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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경덕 작성일04-06-08 20:03 조회2,87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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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방 50미터 암릉...

잘 살펴봐라. 옆에 길이 있을 것이다.

(후배들: 그냥 암릉 넘어가지요?)

너그들이 시방 항명허냐? 막히면 돌아가랬당께.
시방 바우가 앞을 딱 막고 있는 형국이니
돌아갈 길 어서 찾으랑께....

이것이 권등에 들어오기 전까지 제 모습이었습니다.
물론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후배들아. 바우가 있으면 무조건 돌아간다.\'

하지만 이젠 혼자 가면 분명 그렇지 않을 겁니다.
몰론 확보도 없이 건방떨며 바우에 오르진 않겠지만,
이 바우 저 바우를 넘나들며
인적 없는 어느 바우 위에서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길겁니다.

물을 처음 배울 때도 그랬습니다.
물에게 나를 던질 때 비로소 물이 나를 감싸 올려주었고,
제주도 문섬 포인트의 30미터 검푸른 바닷 속의 두려움 또한
그렇게 이겨낼 수 있었습니다.

산도 마찬가지 였습니다.
선등시험 코스 중 대슬랩을 오를 때 이런 마음이 들었습니다.
\'내가 당신을 이렇게 사랑하는데...
한발 한발 그대 가슴으로 향해가는데...
이런 나를 당신은 거절하시렵니까...\'

얼굴에 여드름나던 시절, 짝사랑하던 독서실 옆집
여고생에게 처음 말붙일 때처럼
무작정 구애를 했습니다.

그러자 대슬랩이, 아니 안산 암장이,
아니 북한산이, 아니 이 대지가
나를 선 듯 끌어안아 주었습니다.
그 여고생한테는 채였었는데...

세상 제대로 살아가는 방법은
정말 사랑 하나밖에 없나봅니다.
사랑없이 하는 행위는 모두가 헛된 것 같습니다.

앞으로는 산을 탄다는 말을 하지 않으렵니다.
산에 안기러 간다고 하겠습니다.
바우를 탄다는 말을 하지 않으렵니다.
바우에 안기러 간다고 하겠습니다.

산을 향한 마음을 새롭게 해준 권등 5주간의 교육이
오래토록 가슴에 남을 겁니다.
친구였다면 분명 꼴통이라고 불렀을 교장선생님...
선임 유강사 선생님외 여러 강사 선생님들..
예티를 비롯한 권등 선배님들.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33기 우리 동문, 동지들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좋은 인연으로 만나, 좋은 인연을 만들었습니다.
이 인연이 저 산, 저 바우처럼
오래 이어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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