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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고운 내 사랑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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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정 란(32기) 작성일04-06-13 21:46 조회2,77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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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아기가 태어났습니다.
점쟁이는 그 아이가 14살이 되면 공주와 결혼할 거라고 예언했습니다.
마을을 지나던 왕은 그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랐습니다.
왕은 금덩어리를 주면서 그 아기를 데려가  강 물 속에 빠뜨렸습니다.
그러나 아이가 없던 방앗간집 부부는 그 아이를  물속에서 건져다 길렀지요.
그러던 어느날, 왕이 방앗간 집 곁을 지나다
그 아이가 바로 자기가 버렸던 아이란 걸 알았습니다.
그래서 왕은 그 아이에게 심부름을 보냅니다.
왕비에게 자기가 쓴 편지를 갖다 주도록 하지요.
아이는 길을 떠났어요. 가다가 도둑들의 소굴에서 하룻밤을 지냅니다.
아이는 잠이 들었고, 도둑들은 아이 손에 쥐어진 편지를 읽었습니다.
\"왕비, 이 편지를 갖고 가는 이 소년을 즉시 죽이시오\"
비록 남의 물건을 훔치는 도둑들이지만,
소년이 너무 불쌍해서 그 편지를 다른 편지와 바꿔치기 하지요.
\"왕비, 이 편지를 갖고 가는 이 소년을 즉시 공주와 결혼시키시오\"
소년은 궁에 도착했고, 아름다운 공주와 결혼을 했습니다.
그러나 나중에 궁에 도착한 왕은 이 소식을 듣고 깜짝 놀라, 소년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네가 악마가 사는 곳에 가서 악마의 황금머리카락 세 개를 뽑아오면 공주와 결혼한 것을
인정하겠다\"
소년은 길을 떠나 온갖 우여곡절을 겪게 되지요.
드디어 악마에게서 황금머리카락 세 개를 뽑아갖고 돌아와
공주와 행복하게 살았다는 이야기지요.
*********************************************************

이번 토요일 졸업 선등 시험!

시험을 치루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문득 이 <황금머리카락>이란 옛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저의 이 암벽 교실 여정이
온갖 난관을 헤치고 황금머리카락 세 올을 뽑아들고 온
소년과 같은 심정이었기 때문이지요.


악마의 소굴에서 온갖 지혜로 황금머리카락을 얻은 소년은 이미 다른 사람이 되었습니다.
황금머리카락을 얻으러 떠나기 전의 그가 아닙니다.
그는 이미 다른 사람이 되었습니다.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것처럼, 변화에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물리적인 변화와 화학적인 변화!


특히 화학적인 변화란, 우리 삶의 그 어떤 깨달음, 통찰력...그런 것이겠죠.
선등시험을 치루면서  제게 찾아온 것은 바로 이 화학적인 변화입니다.
선생님의 도움이 아니면 도저히 오르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던 그 길들을
혼자의 힘으로 딛고 일어선 뒤의 느낌.
나의 등반력이 향상되었다는 물리적인 변화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그 이상의 어떤 강렬한 깨달음이 찾아와 내 내부가 온통 큰 변화를 겪고 있다는 뜻이죠.


내가 바위에게 깊은 믿음과 신뢰를 주었을 때야
그 또한 나를 받아들여준다는 것.
결국 바위가 문제가 아니라(바위가 험하고 미끄러워 올라가기 힘들었다가 보다는)
내가 문제였다는 것.
<그대 고운 내 사랑>운운하면서 말로는 달콤한 사랑을 고백했지만,
실은 저 깊은 뼛 속, 핏줄 속에서는 전적인 신뢰와 사랑이 부족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이번 선등시험을 치루면서야  온전히 알게된 사실이지요.


제게 있어 선등시험은 <도전과 모험을 통한 치유여행>입니다.
한 번도 디뎌보지 못했던 땅을,
한 번도 올라가 볼 생각을 못했던 곳을,
머리로가 아닌,
생각으로가 아닌,
내 몸으로 길을 내면서 올라서자
비로소 제 안에 있는 자신없음, 소심함, 두려움...이 모든 것들이 치유되었습니다.


그러기에 안산암장에서 황금머리카락 세 올을 뽑아들고 내려온 저는
이제 예전의 제가 아닙니다.
등산학교 입학하기 전의 제가 아니고,
그 날 아침 집을 나설 때의 저도 아닙니다.
도전과 모험을 통해 얻어진
내적인 힘, 내면의 힘이 제 안에 출렁거리는
또 다른 힘을 가진 저입니다.


그 힘은 앞으로 산을 오르든, 그 어떤 일을 하든
제게 버팀목의 역할을 할 게 분명합니다.


이제 다른 학생들보다 몇 배나 긴-석 달동안의 등산학교 여정을 끝내고
졸업을 할 때가 되었습니다.
그 동안 우연찮게 <그대 고운 내 사랑>(이정열씨가 부른 노래이름입니다)이란 제목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고, 쓰다보니 이렇게 여러 편을 쓰게 되었지요.
이제 글을 마무리할 때가 되었네요.


<그대 고운 내 사랑>의 으뜸 주인공인 바위님,
그리고  푸르른 빛깔로 회색빛 바위님을 더욱 빛내주시는 신록님,
아름다운 꽃님,하늘의 구름님, 바람님, 비님...
또 등산학교를 통해 새로운 세계로 입경하도록 도와주신
교장선생님과 여러 강사님들,
선배님들 그리고 32기 동기님들께도 깊은 감사를 보냅니다.
그리고 <그대 고운 내 사랑>인 당신-
바로 부족함이 많은 제 글을 끝까지 읽어주신 당신입니다.
그러한 당신께도 제 사랑과 감사를 드립니다.


소년이  황금머리카락 세 올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용기도 용기려니와
이렇게 삶에 예기치 않게 만난 귀인들 덕분입니다.
소년이 소중한 이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진정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었듯이
저도 마찬가지였음을 고백합니다.


이제  안전벨트와 헬멧을 벗고 잠시 쉬렵니다.
암벽등반도 아니고, 워킹도 아니고, 릿지도 아닌,
그냥, 아무 생각없이 훌쩍 여행을 떠나렵니다.


다녀와서 기회가  되면
숲과 빙하와 만년설로 가득한 <그대 고운 내 사랑-로키산맥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그럼, 다시 만나뵐 때까지 행복하시길 바라면서

          -권기열 등산학교 32기 평일반  곽정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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