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벅대며 인수봉 첫 등반한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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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동욱 작성일05-04-12 19:08 조회3,549회 댓글0건본문
2005년 4월10일 새벽 두시 경에
40기 여러분의 단잠을 깨운 총무2 이동욱 입니다.
살다보면 어려운 일들이 한꺼번에 몰아칠 때가 있는 데,
4월10일은 정말 그랬습니다.
지난 주 교육을 마친 뒤 오른 쪽 가슴에 담이 걸려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야지 했지만, 업무가 바빠지는 바람에 늘 저녁이 되어서야
내일 병원가야지...하다가 주말을 맞았습니다.
게다가 비가 오더군요. 봄비에 젖어 본 경험있는 분들은 아실 겁니다.
아랫 이빨들과 윗 이빨들이 초당 15회를 다다다닥 부딪히는 소리...
신체가 체온저하를 막기 위해 자가발전하는 것이라는 데요,
그 고통은 한 겨울의 추위를 저리가게 만들죠.
단단히 준비해야 겠다는 생각에 배낭을 이리 저리 채웠습니다.
게다가 한 술 더 떠,
제가 아끼는 팬탁스 EZ -500( 필름 카메라죠)를 쑤셔 넣었습니다.
물론 촬영은 하지 않았지만 언젠간 바위를 하며 절묘한 앵글에 샷을 할 생각이
들었던 저는 한번 지고 가 보겠다는 결심을 한 겁니다.
(그날 제 배낭이 왜 그리 무식하게 컸는지 여러분들은 이제 아실 겁니다. 하지만 그때 이 말을 하면 왠지 한심한 넘이란 인상을 심어드릴까하여...ㅋㅋㅋ)
밤 열한시 쯤 집 부근에서 \'선거조사\'와 관련한 일을 하고 있는데, 교장선생님의 전화가
오더군요. 급히 연락해서 오전 8시에 집합토록 한 시간 연기한다고.
연락처는 사무실에 두고 왔고, 일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달리 방법이 없었죠.
1시 쯤 일을 마치고, 집에서 배낭을 차에 실은 뒤 회사로 출근 했습니다.
그리고 첫 통화가 1시 53분 부터 시작됐습니다.
마지막으로 총무1 윤귀희씨에게 전화로 잠을 깨운 뒤에 점심 도시락을 부탁했죠.
현장에 도착하자 비는 그치기 시작했습니다.
최악을 상정하고 꾸린 배낭에 대해 반성을 해야 하는지, 앞으로도 이렇게 미련하게
해야 하는지를 두고 고민했습니다(하산하면서도 정답은 못찾은 채 앞으로도 조금 미련하게 할 생각을 고수하기로 했습니다).
아침에 어프로우치 할 때 화장실을 들렀다가 일행을 놓쳤습니다.
부랴부랴 올라갔지만 어디로 가야 하는지 몰라 앞서가는 분들께 인수 A지점을 물어 겨우 여러분들과 함께 할 수 있었습니다.
큰 배낭에, 힘은 다 빠졌고, 졸음은 간간히 눈꺼풀을 누르는 상태로,
등반을 시작했는데...
1조 인수A 코스가 시작되는 지점은, \'인수봉 의대, 취나드 B\' 개념도를 참고해 보면,
우리는 취나드 B가 시작되는 지점에서 출발한 듯 싶습니다. 왼편으로 크랙을 두고 첫
볼트가 있는 곳에서 다시 왼쪽으로 올라 p톤까지 가는 코스인데, 의대 변형루트도 이 길을 택하는 군요.
오아시스에서 첫 피치 까지 인수A 코스는 크랙을 따라 직상하는데 비해, 어제 우리는 비가 온 바위라서 크랙 중간에 오른쪽으로 야간 오버행 된 곳으로 루트를 변형해 갔었죠. 이곳에서도 점프하는 부분이 나오는데, 중심이동법이 무척 유용했습니다. 그 보다 더 유용한 건 \'깡다구\'인데, 우리 40기의 큰 누님 김영아 기반장님의 자세는 압권이었죠.
