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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졸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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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태완(39기) 작성일04-12-14 22:38 조회2,26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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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주간의 비상체제에서 벗어나 일상으로 돌아왔습니다. 잠시 물었던 담배도 다시 내려놓았고, 주말마다 일정 조정하느라 조바심내던 일도 풀렸습니다. 또 이번 주에는 어떤 ‘지옥’이 내 앞에 펼쳐질지 몰라 전전긍긍하던 상황 역시 모두 ‘해제’되었습니다. 그렇습니다. 드디어 졸업했습니다.

권등을 졸업하신 선배님 들이나 우리 동기들 모두다 다 그러하셨겠지만, 졸업이라는 열매는 달지만, 졸업하기까지의 과정은 길고도 험난했습니다. 매주 안산 바위 곳곳에 피도장을 찍었고, 양 손, 팔꿈치, 무릎 등 \'까인데 또 까이다\' 못해 매주 새로운 데를 골라가며 까였습니다. 이번 교육을 대비해 새로 산 멋진 잠바는 양 팔과 팔목 부위 모두 추락하면서 긁힌 까닭에 너덜거리는 노숙자 옷 신세가 되었습니다.

탁월한(?) 운동감각으로 남들 보다 세네배 이상 버벅거려 힘을 소진시키는 바람에 교육이 끝나면 파김치가 되었지요. 출장길에 나선 일요일 저녁이나 근무를 시작하는 월요일 아침이면 팔다리의 근육이 뭉치는 바람에 절룩거리는 신세를 면치 못했고, 걸으면 ‘아이고’ 소리가 저절로 났지요. 특히 손 안팎에 난 상처가 아물기까지 쓰라림의 고통도 괴로웠지만 이 상처를 바라보는 다른 사람의 시선 역시 따갑게 느껴졌습니다.

5주 동안 주말마다 새벽같이 나가 야심한 밤에 들어오는데다, 온몸이 상처투성이로 기다시피 들어와서 출장간다고 일주일가까이 사라져 버리거나 아니면 꿈나라로 바로 골아 떨어졌으니 마누라한테 욕 먹는거야 당연지사 였지요. 첫주 교육받고 나서 바로 행적이 묘연해진 제 등산학교 티셔츠도 분명 마누라가 버렸을 것이라는 ‘심증’은 있었지만, 괜히 캐물으면 역공이 들어올까봐 묻지도 못하고 혼자 온 집안 뒤지면서 애태우기 했습니다.

엊그제 학교를 졸업하고 난 월요일 아침, 날아올 잔소리라도 줄여보려는 속셈에 등산학교 졸업장을 떡하고 마누라 앞에 내밀었드니 ‘어라’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더라고요, 평시같으면 불벼락이 떨어져야 할 상황인지라 속으로 ‘살았다’ 쾌재를 부르고 바로 출근한다고 내뺐지요. 그런데 퇴근하고 돌아와보니 글쎄 졸업장이 거실 한편 잘 보이는 곳에 척하니 걸려져 있는 겁니다. 영문을 모르는 6살짜리 아들놈은 아빠만 혼자 ‘상장’ 받아왔다고 시샘하고... 자랑스럽게 걸려있는 권등 졸업장을 집안에서 마주칠 때 마다 지난 5주간의 도깨비짓의 결실을 마누라도 나름대로 인정해주는 것 같아 기분이 무척 좋더군요...

물론 ‘군사작전’을 연상시키는 이런 긴박하고 처절한 상황만 있었다면 보람은 반감되었겠지요. 매주 안산 바위에 초긴장상태로 매달려 있으면서도 등을 돌려 내려다본 야경의 기막힌 모습이라든가, 야바위때 처절하게 오르는 가운데 교장선생님 카세트에서 흘러나온 장중한 락발라드의 선율, 수없이 북한산을 오르내리면서도 결코 내가 오르리라고는 꿈에도 생각못했던 인수봉 정상에서 우리를 맞았던 눈꽃들, 이 모든 것이 교육과정에서 새겨놓은 기억속의 파편들입니다.

사람은 머리로도 기억을 하지만 몸으로 기억을 한다고 합니다. 비록 열등생으로서 남들보다 한참 뒤떨어지는 능력이었지만, 5주간 쌓았던 경험들이 제 몸 구석구석에 영광의 흉터로 혹은 단단해진 근육으로 그 흔적을 남겨두었습니다. 그 흔적의 기억을 오래 간직하기 위해 지금도 성 선생님 충고하신대로 걸으면서 혹은 계단을 오르면서 앞발에 무게 중심을 싣고 무릎을 배쪽으로 당기면서 뒷다리를 쭉 핀채로 11자 걸음을 옮기고 있습니다. 그리고 속으로 생각하지요. 평지에서 이토록 쉬운 일이 왜 바위에 매달리기만 하면 죽기보다 더 힘든 일이 되는지 모르겠다고...

지난 일요일 저녁 졸업식때는 교장선생님이 무척 외로워하시는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날 좌석의 주제도 그랬었고, 노래방 뒤풀이에서 악쓰는 저희들 옆에서 주무시는 모습을 보면서도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유행가 가사지만 킬리만자로의 표범처럼 등반에 모든 것을 다 거시는 선생님의 마음이 빈 메아리로 되돌아올때 느껴지는 외로움이야 어찌 저같은 사람이 미루어 짐작이나 하겠습니까?

