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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에서 보낸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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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경덕 작성일04-06-15 16:04 조회2,65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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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우를 끌어안고 보낸
2004년 5월과 6월사이 6일간은  
내 삶에 오래토록 기억될 것입니다.

세상의 제일 법칙은
먼저 내놔야 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세상은 우리에게 이 법칙에 동의를 구했고,
우리는 동의했기에
세상에 나올 수 있었습니다.

세상 태어나는 아가의 것은
엄마에게 받은 한 줌의 배냇 숨이 전부입니다.
겁나고 두렵더라도
그 한줌 숨을 세상에 토해 놓으면
세상은 토한 만큼의 숨을 주고
그 아가를 받아들입니다.
하지만 아가가 두려움에 끝내
그 숨을 내놓지 않으면
세상도 그 아가를 거부하고야 마는 것입니다.

전혀 모르고 달려들었던 바우도
마찬가지 였습니다.
6주차 마지막 교육이었던 추석길
중심이동법의 순서를 기다리며,
아나사지 뉴턴에 수없이 고문당해
퍼렇게 멍든 엄지발가락을 꼼지락거리며,
이런 생각이들었습니다.

과연 저 5.11a라는 추석길을 내가 해낼 수 있을까?
권등에 입교하기 전 리지도 안해보고 들어왔는데,
선등시험에서 다섯 개 길을 합격했지만,
내가 선등한 길들과는 차원이 다른 길이었습니다.

기반장님은 두시간이나 사투를 벌였고,
총무님은 바우에 피범벅(?)을 해야했던
악명 높은 길입니다.

성공 일보 직전까지 갔던 신우철 아우는
창갈이한 암벽화 탓에 중도에서 내려와야만 했고,
그리고 눈앞에서는 33기 YB 선등 대표 전재남 아우가
수 없이 추락을 먹는 걸 보고 있자니,
한숨이 절로 나왔습니다.

페이스에 첫발을 딛자마자 추락,
다시 딛지만 또 추락, 정신없이 추락. 추락...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첫발이 아니라
두 번째 발을 잘못 딪었다고 교장선생님께
엄청나게 깨지고 있었습니다.

끝까지 봐라!
(절대 끝까지 안보입니다.)
정확히 딛어라!
(어느게 정확히 딛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바우라곤 권등에 와서
처음 밟아본 경력의 소유자니 당연하지요.)
거기가 아니고 여기라니까...
글쎄 그게 아니라 여기라니까....

온 정성을 다해 빌레이 해주던 서희원 아우의
파이팅 소리가 들렸습니다.
다시 출발점으로 돌아가 바우를 올려봤습니다.
그리고 선등하던 때 바우에 대한 느낌을 떠 올렸습니다.
슬랩이나 페이스나 똑같은 바우고,
다가서는 마음 또한 다를게 없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왜 나는 추락에 대한 두려움을 내려놓지 않는가?
왜 나는 조급하게 바우를 올라가겠다는 생각만 하는가?
왜 내가 딛는 한발 한발 애정을 담아 바우에게 전하지 않는가?
내가 끌어안고 있던 것을 다 내놓았습니다.
아가가 배냇 숨 내놓듯....

그리고 숨을 발끝까지 들이쉬고 다시 시작했습니다.
\"여기는 이렇게 생겼으니까 홀드가 여기다. 바로 여기.
거기는 그렇게 생겼으니까 홀드가 거기다. 바로 거기.
여기는 발끝으로. 거기는 발가락으로. \"
바우의 홀드와 그 홀드를 애무하는 방법에 대한
교장선생님의 말이 몸으로 느껴져 왔습니다.

그 때, 내가 학교 강의 중 학생들에게 늘 말했던
유홍준 교수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서문의 말이
같이 떠 오르더군요.

\' 사랑하면 알게되고,
알게 되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이 전과 같지 않으리라.\'

이틀이 지난 그 순간의 느낌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바위와 교감하며, 한발 한발 딪어야 할 곳을
정확히 나만의 리듬으로 딛고 올랐던 그 순간의 느낌은
정말 새로운 것이었습니다.

중심이동법을 얼마만에 성공했는지는
기억이 없습니다.
하지만 그 작은 성공에 환하게 웃으며
축하해주시던 교장선생님.
그리고 아래서 끝까지 지켜봐 주며
파이팅을 외쳐주던
33기 동기들의 박수는
앞으로 바우와 함께 할 수 많은 날들의
큰 힘이 돼 줄 겁니다.

안산에서의 6일...
\' 바로 이것 \' 이라는 화두를
또다시 체험케한 바우에게 감사합니다.

그리고 함께 한 교장선생님, 강사선생님. 동문 선배님...
모든 분들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끝으로 33기 동기님들게 이 한마디를 따로 전하고 싶습니다.
한분 한분 참 향기 그윽한 분들이십니다.
안산에서 6일... 우리 동기님들 그 향기에 젖어
힘든 줄도 모르고 참 즐거웠습니다.
지난번에도 말씀드렸듯,
좋은 인연으로 만나, 좋은 인연을 만들었습니다.
이 인연이...
저 산, 저 바우처럼
오래 이어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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