아시다 시피, 3피치(정확하게는 오아시스 위로 2피치) 도중에
추락 한 번 먹었죠.
크랙이 슬랩처럼 묘하게 형성되어 있고 그 위로 올라 탄 다음에 크랙에 손을 걸고
올라가면 되는 데, 이 크랙의 모양이 들어갔다 나왔다 해서 발을 어떻게 어디로 접지시켜야 하는지 모르겠더라구요. 책에서 본 레이백도 여기서는 통하지 않는 듯 하고...
결국 버벅대다 추락해 버렸습니다.
마침 빌레이를 봐 주시던 교장 선생님께서
\"그래, 그래 괜찮아. 괜찮아\"하시는 부드러운 말씀이
무척 위안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다시 바위에 붙으려니
이번에는 뭔가가 제 등을 붙잡고 늘어지는 겁니다.
배낭일까? 아닐텐데? 한 세 번 정도 몸을 돌렸는데,
여전히 하늘만 보이더군요.
발 아래로는 쌍문동, 방학동 부근 아파트들이 보이고...
그날 아침 실족사고로 날아 든 헬리콥터도 떠오르고...
가만히 손을 허리 뒤로 넣어보았습니다.
그랬더니 왼쪽에 차고 있던 퀵드로우 한 세트가 크랙속에 꽉 끼인 채
나를 \'확보\'하고 있는 겁니다.
제가 이 순간 누구에게 감사를 드렸는지 여러분들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다시 오르면서 생각해 보면,
우리가 그간 배웠던 기술들이
10여 미터 마다 소용되면 참 좋을 텐데,
1-2미터 채 나가기도 전에 다른 자세로 전환해야 하더군요.
비로소 현장감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인수 A 코스는 제가 앞서 소개한 대로 1936년, 한국산악회 박순만씨가 개척한 곳으로
인수봉에서 유서 깊은 코스 중 하나죠.
이 루트를 오르면서 당시 개척한 박순만씨의 입장을 이해하려 노력해 보았습니다.
이해가 안되더군요. ^^. 아직 제가 암벽의 초년병이라 그럴 것 같습니다.
제가 추락을 먹었던 곳에서 40기 막내 유정균 군의 투혼이 1조 여러분의 가슴을 울렸죠.
하지만 끝내 우리와 함께 정상에 섰습니다.
이 글을 통해서나마 유정균 군의 투지에 갈채를 보내며, 그를 격려하고 이끌어 주신 교장선생님께도 감사드립니다. 근데 이녀석, 몸무게를 물어보니
\"재어 보지 않아서 잘 모르는 데요\"라고 하더군요.
이 친구, 하강할 때도 운이 나빠 자일이 옆 사람과 꼬이는 바람에 한 이십여 분 동안 매달려 있어야 했죠. 살다 보면 그럴 때도 있잖습니까. 그때마다 일어나 툭툭 털고 의연하게 걸어가는 모습이 아름답죠. (막내에게 박수를!!!)
이날 유정균 군을 도와주신 교장선생님 이하 강사님, 엘비 클럽 선배님들께 이 자리를 빌어 감사를 드립니다.
2피치 후에 만난 \'영자 크랙\'...
저는 \'영자\'란 글을 보고, 0 字라고 생각했는데...사실이더군요 ^^.
(혹시, 그게 아니고..하시는 분 중에, 性的인 표현을 사용하시는 분 계시는지요?
안계시죠? 계시다면...좀 야 한 분이십니다.ㅋㅋㅋ)
영자크랙 뒤편에 붙은 귀바위도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참기름 바위는 정말 희안하더군요.
눈으로 보면, 올록 볼록한 엠보싱은 물론, 발끝이 안전하게 들어갈 만한
스텐스도 분명 있었습니다. 저는 이 곳에서도 암벽화를 신고 탄산마그네슘가루도
듬뿍 묻힌 채 도전했는데...주--우--욱.
발이 들어가는 구멍조차 발을 밀어내고 있었습니다.
