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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암장 및 인수봉 순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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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성원(38기) 작성일04-11-16 18:54 조회2,35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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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0-18(일) 안산 대슬랩(5.8)

교육 첫날!
오후 6시가 넘어서 언제나 끝나나 하고 있는데, 갑자기 교장선생님이 장비를 착용하란다.
매듭법, 하강법 대강 대강 배웠는데 첫날부터 대슬랩을 올라가라고? 저 높은 데까지~
이순주 선배가 선등을 선다. 보기만 해도 아찔 아찔하다.
드디어 내차례. 생전 처음해 보는 본격 암벽등반이다. 그것도 사방이 깜깜한 밤중에
헤드랜턴에 의지해서 바위를?  
한두번 미끌어지면서 팔꿈치를 심하게 부딪혔다. 왼쪽 팔꿈치가 정말 아프다.
그래도 아픈 것은 두번째고 무서워 죽겠다. 그리고 힘들어 죽겠다.
땀 뻘뻘흘리면서 간신히 확보지점에 올라섰다.
꼭대기에서 매달려서 내려다 보는 서울야경은 죽을 때까지 잊지못할 장관이다.
후등자 확보를 마치고 매달려서 피우는 담배 맛도 평생 잊을수 없을것 같다.

2004-10-23(토) 안산 옛추억길(5.9)

또다시 야바위(그것도 권등의 악명높은 밤샘 야바위)
슬랩 첫부분이 무척 미끄럽다. 가까스로 첫부분을 통과하고 나니 지난주 붙어 봤던  
대슬랩보다 훨씬 편하다. 그동안 좀 늘었나?
꼭대기에 오르니 야경 죽인다~.
그래도 아직은 높은 곳에서 한가닥 확보줄과 슬링에 몸을 맡기기는 여전히 너무 무섭다.
하강은 진짜 진짜 무섭다.

안산 너와 나의길?(5.11d)

자정이 넘었으니 24일(일요일)인가?  좀 춥다. 현대진선생님이 30분 이상 매달려 있는데 정말 안스럽다. 연세도 높으신데....  선배들 얘기가 펌핑이 날때가 훨씬 지났다는데 아직도 악전고투중이시다.
엄청난 투지로 마침내 정상에 오른다.  박수 짝짝짝. 밑에서 올려다 보던 많은 사람들이
환호와 박수를 보낸다. 나는 걱정이 앞선다.  
다음은 양희석씨! 리지 경험이 많아서 그런지 예상보다 쉽게(죽는 소리는 많이 했지만) 오른다.
드디어 내차례!  어렵긴 정말 어렵다. 어깨넘어 배운 어설픈 레이백자세로 그런대로 쉽게 오른다. 크랙길 중간에서 드디어 난관에 봉착! 도저히 어찌해 볼 방법이 없다. 체면 불구하고 타이트. 타이트를 연거푸 불러볼 밖에...  볼트를 두군데나 잡고 가까스로 올랐다.
새벽 2-3시는 되었을 것 같은데 서울 야경은 여전히 아름답다. 그리고 춥다.
이제 하강할 차례. 90도 가까운 직벽을 하강하려고 하니 또 두려움이 앞선다.
안내하는 바위사랑 선배가 불안해 죽겠다면서 뒷손 놓은면 죽는단다.
다른 사람들은 재밌다는데 나는 오르는 것 보다 하강하는게 2-3배는 더 무섭다.

2004-10-31(일) 인수봉 인수A(5.7)

