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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기 야간 암벽 등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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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삼수(33) 작성일04-05-24 10:36 조회2,94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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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 다시 생각해도 치가 떨립니다. 소름이 끼치도록 무서웠습니다.
새까만 사위에 나홀로 직각에 가까운 암벽에 한쪽 발, 한쪽 손하나 의지할
홀드나 스탠스도 찾지 못해, 강사님들이 그렇게도 강조하던 무릎을 펴지 못하고
바위에 찰떡처럼 달라붙어서 오들오들 떨었습니다. 평소 교육 때는 한 번도
외치지 않았던 \"텐션\"을 입에 달고 첫 루트를 올랐습니다. 무쟈게 쫄아서 한 스텝을
내딛기도 전에 확보자를 향해 교재에도 나오지 않는 \"텐션 준비!\"라고 외치고 발을
떼었으니 ... (바보 ^^;)
한상연 강사님의 완벽한 추락법 교육도 어제 저에게는 무용지물 이었습니다.
기냥 바우를 포옹하려고 했으니, 바우가 처음 본 나를 안아 주겠습니까?
온 몸에 생채기만 주고는 무자비하게 저를 버리더라구요.

저 자신이 참 한심했습니다.(솔직한 심정을 좀 쓰겠습니다,)
지금 이게 도대체 뭐 하는 짓인가? 이 밤중에 이 바위에서 피도장 찍어가며
공포에 떨면서 내가 이걸 해야 하나? 교장 선생님은 우리에게 왜 이런 어려운
시간을 교육 과정으로 넣어셨나? 정말 밉고 원망스러웠습니다.
좀 이기주의적인 생각이죠?
금새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을 해 보니, 학교에서는 이 야바위를 안 해도 그만이지않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굳이 선생님들도 힘들고 또 수많은 위험요소가 동반되는
이 교육을 할 필요가 없을텐데... 왜 하지????

어제 33기 우리 동기분들은 다 아시죠?

동기분들이 옆에 계셨기에 저는 어제 교육을 무사히, 지금은 아주 뿌듯합니다.
두번째 루트에서는 함께한 동기들이 있기에, 긁히고 피나는 그들의 손 발을 보며
나 자신을 다시 돌아보게 했습니다. 포기라는 단어를 머리에 떠올린 내가 얼마나
약한 존재였었나, 정말 난 세상을 너무 쉽게 살았구나. 어제 도망갔으면 전 아마
영원히 겁쟁이, 도망 인생을 죽 살아 가게 되었을 것입니다.
포기를 하지 않고 끝까지 루트를 마친 김삼수, 참 장하다. 전 자신에게 한마디를
이런식으로 - 좀 속보이지만- 해주고 싶습니다. 동기여러분들 정말 장하십니다.
내가 동기들에게서 힘을 얻었듯이 다른 동기도 어쩌면 나를 보고 일말의 화이팅을
속으로 외칠 수 있었다면 저도 나름대로 동기로서의 작은 역할은 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어제 야간 암벽 교육은 우리 33기의 동기애가 얼마나 진한가를 볼 수
있었던 시험대였던 것 같습니다.

누구보다도 아침 해를 가장 먼저 함께 맞은 우리 동기들, 고맙고 든든합니다.
교장 선생님 이하 여러 강사님들 선배님들 동문 선배님들 등등 너무너무
고맙습니다.

으~ 어제를 회상하며 글을 쓰려니 끝이 없습니다. 난 원래 길게 못 쓰는데...

더 중요한 것을 빠뜨렸습니다. 큰일 날 뻔 했네요. 가장 먼저 썼어야 했는데,
32기 선배님들, 어제 아침 너무 고마웠습니다. 고생 많으셨죠?
긴말은 안 하겠습니다. 우리 33기 아침 확보(?)하는데 우여곡절이 많았다죠?
정말 고맙습니다. 우리도 후배 기수에게 선배님들 같은 사랑을 베풀겠습니다.

두서 없는 글 끝까지 읽어 주신 분들 \"사랑해요, 알라뷰~\"
더 쓰고 싶어 미치겠는데 시간 관계상 이만...

PS : 어제 뒷풀이 마치고 제 릿지화랑 바꿔 신고 가신분, 전화 주세요.
       제 것이 더 헌 것입니다. 덮게 안 쪽에 \'KSS\'라고 쓰여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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