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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거 북벽 (독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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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동욱 작성일05-03-28 11:37 조회3,55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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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거 북벽(北壁)

등산이라고 해야 겨우 배낭 메고 하루 걸이로 다녀오던 분들도 마음속으로는 까마득한 암벽을 타고 오르는 클라이머를 꿈꾸어 본 적이 있었을 것이다. 산 사진을 유심히 보는 습관이 있다면 분명 그 사람은 산의 매력을 아는 사람이다. 혹시, 시꺼먼 절벽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떡 버티고 선 모습을 보신 적이 있는가. 스위스 그린델발트(Grindelwald)의 \'아이거 北壁(해발 3970m, 직벽 1800m)\'은 에베레스트(해발 8884m) 보다 훨씬 낮지만 별명은 ‘죽음의 북벽’, ‘사람잡는 귀신’으로 불린다. 1936년 이전에는 그 누구도 도전하지 못했고 初登되기까지 9명이 목숨을 잃어야 했다. 먼저 간 등반가들이 조금씩 조금씩 확보해 간 루트가 初登의 영광을 이루게 했다. 이후 지금까지 50여명이 사망했다. 그 절벽을 한국 등반대가 최초로 정복한 때는 1979년이었고, 1981년에는 한국 팀이 정찰 삼아 서쪽 능선을 오르다 落雷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著者 정광식의 ‘아이거 북벽’은 바로 이 사고와 관련있다. 자신도 그 팀에 합류할 뻔했다가 직장에서 뉴욕 지사 발령이 나는 바람에 사고를 모면했기 때문이다. 어느 날 그는 미국 뉴욕의 사무실에서 한 장의 텔렉스를 받는다. 悲運의 친구들 소식이었다. 이후 정광식은 퇴근하면 아이거 북벽만을 생각했다. 방안의 벽이란 벽엔 온통 아이거 북벽의 확대한 사진들을 붙여 놓고 直壁 1800m를 어떻게 하면 정복하여 먼저 간 친구들의 복수를 해 줄까를 고민한다.  

정광식은 북벽을 오르기 위한 치밀한 준비과정부터 마침내 정상을 거쳐 내려오는 과정까지를 이 책을 통해 세세하게 기록해 놓았다. 클라이머들의 내면을 가감 없이 느낄 수 있고 힘든 코스에서 겪는 고통은 특별한 형용사가 없어도 독자의 가슴을 턱 하고 후려친다. 죽음의 공포가 언제 덮칠지 모를 아슬아슬함은 읽는 이의 눈앞에서 어른거릴 정도다.

나이를 먹더라도 한 권의 책을 통한 상상의 나래를 펼 수만 있다면 누구나 ‘아이거 북벽’에 두려운 매력을 느낄 수 있다. 바로 實錄文學이 갖는 힘일 것이다. 암벽등반에 無知한 사람들조차 읽기 쉽게 주요 등산용어들은 페이지마다 각주로 처리되어 있다. 또한 본문 뒤편에는 실제 등반 루트를 기록한 지도와 아이거 북벽의 세부 지도 및 역대 등반사고 현장 등이 그림으로 자세히 나와 있어 독자의 상상력을 도와준다.

더 재미있게 읽기 위해서는 뒤편에 실린 그림들을 복사해서 책상 앞에 붙여 놓고 이들이 벌인 死鬪의 현장을 따라가며 읽는 것이다. 책장을 덮을 때면 세속의 다사다난이 별 것도 아닌 것처럼 느낄 수 있으리라.


                                                                     이동욱 한국갤럽조사연구소 전문위원


서지사항
도사출판 경당 펴냄 (2003년 7월20일)
작가 정광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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