난생 처음 꿈에 그리던 인수봉에 가는날!
새벽 5시. 이른 아침이라 밥알이 꺼끌거린다. 교보문고에서
우이동 가는 버스로 갈아 타고 종점에서 도선사까지 절 버스로 오르니, 어느새 7시!
안산교장 밖에서 우리 식구들 얼굴을 보니 훨씬 더 반갑다.
등반조 배정시간, 긴장되고 가슴이 설렌다.  가급적이면 쉬운 코스였으면 좋을 텐데,
인터넷에서 찾아본 낮익은 이름들이 불려진다.
취나드A, 인수A, 의대길, 건양길, 동양길….
그런데 나는 인수 A. 휴~ 안도의 한숨. 그런데, 다행스럽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교장선생님 보기에 내가 이 정도 밖에 안되나 하는 생각이 들어 조금 서운한 마음도 든다. (우리조 다른 동기분들은 그 때까지는 제일 쉬운길로 가는지 몰랐나보다.
그후 등반을 마친후 지진아 조라고 놀림을 많이 받기까지는)
드디어 등반시작. 인수봉 대슬랩 아래에서 올려다 보는 인수봉의 위용이 대단하다.
암벽화로 갈아 신으면서 걱정이 앞선다. 대슬랩 첫피치는 안산 대슬랩보다 완만한 듯.
긴장은 되지만 그런대로 두피치 오르고 나니 어느새 오아시스다. 그런데 어디 시장에 온 분위기다. 먼저 올라온 팀들로 북적거린다. 원래 이렇게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건가???  
크랙등반이 시작되었는데 완전히 돗대기 시장이 따로 없다.
한꺼번에 자일이 세줄 네줄씩 엇갈린다. 이래도 되는 건가?
한피치 더 오르니 확보지점에 5-6명이 몰려있고 정신이 하나도 없다.
등반은 순조롭지만 지체가 너무 심하다.
한가한 쪽으로 한피치 더올라 팬드럼지점. 대기하고 있는데 보기만해도 무섭다.
저쪽까지 어떻게 횡단하라고....  
교장선생님이 걸어준 슬링잡고 넘어가니 그런대로 할만하네. 교장선생님, 감사합니다.
언더크랙 잡고 오르는 길도 재미있고.  또다시 정체....
아침부터 허리아프다는 강선생님이 라스트인데 시간이 점점 지체되니 걱정이 된다.
짧게 한피치 오르고 나니 넓은 확보공간이 나오고.... 유명한 영자바위란다.
여러팀이 대기하고 있지만 양해를 구하고 먼저 오른다. 여기서 쩔쩔매면 쪽 팔릴텐데...
다행히 생각보다 쉽게 올랐다. 다른 팀사람들 보는데에서 망신당하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아무래도 나는 크랙 체질인가보다.  
유강사님이 영자바위까지 마중나와서 재촉한다. 먼저 다른 동기들 팀에서 늦었다고 난리란다.
그런데 참기름바위 지나 무사히 정상에 올라 첫 인수봉 등정의 환희를 맛보기도 전에
말썽이 생겼다.
우리 팀이 자일 한동을 두고 왔단다. 미치겠네..... 힘들어 죽겠는데,
서둘러 길을 나서는데 무섭기도하고 힘들기도 해서 다시 돌아내려 가기 정말 싫다.
성강사님, 유강사님이 나선다. 정말 너무 고맙다.
한강사님이 증명사진 찍으란다. 한 폼 재면서 정상바위에 올라 증명사진 찍으면서 보니 이제야 백운대, 만경대쪽 경치가 겨우 눈에 들어온다. 정말이지 멋있다.
그리고 나이 마흔이 넘어 인수봉에 올라온 내가 자랑스럽다.
(사실 대부분의 다른 동기분들은 나보다 한참 연세가 많은데도 다 올라왔다. 그것도 훨씬 더 어렵다는 중급자 코스로...)
잃어버렸던 자일회수하느라 밥도 못먹고 하강! 엉? 나는 하강이 제일 무서운데.....
엉금엉금 하강 확보점까지 기어가는데 하강을 도와 주시는 유강사님이 빨리 빨리 준비하라고 보챈다.
무섭다. 정말 무섭다. 피톤에서 확보줄 회수하면서 아래를 내려다 보니 까마득하다.
유강사님의 \'뒷손 놓으면 죽어\'. 으이그 또 그소리.  출발은 좋았는데 어느정도 내려오다보니 그게 아니네. 거대한 오버행! 긴장한 뒷손은 놓칠세라  줄을 꽉 부여잡고 있느라 어느새 다 벗겨진것 같은데 20m쯤은 족히 되는 오버행을 무슨 수로 내려가?  옆으로 살살 우회하는데 손은 더 뜨겁고 쓰라리고. 두려움이 엄습한다.
어찌 어찌해서 간신히 내려오고 나서보니 양손 다 손끝이 홀랑 벗겨졌다.  
그래도 안전한 지상에 내려오니 정말 살 것 같다. 어느새 어두워져 헤드램프 켜고 더듬더듬 가파른 산길을 걸어내려 오는데 동기중 최고령이신 최선생님(아주머니 클라이머)은 오늘 하루 너무 힘들고 무서워서 눈물 한바가지는 쏟았단다.
저두 마음속으로 많이 울었습니다(마음속으로). 처음에는 힘들어서, 그 다음은 무서워서, 마지막에는 내 자신에 감격해서......

