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 2004년..점점 깊어가는 가을녘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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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성원 작성일04-10-20 19:08 조회2,281회 댓글0건본문
현선생님!
일요일, 아니 월요일 새벽에 잘 들어 가셨는지요? 선생님 글을 읽고 어쩌면 저하고 ‘권등 1주차 교육을 받은 감회가 이렇게도 똑 같을 수 있을까?’ 하고 신기해 했습니다.
일요일 저녁 무렵이 거의 다 되어서 늦은 점심을 먹으면서 ‘이제 대강 끝나가는구나’ 하는 안도감이 들었습니다. 하루종일 여기저기서 들리는 비명소리, 우당탕탕 추락하는 소리 들 때문에 정신없는 가운데, 매듭법, 하강법, 확보법 등 여러가지 정보들을 머리속에 집어 넣느라 정신적, 육체적으로 매우 피곤했었거든요. 그런데, 이게 웬 일입니까? 갑자기 까마득한 대슬랩에 오르라니요. 그것도 깜깜한 밤중에...
잘 아시겠지만 아직 여러가지로 부족하고 불안하잖아요. 특히, 제가 매듭법에는 완전 젬병아닙니까?. 그래도 현선생님이 용감하게 먼저 나서시는 걸보고 그나마 첫빠따(우리팀 두번째 등반자)는 아니여서 안도감이 들었습니다. 자일을 잇기 위해 \'이중 피셔맨 매듭\'을 묶으라는데 잘못 묶으면 어떻게 하나 하는 생각 때문에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거든요.(여러사람의 생명이 달려 있는데 나같은 초심자가..... 결국은 제 차례가 되어 결국 묶기는 했지만 그때도 확신이 안서서 성강사님께 제대로 묶었는지 재삼 확인, 또 확인 했답니다.) 밑에서 보니까 그냥 오르라고 해도 엄두가 안 나는 그곳을 퀵도르까지 회수하며 오르는 모습이 정말이지 존경스러웠습니다.
마침내 제 차례가 왔을 때 무섭고 불안하기는 했지만 어느 정도 경사가 있어 보여서 ‘어떻게 되겠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10m 정도 오르다 보니 이게 장난이 아닌 겁니다. 아래서 보았던 것 하고는 달리 완전히 수직에 가까운 것처럼 느껴지는데다가, 어디 한군데 잡을 곳, 디딜 곳이 없는 것 같았습니다. 올라가야 할 지점은 까마득하고요. 성강사님한테 배운 바위에 약점(홀더, 스탠스)은 눈씻고 찾아 봐도 보이지 않더라구요. 그런게 있기나 한겁니까? 정신없이 ‘타이트, 타이트’.., ‘추락, 아니 거의 추락’....하면서 다급하게 외쳐대다가 미끄러지면서 여기저기 다 까지고 나니까. 점점 독이 오르더라구요.
어찌 어찌해서, 죽기 아니면 살기로 젖먹던 힘까지 다 써가면서 올라가고 보았더니, 확보지점이라는 것이 정말이지 예상했던 것과 달리 너무 한심했습니다. 쇠막대기 두개에 가느다란 슬링줄 하나! 이미 먼저 오르신 세분(선등하신 이순주선배, 현선생님, 한상연강사님)이 매달려 있는데 나까지 매달려도 과연 안전한 것인지? 하는 수 없이 확보줄을 슬링에 걸고 나서도 오금이 저려 죽을 것만 같습니다. 자꾸만 엉거주춤한 자세로 확보줄을 움켜 쥐고, 또 쥐고.......
힘들고 무섭고 돌아버리겠는데 우리 옆조 한강사님은 “잠금비너를 거꾸로 걸었다, 팔자 매듭 왜 안푸냐?, 빨리 빨리 후등자 확보 준비해라” 하면서 쉬지 않고 이것 저것 주문하는데 완전히 혼이 다 빠지겠더라고요. 거친 숨을 몰아쉬며 후등자 확보를 시작했지만, 막중한 책임감 때문에 제동줄을 놓지지 않는 데에만 온 신경이 집중되고, 제 때에 자일을 감아주는 일이나, 확보줄 좌우로 오고 가도록 자일을 사리는 것에는 신경이 안 가더라구요. 현선생님과 두분 강사님이 옆에서 자상하게 도와 주셔서 간신히 확보를 하는 와중에도 ‘내가 이 밤중에 아슬아슬한 이 꼭대기에서 왜 이 고생을 하고 있나?’하는 생각이 사무치게 들었습니다. (후등자 확보를 마치고 언덕위에 불안한 자세로나마 엉덩이 붙이고 담배를 피워 물어서야 시내쪽의 휘황한 야경이 눈에 들어오면서 조그만 희열이 솟아 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었지만 말입니다.)
