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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아름다운 새벽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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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경덕 작성일04-05-25 15:49 조회2,65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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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피어나려는 꽃이 화단에 피어 있습니다.
사느라 감성 무디어진 중년이라도
그걸 보는 순간 가슴이 울렁거릴 수 밖에 없습니다.

그 꽃이 거실에 있어보십시오.
그 향기와 생기에 집안 분위기가 달라집니다.

그런데 저는 꽃 한송이가 아니라 저 큰 북한산을,
집안 거실이 아니라 내 품안에 안고 살기로 했습니다.

고향이 서울입니다. 어려서부터 보아온 북한산.
늘 한 모습으로 그 자리에 서 있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산도 살아 숨쉬는 생명이란 걸
중년이 돼서야 겨우 알아차리게 된 겁니다.

사계절을 각기 다른 모습으로
매일 매일 활짝 피어나는 북한산을 뒤늦게 보았습니다.

한송이 꽃도 우리의 생명력에 활기를 주는데,
사계절을 매일 매일 활짝 피어나는 저 북한산의 품안에 안기면
우리는 얼마나 큰 생명의 활기를 받겠습니까?


지난해 이맘때쯤 스쿠버 다이빙대신
요즘은 북한산에 오른다고 하니까
등산경력 20년이 넘는 잘 아는 의사분이 이런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 산을 타는데는 두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그 하나는 등산이요. 다른 하나는 입산입니다. \'

전 그 말이 두고 두고 가슴에 남아 있습니다.
권등을 찾게 된 이유도 그 말 때문입니다.

산의 등거죽만 타고 넘는 것이 등산이라면,
산의 가슴 속으로 쑥 들어갔다 오는 것이 입산이라는데,
정말 산 품안에 깊게 들어가보고 싶었습니다.
그것이 권등에 들어 간 이유이기도 합니다.



지난 주 야바위를 통해 참 많을 걸 느꼈습니다.
미끌어 지는 것은 기본이고,
틈만나면 추락 해가며
밤새도록 바위 붙잡고 벌벌 떨다가 아침을 맞았습니다.

정말 아름다운 일출이었습니다.
내가 산의 품안에 이렇게 서 있구나 하는 기분이든 새벽이었습니다.
그 추억에 남을 아침을 맞기까지는
\'좋다! 나도 산에서 피어나리다\'라는 각오를 다지고
또 다졌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 각오를 놓치지 않게 해주신 교장선생님을 비롯한 강사님들
그리고 선배님들의 정성과 배려에 감사 드립니다.

저 북한산도 바다와 같을 겁니다.
물먹어가면서 죽어도 좋다고 발버둥치다 보면
어느 순간 물에 뜨듯이,
미끌어지고 추락해가며 헤매다보면
어느 순간 두발로 힘있게 서는 순간이 오리라 믿습니다.

끝으로 동기분들 정말 대단하십니다.
계절로 치면 저 처럼 가을 초입에 들어선 분들 정말 화이팅입니다.
인생 가을이 어떻습니까? 북한산 가을 보셨습니까?
단풍 물든 북한산, 가을을 활짝 피우는 북한산은
그 어느 계절의 북한산 보다 아름답습니다.
넋까지 빼앗긴 처녀들이 부지기 숩니다.

나이도 잊고, 체력도 잊고,
활짝 피고야 말겠다고  덤벼든 그 무모함에 박수를 보냅니다.

그리고 나이든 동기들을 어떻게 하면 챙길까
노심초사하는 손아래 권등 33기 동기생 여러분께도 박수를 보냅니다.
그대들 때문에 얼마나 자극받고 얼마나 힘을 얻는지... 정말 고맙습니다.

시산제가 있는 내일 생방송을 하는 탓에 8시까지 가지는 못할 것같습니다.
방송 끝나는 대로 찾아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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