어떤 책에서 보니, 참기름 바위는 등산객들이 하도 많이 다녀 미끄러워 졌다는 표현이 있는데, 막상 올라와 보니 그 표현은 \'엉터리\'라는 걸 알았습니다.
대체 그 높은 곳까지 얼마나 사람들이 많이 다녔길래 바위가 미끄럽게 되었단 말인지, 그 말이 옳다면 바위는 아랫부분,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더 많이 모이는 곳부터 더 미끄러워야지, 정상 부근의 바위만 그렇게 닳아 빠질 수는 없잖습니까.
성길재 선생님께 여쭤 봤더니, 바위란 \'결\'이 있다는 말씀이었습니다. 즉, 참기름 바위는
바위 결이 우리가 진행하는 방향과 반대 방향, 즉 하단을 향하고 있다는 것이죠. 어두워 지고 정상에서 돌아가 볼 수도 없어서 성 선생님 말씀을 가장 합리적인 설명으로 받아들였습니다. 그리고 훗날, 다시 한번 참기를 바위를 찾아 이번에는 자세히 살펴 볼 생각입니다.
성 선생님은 \'전문가들은 손을 뻗어 홀드를 찾기 위해 바위결을 느껴서 판별한다\'고 하십니다. 근사하죠? 어떻게 하는 것인지 대충 알겠더군요. 엠보싱의 미세한 방향을 손바닥으로 감지하는 건데...
정상에서 무사히 하강한 뒤엔, 다시 총무 2로 돌아와야 했습니다.
제가 고생한 것은 없었습니다. 왜냐면,
권등 40기 여러분들께서 총무의 빌레이를 너무 잘 봐 주셨기 때문입니다.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그날 노래방에 참석하지 못한 채 저는 그만 회사로 와야 했습니다.
이번 국회의원 보궐 선거가 있는 데, 제가 아니면 잘 안되는 부분이 있어 전화 메시지로
호출이 \'극심\'했더랬습니다. 등산복 차림에 찬물로 세수 한번 하고, 5시 반 쯤 일을 마쳤죠. 그리곤 12시 까지 \'여관\'에서 \'홀로\' 잤는데,...카운터 아주머니께, \'혼자 자는데 깎아줘요\'했다가 ㅎㅎㅎ 그 아주머니 입이 걸더군요. \"깍긴 뭘 깍아줘요? X를?\" 하는 통에 그만 흥정은 깨졌습니다.
월요일 낮에 기상했지만 두통이 온 종일 떠나지 않았던 악몽같은 하루였습니다.
오늘이 화요일입니다. 몸은 서서히 정상 컨디션을 찾아 옵니다.
몸무게가 3kg가량 빠져 있더군요.
어제는 한 끼 밖에 못 먹었습니다. 과로가 겹치면
소화불량도 생기잖습니까.
하지만 다시 일어납니다.
아직 건장한 생명력이 있음을 확인하게 되어 더 없이 기쁘죠.
앞으로 남은 2주간, 모두 안전 등반 하시고,
밝고 건강한 모습으로 졸업장에서 웃음을 날릴수 있게 기도합니다.
다들 고생많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권등 40기
총무 이동욱 드림
40기 여러분의 단잠을 깨운 총무2 이동욱 입니다.
살다보면 어려운 일들이 한꺼번에 몰아칠 때가 있는 데,
4월10일은 정말 그랬습니다.
지난 주 교육을 마친 뒤 오른 쪽 가슴에 담이 걸려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야지 했지만, 업무가 바빠지는 바람에 늘 저녁이 되어서야
내일 병원가야지...하다가 주말을 맞았습니다.
게다가 비가 오더군요. 봄비에 젖어 본 경험있는 분들은 아실 겁니다.
아랫 이빨들과 윗 이빨들이 초당 15회를 다다다닥 부딪히는 소리...
신체가 체온저하를 막기 위해 자가발전하는 것이라는 데요,
그 고통은 한 겨울의 추위를 저리가게 만들죠.
단단히 준비해야 겠다는 생각에 배낭을 이리 저리 채웠습니다.
