반 때 쓰던 작은 배낭.
남들이 길에서 어기적 거릴 때 나는 달리기. 주책 없이 길에 나선 차들이 길 가든 가운데든 아무렇게나 버려져 있다. 심지어는 내리막에서 눈에 막힌 채 꼼짝 못 하는 차 속에서 밀어달라고 외치는 소리가 들리다. 길 가던 몇 사람들이 그 차를 향해 가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출근을 하다. 이 곳 충남대 직원들 상당수가 학교 가까이에 살고 있어서 걸어서 출근하는 사람들이 많다. 물리학과 교수 대부분이 6km 이내에 살고 있다.
눈이 조금도 그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하늘은 여전히 짙은 잿빛. 그 속에서 학생들은 신이 나서 눈뭉치를 던지며 장난을 친다. 곳곳에서 눈 무게를 이기지 못 한 나무 가지가 소리를 내며 부러진다. 구내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사무실로 돌아와서, 물리학자의 버릇을 못 누른 채, 긴 쇠막대를 들고 건물 옥상에 올라가서 눈 속에 쇠막대를 수직으로 찔러 넣고 눈의 높이에 해당하는 곳에 연필로 표시를 하고 사무실로 돌아와서 길이를 재다. 25cm. 여전히 눈발이 맹렬한데 얼마나 더 올까? 14:00 경에 다시 재어 보다. 37cm.
일요일에 권등 빙벽 등반을 하려면 토요일 14:00 쯤에는 서울 행 고속 버스를 타야 하는데, 고속도로 사정이 어떨까? 청주에 사는 과학기술원 교수에게 전화하니 고속도로는 어림 반푼 어치 가능성도 없으니 꿈 깨라는 대답. 고속도로가 이러하면 기차 타기도 하늘의 별 따기일 것은 뻔한 일. 박선배와 통화. 사정이 그러한데 애써 움직이지 말라는 대답을 듣다.
학교 홈페이지에 \'내일 토요일 임시 휴교\'라는 내용이 오르다.
인터네트로 디지탈 사진기를 주문하여 오늘 아침에 택배로 받을 예정이었는데 택배는 커녕 119 구급차도 움직이지 못 하는 상황. 마침 사무실에 필름 사진기가 있었던지라 등산복 차림으로 필름 사진기를 들고 교정을 돌아 다니며 몇 장 찍다. 강의 노트를 만들면서도 자꾸 바깥을 보게 되다. 17:00 쯤 되어서 눈이 멎다.
퇴근 길은 출근 길보다 위험하다. 넓은 인도에 정작 사람들이 다니는 부분은 오솔길처럼 좁게 눈이 다져진 길. 눈이 다져졌기 때문에 미끄럽다. 집에 가서 텔레비젼 뉴스를 들으니 49cm 눈이 왔다고 한다. 고속도로에 들어간 사람들은 지옥을 구경하는 중.
2004.3월 6일. 토.
아침 햇살이 밝다. 뉴스는 온통 눈 이야기. 역시 등산복 차림으로 출근.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닌 곳은 눈이 단단히 다져져서 더욱 미끄럽다. 3 번 미끄러지다. 이럴 줄 알았으면 아이젠을 신고 나오는 건데 ... 학교는 조용. 휴교인지라 난방이 멎었지만 옷을 두껍게 입었으니 상관 없다. 조용함을 즐기며 일을 하다. 오후에 들어서자 다시 눈발이 흩날린다.
아무렴 어제 내가 동료 교수에게 \'이런 정도라면 50cm를 넘을 것이오.\'라고 말했는데 하늘이 내 말을 정확하게 맞추려는 듯 ....
2004.03.06. 14:00 이해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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