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아름다운 새벽이었습니다. > 커뮤니티_게시판

본문 바로가기

커뮤니티

게시판

홈블릿커뮤니티 블릿게시판

참 아름다운 새벽이었습니다.

페이지 정보

작성자 박경덕 작성일04-05-25 15:49 조회2,892회 댓글0건

본문


막 피어나려는 꽃이 화단에 피어 있습니다.
사느라 감성 무디어진 중년이라도
그걸 보는 순간 가슴이 울렁거릴 수 밖에 없습니다.

그 꽃이 거실에 있어보십시오.
그 향기와 생기에 집안 분위기가 달라집니다.

그런데 저는 꽃 한송이가 아니라 저 큰 북한산을,
집안 거실이 아니라 내 품안에 안고 살기로 했습니다.

고향이 서울입니다. 어려서부터 보아온 북한산.
늘 한 모습으로 그 자리에 서 있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산도 살아 숨쉬는 생명이란 걸
중년이 돼서야 겨우 알아차리게 된 겁니다.

사계절을 각기 다른 모습으로
매일 매일 활짝 피어나는 북한산을 뒤늦게 보았습니다.

한송이 꽃도 우리의 생명력에 활기를 주는데,
사계절을 매일 매일 활짝 피어나는 저 북한산의 품안에 안기면
우리는 얼마나 큰 생명의 활기를 받겠습니까?


지난해 이맘때쯤 스쿠버 다이빙대신
요즘은 북한산에 오른다고 하니까
등산경력 20년이 넘는 잘 아는 의사분이 이런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 산을 타는데는 두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그 하나는 등산이요. 다른 하나는 입산입니다. \'

전 그 말이 두고 두고 가슴에 남아 있습니다.
권등을 찾게 된 이유도 그 말 때문입니다.

산의 등거죽만 타고 넘는 것이 등산이라면,
산의 가슴 속으로 쑥 들어갔다 오는 것이 입산이라는데,
정말 산 품안에 깊게 들어가보고 싶었습니다.
그것이 권등에 들어 간 이유이기도 합니다.



지난 주 야바위를 통해 참 많을 걸 느꼈습니다.
미끌어 지는 것은 기본이고,
틈만나면 추락 해가며
밤새도록 바위 붙잡고 벌벌 떨다가 아침을 맞았습니다.

정말 아름다운 일출이었습니다.
내가 산의 품안에 이렇게 서 있구나 하는 기분이든 새벽이었습니다.
그 추억에 남을 아침을 맞기까지는
\'좋다! 나도 산에서 피어나리다\'라는 각오를 다지고
또 다졌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 각오를 놓치지 않게 해주신 교장선생님을 비롯한 강사님들
그리고 선배님들의 정성과 배려에 감사 드립니다.

저 북한산도 바다와 같을 겁니다.
물먹어가면서 죽어도 좋다고 발버둥치다 보면
어느 순간 물에 뜨듯이,
미끌어지고 추락해가며 헤매다보면
어느 순간 두발로 힘있게 서는 순간이 오리라 믿습니다.

끝으로 동기분들 정말 대단하십니다.
계절로 치면 저 처럼 가을 초입에 들어선 분들 정말 화이팅입니다.
인생 가을이 어떻습니까? 북한산 가을 보셨습니까?
단풍 물든 북한산, 가을을 활짝 피우는 북한산은
그 어느 계절의 북한산 보다 아름답습니다.
넋까지 빼앗긴 처녀들이 부지기 숩니다.

나이도 잊고, 체력도 잊고,
활짝 피고야 말겠다고  덤벼든 그 무모함에 박수를 보냅니다.

그리고 나이든 동기들을 어떻게 하면 챙길까
노심초사하는 손아래 권등 33기 동기생 여러분께도 박수를 보냅니다.
그대들 때문에 얼마나 자극받고 얼마나 힘을 얻는지... 정말 고맙습니다.

시산제가 있는 내일 생방송을 하는 탓에 8시까지 가지는 못할 것같습니다.
방송 끝나는 대로 찾아 뵙겠습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커뮤니티_게시판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열람중 참 아름다운 새벽이었습니다. 박경덕 2004-05-25 2892
3111 예티 등반대장님께 장경서(33) 2004-05-25 2332
3110 참석 못하신 27기 알로 후배님들께,,,,,, 돌양지/한동안 2004-05-25 3467
3109 동기여러분 감사합니다 장경서(33기) 2004-05-25 2431
3108 고맙습니다 유순옥 2004-05-25 2714
3107 권등/암벽반 3주차 등반교육사진 업데이트 등산학교 2004-05-25 3150
3106 답변글 [re] 서희원님 글을 보려고 어제부터... 김삼수 2004-05-25 3617
3105 서희원 인사 올립니다,, 서희원[33] 2004-05-24 3377
3104 27기 전 평근(중광)이가 삭발한 이유,,,, 돌양지/한동안 2004-05-24 3940
3103 답변글 [re] 아직도 내몸을 맘대로 못움직여요. 성길제 2004-05-24 2153
3102 답변글 [re] 인간아.... 정진용 2004-05-24 2660
3101 한 상연 강사님께 김 수련 2004-05-24 3707
3100 야바위 소회 이학묵(33) 2004-05-24 2484
3099 답변글 [re] 수고 많으셨습니다. 김 수련 2004-05-24 2618
3098 답변글 [re] 저도요. (냉무) 김삼수 2004-05-24 2904
3097 아직도 내몸을 맘대로 못움직여요. 이영재(33기) 2004-05-24 3268
3096 답변글 [re] 행님 비법말고 진짜 비법을 갈케줘요~ 김삼수 2004-05-24 3236
3095 답변글 비법을 알려주마 - 진짜 비밀 임 정진용 2004-05-24 3884
3094 어제 릿지화 바꿔 신고 가신 분!!!!!!!! 김삼수 2004-05-24 2610
3093 답변글 [re] 크~ 나도 이렇게 시적으로 쓰고 싶었는데... 김삼수 2004-05-24 2627
게시물 검색
상단으로 가기
서울시 종로구 종로36길 12  Tel. 02-2277-1776  HP. 010-2727-1776  Copyrightⓒ 2000~2015 권기열등산학교 All Right Reserved. Design by G2inet
랭크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