게다가 한 술 더 떠,
제가 아끼는 팬탁스 EZ -500( 필름 카메라죠)를 쑤셔 넣었습니다.
물론 촬영은 하지 않았지만 언젠간 바위를 하며 절묘한 앵글에 샷을 할 생각이
들었던 저는 한번 지고 가 보겠다는 결심을 한 겁니다.
(그날 제 배낭이 왜 그리 무식하게 컸는지 여러분들은 이제 아실 겁니다. 하지만 그때 이 말을 하면 왠지 한심한 넘이란 인상을 심어드릴까하여...ㅋㅋㅋ)
밤 열한시 쯤 집 부근에서 \'선거조사\'와 관련한 일을 하고 있는데, 교장선생님의 전화가
오더군요. 급히 연락해서 오전 8시에 집합토록 한 시간 연기한다고.
연락처는 사무실에 두고 왔고, 일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달리 방법이 없었죠.
1시 쯤 일을 마치고, 집에서 배낭을 차에 실은 뒤 회사로 출근 했습니다.
그리고 첫 통화가 1시 53분 부터 시작됐습니다.
마지막으로 총무1 윤귀희씨에게 전화로 잠을 깨운 뒤에 점심 도시락을 부탁했죠.
현장에 도착하자 비는 그치기 시작했습니다.
최악을 상정하고 꾸린 배낭에 대해 반성을 해야 하는지, 앞으로도 이렇게 미련하게
해야 하는지를 두고 고민했습니다(하산하면서도 정답은 못찾은 채 앞으로도 조금 미련하게 할 생각을 고수하기로 했습니다).
아침에 어프로우치 할 때 화장실을 들렀다가 일행을 놓쳤습니다.
부랴부랴 올라갔지만 어디로 가야 하는지 몰라 앞서가는 분들께 인수 A지점을 물어 겨우 여러분들과 함께 할 수 있었습니다.
큰 배낭에, 힘은 다 빠졌고, 졸음은 간간히 눈꺼풀을 누르는 상태로,
등반을 시작했는데...
1조 인수A 코스가 시작되는 지점은, \'인수봉 의대, 취나드 B\' 개념도를 참고해 보면,
우리는 취나드 B가 시작되는 지점에서 출발한 듯 싶습니다. 왼편으로 크랙을 두고 첫
볼트가 있는 곳에서 다시 왼쪽으로 올라 p톤까지 가는 코스인데, 의대 변형루트도 이 길을 택하는 군요.
오아시스에서 첫 피치 까지 인수A 코스는 크랙을 따라 직상하는데 비해, 어제 우리는 비가 온 바위라서 크랙 중간에 오른쪽으로 야간 오버행 된 곳으로 루트를 변형해 갔었죠. 이곳에서도 점프하는 부분이 나오는데, 중심이동법이 무척 유용했습니다. 그 보다 더 유용한 건 \'깡다구\'인데, 우리 40기의 큰 누님 김영아 기반장님의 자세는 압권이었죠.
아시다 시피, 3피치(정확하게는 오아시스 위로 2피치) 도중에
추락 한 번 먹었죠.
크랙이 슬랩처럼 묘하게 형성되어 있고 그 위로 올라 탄 다음에 크랙에 손을 걸고
올라가면 되는 데, 이 크랙의 모양이 들어갔다 나왔다 해서 발을 어떻게 어디로 접지시켜야 하는지 모르겠더라구요. 책에서 본 레이백도 여기서는 통하지 않는 듯 하고...
결국 버벅대다 추락해 버렸습니다.
마침 빌레이를 봐 주시던 교장 선생님께서
\"그래, 그래 괜찮아. 괜찮아\"하시는 부드러운 말씀이
무척 위안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다시 바위에 붙으려니
이번에는 뭔가가 제 등을 붙잡고 늘어지는 겁니다.
배낭일까? 아닐텐데? 한 세 번 정도 몸을 돌렸는데,
여전히 하늘만 보이더군요.
발 아래로는 쌍문동, 방학동 부근 아파트들이 보이고...