종례시간에 다음 주 과정은 ‘야바위’로 진행하는데 오늘 교육의 2배는 힘들거라는 교장 선생님 말이 있고 나서, 10~20여분 어두운 산길을 내려오면서 ‘끝까지 해낼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과 ‘괜히 시작했다’는 후회가 엄습하더라구요.....
그런데 더 신기한 일은 \"오늘 수요일!\" 불안감과 후회는 간데없고 새로운 열의가 샘 솟고 있습니다. 제가 생각해도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이렇게 조금씩 묘미를 알아가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돌아오는 토요일날 뵙겠습니다.
P.S. 1 : 어제 저녁, 조병현선생님, 이선영선생님, 강인철선생님, 방기표선생님 네 분과 동대문 장비점에서 만나 이것 저것 부족한 것을 사고 나서, 도와 주신 교장선생님, 이순주 선배와 저녁 식사를 했습니다. 두분 말씀이 저나 현선생님이 느끼는 불안감과 후회, 그리고 오늘(수요일)쯤 되면 다시 근질근질 해지면서 주말을 기다리는 이런 느낌은 대부분 권등 교육생이 공통적으로 갖는 증상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P. S. 2(38기 동기 모든분들게) : 좋은 분들과 좋은 인연으로 만나 뵙게 되서 너무 반갑습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혹시 저처럼 불안하고 후회되시면, 그럴 때마다 마음속으로 외쳐보세요.(갑자기 크게 외치면 권등인이 아닌 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각할 지도 모르니까..) \"권·등!! 파·이·팅!! 파·이·팅!! 권·등!!\" 그러면 한결 자신감과 의욕이 생긴답니다.
일요일, 아니 월요일 새벽에 잘 들어 가셨는지요? 선생님 글을 읽고 어쩌면 저하고 ‘권등 1주차 교육을 받은 감회가 이렇게도 똑 같을 수 있을까?’ 하고 신기해 했습니다.
일요일 저녁 무렵이 거의 다 되어서 늦은 점심을 먹으면서 ‘이제 대강 끝나가는구나’ 하는 안도감이 들었습니다. 하루종일 여기저기서 들리는 비명소리, 우당탕탕 추락하는 소리 들 때문에 정신없는 가운데, 매듭법, 하강법, 확보법 등 여러가지 정보들을 머리속에 집어 넣느라 정신적, 육체적으로 매우 피곤했었거든요. 그런데, 이게 웬 일입니까? 갑자기 까마득한 대슬랩에 오르라니요. 그것도 깜깜한 밤중에...
잘 아시겠지만 아직 여러가지로 부족하고 불안하잖아요. 특히, 제가 매듭법에는 완전 젬병아닙니까?. 그래도 현선생님이 용감하게 먼저 나서시는 걸보고 그나마 첫빠따(우리팀 두번째 등반자)는 아니여서 안도감이 들었습니다. 자일을 잇기 위해 \'이중 피셔맨 매듭\'을 묶으라는데 잘못 묶으면 어떻게 하나 하는 생각 때문에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거든요.(여러사람의 생명이 달려 있는데 나같은 초심자가..... 결국은 제 차례가 되어 결국 묶기는 했지만 그때도 확신이 안서서 성강사님께 제대로 묶었는지 재삼 확인, 또 확인 했답니다.) 밑에서 보니까 그냥 오르라고 해도 엄두가 안 나는 그곳을 퀵도르까지 회수하며 오르는 모습이 정말이지 존경스러웠습니다.