2004-11-7(일) 안산 경로우대길(5.7)

5주차 20가지 장비교육이 다 끝났다. 오늘은 일찍 집에 가는 분위기 같다.
엉?  교육 다 끝났나 했더니 오늘도 여지없이 야바위란다.
2학년 1반? 어디가 어딘지. 암벽화 신고나니 경로우대길로 바뀌었다네.
아무래도 \'경로우대\'니까 좀 쉽겠지.  선등자 확보보는데 줄은 왜이렇게 안빠져.
힘들어 죽겠네. 염치불구 하고 옆에 있는 바우사랑 회장님한테 \'좀 도와주세요…\"  
또 잔소리, 등산학교 입교후 적어도 3년치 잔소리는 한꺼번에 들은듯 싶다.
이제 어느정도 익숙해져서 암벽화 신는 것도 덜 고통스럽지만 그래도 매도 먼저 맡는게 낮다고 두번째로 오르는데 퀵도르 회수하란다. 안 해 봤는데...
크랙길 이렇게 저렇게 해서 오르니 또다시 넓은 슬랩. 여전히 쉽지는 않네. 나중에 알았지만 그레이드가 5.7 정도 밖에 안되는데.....
드디어 정상! 야경은 여전히 아름답다.
그런데 슬링이 너무 낡았다. 낡아도 너무 낡았다. 확보를 마치자 마자. 5cm도 안되는 테라스에 기대서 등을 바위에 대고 엉거주춤한 자세로 담배를 한대 피운다. 담배 맛은 정말 좋은데. 무섭다. 왜 이고생하는지 아직도 모르겠다. 담배불이라도 떨어져서 슬링이 끊어지면 어쩌나 하고 다른사람 담배불에까지 신경이 쓰인다.
또 다시 하강. 하강은 더 무섭다. 무슨 수가 있더라도 오늘 낮 교육시간에 배운 \"션트\"가 뭔가하는 장비는 꼭 사야지.  등산은 비교적 싼 운동인지 알았는데 돈들어가는 일은 왜 이렇게 많은지.........
그래도 정말 정말 재미있다. 어느새 바위가 친근하고 재미있어 지고 있다.  

2004-11-13(토) 안산 대슬랩(5.8 선등)

내일은 선등 졸업시험이 있는 날.  아무래도 걱정이 되서 예습하러 안산으로 향했다.
이선영, 양희석 두분이 먼저 나와 계셨다.
교장선생님과 이순주 선배가 추운날 오후인데도 나와서 도와 주신다. 고맙다.
고마운 것도 잠시 나보고 제일 먼저 선등으로 대슬랩에 오르란다. 고맙다는 말 취소!!
이제 바위하는 재미가 쏠쏠히 느껴지기는 하지만
선등서는 것은 여전히 생각만해도 두렵다.
그래도 첫날에는 난공불락의 요새 같았지만 지난주 오전에 동기들과 등반시합때
순식간에 내달려 올랐던 대슬랩(당당히 3위 입상)인데 하고 위안을 삼고 오르기 시작.
그런데 첫번째 퀵드로 클릭할 때까지는 안심이 안된다.
두근두근~ 아이고 떨어지면 어쩌나.....
간신히 퀵드로 하나를 볼트에 걸긴 걸었는데 꺼꾸로 걸었네.
분명히 머리로는 외우고 또 외웠건만 실전에서는 앞뒤 구분이 안가서 퀵드로 꺼꾸로 끼고 자일도 꺼꾸로 끼고.......
체면불구하고 여기저기 볼트를 부여 잡아가며 오르기는 했지만 혼자 힘으로 정상까지 오르고 두번에 나누어 하강까지 하고 나니 신기하게도 등반의 전 프로세스가 머리속에 깔끔하게 정리가 되네,
교장선생님! 다시 감사합니다. 예습하기 정말 잘했네.

2004-11-14(일) 안산 경로우대길(5.7), 안산 대슬랩(5.8), 안산 무명길(5.8), 안산 2학년 1반(5.10) 등 4개 코스 한꺼번에 선등

드디어 졸업하는 날. 교장선생님의 인정사정 없는 목소리. 한군데라도 못오르면 졸업장은 없단다. 그래도 마음 한쪽 구석에 슬그머니 자신감이 고개를 든다.
(어제 예습도 했는데 뭐~)
김태연 형님과 파트너로 배정되었다.
듬직한 체구의 태연이 형이 확보를 봐준다고 하니  더욱 마음이 든든하다.
비교적 쉬운 길이 배정되기는 했지만, 내가 생각해도 내가 정말 깔끔하게 잘 오른다.
너무 쉽다. 제일 먼저 우대길, 대슬랩, 무명길을 한번의 슬립도 없이 마치고
드디어 2학년 1반.
크럭스에서 한번 슬립을 먹기는 했지만 이 정도쯤이야. 정말 바위가 신나고 재밌다.
몇군데 더 했으면 좋겠다. 불과 5주만에 내가 이렇게 변하다니......

교장선생님, 감사합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유시영 강사님, 고맙습니다.
성길제 강사님, 고맙습니다.
한상연 강사님, 고맙습니다.
이순주 선배님, 고맙습니다.
바우사랑 회장님, 총무님, 등반대장님, 37기 선배님들, 그리고 그동안 도와 주시고 격려해주신 모든 선배님들께 너무 너무 감사합니다.  

그리고 38기 동기여러분! 끝까지 잘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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