거세게 바람부는 인수봉 정상에서 내 한몸 날릴까봐 바짝 쫄아 바위에 있는 풀한포기라도 잡아야 안심이 되었던 상황에서 하강하는 학생들 주변을 꼿꼿이 서서 아무런 확보장치없이 뚜벅뚜벅 걸어다니시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군요. 지금 생각해보니 야바위때도 하강을 하기 위해 확보하러 갈 때 저희들은 앉은 걸음으로 그것도 확보줄 잡아가며 내려가던 길을 선채로 걸어 내려가셨던 장면도 있더군요. 그때는 그나마 주변을 돌아볼 여유라도 있어서 목격한 것이지만, 야바위할때나 인수봉 오를때 늘 저희 주변에 맴도시면서 사진도 찍고, 이렇게 올라보라고 도움을 주셨을 때도 아마 비슷한 상황에서 비슷한 장면이 연출되었겠지요. 30여년을 홀로 바위에 매달려 P톤이나 볼트 박으실 때 심정을 저희같은 사람이 헤아릴 수나 있겠습니까?

바위에 매달려 나는 왜 안될까 절망하고 있을때 “자기 발로 일어서지 않고서는 아무도 못도와줘!”라고 외치시던 말씀이 늘 기억에 남습니다. 인수봉 볼트따기 할때도 결국 그 상황을 벗어나게 해주었던 것은 바로 그 말씀에 대한 기억이었습니다. 내려갈 수도 없고, 위에서 끌어 올릴 수도 없으니 내 힘으로 벗어나지 않고는 탈출구는 없다. 이 생각에까지 미치니 젖먹던 힘까지 나올 수 있었던겁니다.  

등산학교든 아니면 학교교육이든 남을 가르친다는 것은 알량한 몇 푼어치 지식으로 해결될 문제는 아니라고 봅니다. 가르치는 사람의 ‘삶’ 자체가 가장 큰 교육의 메시지이자 효과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가장 이상적인 교육은 머리가 아니라 몸으로, 지식이 아니라 실천으로 뒷받침되는 교육일 것입니다.

그 점에서 저는 지난 5주 동안 등반하는 기술을 배웠지만, 그보다 더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은 교장선생님의 교육방법을 지켜볼 수 있었다는 겁니다. 자기 것 다 챙겨가면서 이기적으로 살아가고 있는 저 같은 소시민도 가끔씩 교단에 서서 외롭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러나 아무래도 앞으로는 이런 사치스러운 생각 접어야 할 것 같습니다. 네가 학생들에게 뭘 보여줬길래, 학생들을 위해 내놓았던 것이 무엇이길래 그런 생각하느냐는 반문이 들었기 때문이지요.

이런 깨닫음을 주신 교장선생님께 진심어린 감사의 말씀드립니다. 표현이 서툴고 낯을 가리는 사람이라 말로 전하지 못한 부분 글로써 대신합니다.

푸근한 큰형님 같으신 성길제 강사 선생님과 유시영 수석강사 선생님에 대한 마음도 교장선생님에 대한 느낌과 다를 바 없습니다. 어떤 면에서는 두 분 선생님이 보여주신 ‘선한 웃음’을 어떻게 내 얼굴에 담을 수 있을까 고민하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교장선생님의 ‘깡’보다는 두분 선생님의 든든한 ‘정’을 저는 먼저 배우고 싶습니다.

이순주 예비강사 선생님은 아직도 제가 갖고 있는 짧은 상식과 모자라는 편견만으로는 다 담을 수 없는 묘한 매력을 지니신 분입니다. 이 복잡 미묘한 어울림에 대한 표현으로는 턱없지만 일단 외유내강이라는 말로 제 생각을 정리하겠습니다. 5주 내내 버벅대는 저를 위로도 해주시고 격려 말씀도 아껴시지 않은 점 진심으로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제 동기들 얘기 하지 않을 수 없군요. ‘확보’로 맺어진 인연이라 아마 질기기도 모진 관계가 될 것 같은 예감이지만, 또 그만큼 매력있고 멋진 사나이들이라고 생각됩니다. 바위에 매달려 허둥거리고 있는 저의 확보를 보느라 팔에 펌핑께나 왔을 권영식, 한종숙 두 동기 분들 \'제 목숨을 확실하게 챙겨주신 점\' 잊지 않고 기억하겠습니다.
제 졸업장은 반쯤은 노골적인 저의 엄살과 나머지 반쯤은 강사선생님들의 보이지 않는 지원덕분이라지만, 두분 동기분들이야 말로 권등 어디에 내놓아도 자랑할 만한 진짜 산사나이이자 권등이 자랑할만한 모범 졸업생임에 틀림없습니다.

39기 기반장이라지만 오히려 \'고문관\'노릇 톡톡히 한 주제에 사설이 길었습니다. 용서를 바라면서 그래도 이 자리에서 만큼은 제 자신에 대한 칭찬 아끼고 싶지 않습니다. 권등 39기로서 무사히 졸업을 한 제 스스로가 너무 대견하고 자랑스럽기 때문입니다.
권등 화이팅! 39기 화이팅!

39기 졸업생 강태완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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