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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경험(빙벽등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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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성원 작성일04-12-27 13:14 조회2,11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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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크리스마스는 특별한 날이었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장비 챙기랴 찌개거리 준비하랴
부산을 떨다가 자정을 훌쩍 넘겨 잠자리에 들었다.
그러고도 한참 뒤척이다가
2시가 훨씬 넘어서야 겨우 잠을 청할 수 있었다.

25일 새벽 6시!
조병현 형님과 철원 인근의 빙폭을 향해 집을 나선다.
요 며칠 추웠다고는 하지만 폭포가 얼 정도는 아니었는데.........

포천을 조금 지났을까 교장선생님과 그 일행
(성길제, 한상연, 이순주 강사 등 4명)이 탄 무쏘를 발견!  

신철원 인근의 자그마한 마을의 시외버스 정류장에서 정차하여  
교장선생님이 자주 가는 식당에 들렀다.
식당을 향하는 길에 오고가는 사람들 태반이 군복을  입고 있어 전방에 온 실감이 난다.
그래도 길거리 자그마한 상점 여기저기에서
올해 서울에서도 못 듣던 캐롤이 울려 퍼진다.

찾아간 식당은 등산학교 전용식당(?)으로
인근에서 맛있고 인심이 좋기로 소문난 집이란다.
아침 이른 시간인데도 부대에서 외출 나온 군인들로 북적거리고 있었다.

식사후 10분 가량 차를 몰아 나지막한 산 입구 주차장에 도착했다.
한산하다 못해 썰렁하다.
빙폭까지 거리는 500m 가량에 불과하지만 100리터 배낭에 가득 들어찬 장비와
방한복, 먹거리들의 중량 때문에 짧은 어프로치가 만만치 않았다.

도착해서 보니 20-30m 가량의 절벽에서 가운데로 폭포물이 흘러내리고
양쪽에는 튀긴 물들로 인해  
폭포하단은 수직의 고드름이
상단은 버섯형 얼음이 잘 형성되어 있었다.  

이 폭포는 춥기로 소문난 철원에 소재한데다
사방이 절벽들로 둘러싸여 있고  
거의 하루 종일 햇볕이 들지 않기 때문에
전국에서 제일 먼저 얼음을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절벽상단에 로프를 설치하고 조병현 형님이 하얀 빙벽을 제일 먼저 오른다.
뒤이어 한상연, 이순주 강사가 오르고......

비교적 적은 규모의 빙폭이지만 얼음이 아직 부실하고
최상단은 믹스등반 길인데 오버행에다 바일을 걸만한 데가 없어 모두 고전한다.  

기다리는 동안 새로 구입한 두툼한 우모복을 꺼내 입었는데도
몸이 사시나무 처럼 떨린다.  발도 몹시 시렵다.
빨리 내 차례가 왔으면............  

드디어 내 차례!
우모복을 벗고 조심스레 폭포 하단에 접근하는데
중앙부에서 쏟아져 내리는 물이 안경에 튀어 시작도 하기 전에 시야가 흐리다.

힘껏 아이스 바일을 스윙했더니 부실한 고드름이 후두둑~
“아이고! 어떻게 올라가지? 에이 모르겠다. 힘으로 밀어 부치자.”하는 생각으로
바일과 크램펀을 가급적 확실히 박고 오르기로 했다.

고드름이 부서지든 말든 여기저기 확실한 곳을 찾아 바일질을 하고
힘껏 크램펀으로 찍고 그럭저럭 수직의 하단부를 돌파하고 올라 서는데
아래에서는 폭포 부스러(?) 왔냐며 흉보는 소리.......
살살 좀 하란다. 그래도 안전이 최선(?)이다.

폭포 중단은 어느 정도는 비스듬한 경사인데다 여기저기 버섯모양으로
얼음이 얼어있어 바일 찍기도 좋아 상당히 안정적으로 돌파가 가능했다.  
그래도 내가 통과하면서 상당부분 파괴(?)했다.

문제는 상단부의 믹스등반길!
이미 안산암장에서 경로우대길 크랙을 믹스등반한 경험이 있지만
이곳은 슬랩이어서 바일을 지지할 만한 확실한 틈을 찾기 힘들다.

더구나 최상단부의 오버행은 최대의 크럭스!
이렇게 저렇게 자세를 취 해봐도 도무지 자세가 나오지 않는다.
자꾸 팔에 힘도 빠지고............

떨어졌어도 벌써 몇 번은 떨어졌을 건데
병현 형님이 팽팽하게 댕겨주는 톱로핑 자일에 기대어  
조금 쉬다가 다시 시도!
온몸을 다 써서 혼신의 노력으로 다시 공략해서 정상에 올라설 수 있었다.

헐떡~ 헐떡~ 헥헥......

성강사님 등반후 마지막으로 교장선생님의 화려한 빙벽 테크닉을 감상한 후
다시 한 번씩! 이번에는 모두 신기하게도 첫 번째보다 훨씬 수월하다.

빙판위에서 신비(?)롭게 맛있는 잡탕 김치찌개
(라면, 만두, 찬밥 심지어 각종 반찬종류까지 모두 부어 만드는 찌개로
상세한 비법은 절대 공개 불가!)를 끓여서
맛있게 점심식사를 했다. 커피도 한잔~

점심식사 후 각자 두 번씩 더 등반을 했는데
횟수를 더해 갈수록 자신감이 붙고 동작도 많이 유연해져

첫 번째 등반시간을 절반 이상 단축시킬 수 있었다.
시간이 갈수록 어느 정도 내 등반속도가 빨라지자
“완전히 빙벽 체질이네!”하며 여러분들이 격려해 준다.
- 하지만 이러한 격려를 뒤집어 생각하면  바위에서는 무척 헤매었다는 얘기.......

짧은 경험이었지만
“빙벽은 암벽보다 밸런스, 완력, 순발력 등 등반기술 면에서
훨씬 높은 수준을 요구하며
다음해 등반을 위한 힘과 기술, 응용력 향상에 최선이다“라는
빙벽에 대한 교장선생님의 평소 지론을 이해하기 충분했다.

추위가 고통스럽기는 하지만 뭐라고 할까?
- ‘매콤하지만 상큼한 와사비 맛’?
차가운 공기 속에서 얼음을 찍고 오르는 오름짓이 주는 희열을 맛보기 위해
충분히 감내할 만한 고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7시경 완전히 어두워져서야 장비를 정리하고 내려와 서울로 향했다.

빙벽등반이라는 새로운 세계를 경험케 해주신
교장선생님과 강사님들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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