마침내 제 차례가 왔을 때 무섭고 불안하기는 했지만 어느 정도 경사가 있어 보여서 ‘어떻게 되겠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10m 정도 오르다 보니 이게 장난이 아닌 겁니다. 아래서 보았던 것 하고는 달리 완전히 수직에 가까운 것처럼 느껴지는데다가, 어디 한군데 잡을 곳, 디딜 곳이 없는 것 같았습니다. 올라가야 할 지점은 까마득하고요. 성강사님한테 배운 바위에 약점(홀더, 스탠스)은 눈씻고 찾아 봐도 보이지 않더라구요. 그런게 있기나 한겁니까? 정신없이 ‘타이트, 타이트’.., ‘추락, 아니 거의 추락’....하면서 다급하게 외쳐대다가 미끄러지면서 여기저기 다 까지고 나니까. 점점 독이 오르더라구요.
어찌 어찌해서, 죽기 아니면 살기로 젖먹던 힘까지 다 써가면서 올라가고 보았더니, 확보지점이라는 것이 정말이지 예상했던 것과 달리 너무 한심했습니다. 쇠막대기 두개에 가느다란 슬링줄 하나! 이미 먼저 오르신 세분(선등하신 이순주선배, 현선생님, 한상연강사님)이 매달려 있는데 나까지 매달려도 과연 안전한 것인지? 하는 수 없이 확보줄을 슬링에 걸고 나서도 오금이 저려 죽을 것만 같습니다. 자꾸만 엉거주춤한 자세로 확보줄을 움켜 쥐고, 또 쥐고.......
힘들고 무섭고 돌아버리겠는데 우리 옆조 한강사님은 “잠금비너를 거꾸로 걸었다, 팔자 매듭 왜 안푸냐?, 빨리 빨리 후등자 확보 준비해라” 하면서 쉬지 않고 이것 저것 주문하는데 완전히 혼이 다 빠지겠더라고요. 거친 숨을 몰아쉬며 후등자 확보를 시작했지만, 막중한 책임감 때문에 제동줄을 놓지지 않는 데에만 온 신경이 집중되고, 제 때에 자일을 감아주는 일이나, 확보줄 좌우로 오고 가도록 자일을 사리는 것에는 신경이 안 가더라구요. 현선생님과 두분 강사님이 옆에서 자상하게 도와 주셔서 간신히 확보를 하는 와중에도 ‘내가 이 밤중에 아슬아슬한 이 꼭대기에서 왜 이 고생을 하고 있나?’하는 생각이 사무치게 들었습니다. (후등자 확보를 마치고 언덕위에 불안한 자세로나마 엉덩이 붙이고 담배를 피워 물어서야 시내쪽의 휘황한 야경이 눈에 들어오면서 조그만 희열이 솟아 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었지만 말입니다.)
종례시간에 다음 주 과정은 ‘야바위’로 진행하는데 오늘 교육의 2배는 힘들거라는 교장 선생님 말이 있고 나서, 10~20여분 어두운 산길을 내려오면서 ‘끝까지 해낼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과 ‘괜히 시작했다’는 후회가 엄습하더라구요.....
그런데 더 신기한 일은 \"오늘 수요일!\" 불안감과 후회는 간데없고 새로운 열의가 샘 솟고 있습니다. 제가 생각해도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이렇게 조금씩 묘미를 알아가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돌아오는 토요일날 뵙겠습니다.
P.S. 1 : 어제 저녁, 조병현선생님, 이선영선생님, 강인철선생님, 방기표선생님 네 분과 동대문 장비점에서 만나 이것 저것 부족한 것을 사고 나서, 도와 주신 교장선생님, 이순주 선배와 저녁 식사를 했습니다. 두분 말씀이 저나 현선생님이 느끼는 불안감과 후회, 그리고 오늘(수요일)쯤 되면 다시 근질근질 해지면서 주말을 기다리는 이런 느낌은 대부분 권등 교육생이 공통적으로 갖는 증상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P. S. 2(38기 동기 모든분들게) : 좋은 분들과 좋은 인연으로 만나 뵙게 되서 너무 반갑습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혹시 저처럼 불안하고 후회되시면, 그럴 때마다 마음속으로 외쳐보세요.(갑자기 크게 외치면 권등인이 아닌 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각할 지도 모르니까..) \"권·등!! 파·이·팅!! 파·이·팅!! 권·등!!\" 그러면 한결 자신감과 의욕이 생긴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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