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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봉 다녀왔습니다 (39기 강태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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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태완 작성일04-12-07 11:47 조회2,57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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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기 강태완입니다.
드디어 제가 인수봉에 다녀왔습니다. 아직도 사실 실감이 나지 않지만, 올라가면서 포기할까 생각도 여러 번 했지만 교장선생님이 올려주신 교육사진을 보면서 올라갔었다는 사실만은 분명하게 다가서더군요. 지난 일요일로 4주차 교육을 받으면서 스스로 좌절도 많이 하고, 이런 저런 생각도 많이 들었습니다.

첫주차 교육에서는 ‘뭐 이런 교육도 다 있나’ 싶을 정도로 욕이 튀어 나왔고, 두주차 교육에서는 ‘그래 죽기 아니면 까무려치기지’하는 오기가 슬슬 작동되더군요. 셋째주 야바위에서는 정말 제 능력의 한계와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듯한 절망감 그리고 지금까지 살아온 날들에 대한 이런 저런 생각으로 몸서리를 쳤습니다. 지나보면 아무것도 아닌 것 갖고 너무 오바하는 건가요?

그리고 드디어 지난 일요일 인수봉. 사실 내가 오를 수 있는 곳인가 하는 의구심과 두려움 그리고 당장에라도 도망가고 싶은 마음으로 북한산에 도착했습니다. 건양길이라는 생소한 이름의 루트에 막상 붙고 보니 첫 피치와 두 번째 피치에서는 ‘어라 야바위때보다 더 잘되잖아’ 하는 느낌이 들면서 잠시 자만심마저 들기까지 했습니다.

문제는 세 번째 볼트따기. 직벽의 슬링에 매달려 있으면서 포기하고 밑으로 다시 내려가자는 생각 여러번 했습니다. 팔에 점점 힘이 빠져갈 때 속으로 아들놈 이름 부르면서 탈출할 수 있었습니다. 그 고비를 넘기니 다음 볼트는 예상보다 쉽게 해결해 나갈 수 있었지요. 그런데 나중에 확보 보면서 안 사실이었지만 그때 유강사님이 저를 두레박 올리듯 끌어올렸던 거였더군요^^

세 번째 피치 끝내고 한숨을 돌리고 나서 교장선생님 표현으로 참기름바위라는 ‘지옥문’을 통과하니 드디어 인수봉 정상에 설 수 있었습니다. 39기 제 동기들이 인수봉에 올랐다고 감격하는 순간에도 저는 사실 \'어떻게 내려가나‘하는 하강 걱정이 앞섰습니다. 바람은 몸이 날릴 정도로 불지, 아래는 보이지 않지, 뒷손 놓으면 날아간다고 하지, 오르는 것보다 내려갈 일이 태산이었지요.

그래도 짬짬이 주변의 경치도 보고, 건너편 백운대위에 까맣게 붙은 사람들을 보면서 제가 예전에 그랬듯이 저들도 나를 ‘존경어린’ 마음으로 쳐다볼 생각을 하면서 우쭐거리는 마음이 생기기도 했지요.

드디어 하강시간. 살을 에이는 바람에 한시라도 먼저 내려가고 싶은 마음과 자일에 매달릴 생각에 겁이나 가급적 뒤에 서고 싶은 마음이 동시에 교차하면서 어찌어찌해서 제 순서가 되었습니다. 막상 확보해서 바위에 붙고 나니 이제는 정말 되돌릴 수 없다는 생각에 한발 한발 아래를 보면서 하강을 시작했습니다. 북한산 칼바람이 90킬로 가까운 제 몸을 뒤뚱거리게 할 정도로 몰아치는 가운데 뒷손을 놓으면 안된다는 생각에 오히려 나도 모르게 제 왼손에 잔뜩 힘이 들어가 중간 정도 테라스에서 한번 숨을 돌리고 팔 근육을 풀어주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아래는 까마득하지 다시 붙을 엄두는 나지 않는데 어디선가 ‘화이팅’하는 소리가 아래에서 들려오더군요. 그때 다시 아들놈 이름 부르면서 용기를 얻어 나머지 구간 하강을 시작했습니다. 서서히 아래쪽으로 땅이 눈에 보이기 시작하면서 반가운 마음과 함께 ‘그래 이제는 떨어져도 최소한 죽지는 않겠구나 하는 자신감이 생기자 자그마한 오버행에서 몸도 튕겨보는 여유도 부리면서 무사히 하강했습니다.

그리고 광란의 뒷풀이. 오랜만에 술에 취해보았고, 39기 동기들과 난리 부르스도 춰보았고, 큰형님같은 유강사님 뒤에 매달려 애교도 부려봤습니다. 속으로 ‘여자 맞아?’라는 생각이 저절로 드는 가녀린 이순주 강사님과 그날 처음 뵌 한상연 강사님 감탄스런 마음 늘 갖고 있습니다.

또한 아직도 교장선생님은 무서워 감히 접근을 못하고 있지만 마음만으로는 늘 존경하고 있습니다. 저 역시 남 가르치는 일로 밥먹고 사는 입장에서 교장선생님의 ‘남다른 교육법’에 대한 생각은 교육기간 내내 제 머리를 떠나지 않고 있습니다. 다음기회에는 이에 대한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교장선생님 이하 강사선생님 그리고 인수봉에서 한수 가르쳐주신 바위사랑 선배님 38기 선배님 그리고 사랑스런 39기 동기 여러분 감사합니다. 또한 존경합니다.

추신: 권등교육의 부작용. 3년 6개월여를 끊었던 담배를 다시 피게 만든 점. 특히 바위 끝내고 내려오면 왜 그리 폭연(爆煙)을 하게 되는지. ‘이깟 담배 한개피 피웠다고 인생이 어찌되겠냐 썅!(교장 선생님 버전)’하는 마음에 담배를 끌어안게 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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