그날 아침 실족사고로 날아 든 헬리콥터도 떠오르고...
가만히 손을 허리 뒤로 넣어보았습니다.
그랬더니 왼쪽에 차고 있던 퀵드로우 한 세트가 크랙속에 꽉 끼인 채
나를 \'확보\'하고 있는 겁니다.
제가 이 순간 누구에게 감사를 드렸는지 여러분들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다시 오르면서 생각해 보면,
우리가 그간 배웠던 기술들이
10여 미터 마다 소용되면 참 좋을 텐데,
1-2미터 채 나가기도 전에 다른 자세로 전환해야 하더군요.
비로소 현장감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인수 A 코스는 제가 앞서 소개한 대로 1936년, 한국산악회 박순만씨가 개척한 곳으로
인수봉에서 유서 깊은 코스 중 하나죠.
이 루트를 오르면서 당시 개척한 박순만씨의 입장을 이해하려 노력해 보았습니다.
이해가 안되더군요. ^^. 아직 제가 암벽의 초년병이라 그럴 것 같습니다.
제가 추락을 먹었던 곳에서 40기 막내 유정균 군의 투혼이 1조 여러분의 가슴을 울렸죠.
하지만 끝내 우리와 함께 정상에 섰습니다.
이 글을 통해서나마 유정균 군의 투지에 갈채를 보내며, 그를 격려하고 이끌어 주신 교장선생님께도 감사드립니다. 근데 이녀석, 몸무게를 물어보니
\"재어 보지 않아서 잘 모르는 데요\"라고 하더군요.
이 친구, 하강할 때도 운이 나빠 자일이 옆 사람과 꼬이는 바람에 한 이십여 분 동안 매달려 있어야 했죠. 살다 보면 그럴 때도 있잖습니까. 그때마다 일어나 툭툭 털고 의연하게 걸어가는 모습이 아름답죠. (막내에게 박수를!!!)
이날 유정균 군을 도와주신 교장선생님 이하 강사님, 엘비 클럽 선배님들께 이 자리를 빌어 감사를 드립니다.
2피치 후에 만난 \'영자 크랙\'...
저는 \'영자\'란 글을 보고, 0 字라고 생각했는데...사실이더군요 ^^.
(혹시, 그게 아니고..하시는 분 중에, 性的인 표현을 사용하시는 분 계시는지요?
안계시죠? 계시다면...좀 야 한 분이십니다.ㅋㅋㅋ)
영자크랙 뒤편에 붙은 귀바위도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참기름 바위는 정말 희안하더군요.
눈으로 보면, 올록 볼록한 엠보싱은 물론, 발끝이 안전하게 들어갈 만한
스텐스도 분명 있었습니다. 저는 이 곳에서도 암벽화를 신고 탄산마그네슘가루도
듬뿍 묻힌 채 도전했는데...주--우--욱.
발이 들어가는 구멍조차 발을 밀어내고 있었습니다.
어떤 책에서 보니, 참기름 바위는 등산객들이 하도 많이 다녀 미끄러워 졌다는 표현이 있는데, 막상 올라와 보니 그 표현은 \'엉터리\'라는 걸 알았습니다.
대체 그 높은 곳까지 얼마나 사람들이 많이 다녔길래 바위가 미끄럽게 되었단 말인지, 그 말이 옳다면 바위는 아랫부분,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더 많이 모이는 곳부터 더 미끄러워야지, 정상 부근의 바위만 그렇게 닳아 빠질 수는 없잖습니까.
성길재 선생님께 여쭤 봤더니, 바위란 \'결\'이 있다는 말씀이었습니다. 즉, 참기름 바위는
바위 결이 우리가 진행하는 방향과 반대 방향, 즉 하단을 향하고 있다는 것이죠. 어두워 지고 정상에서 돌아가 볼 수도 없어서 성 선생님 말씀을 가장 합리적인 설명으로 받아들였습니다. 그리고 훗날, 다시 한번 참기를 바위를 찾아 이번에는 자세히 살펴 볼 생각입니다.
성 선생님은 \'전문가들은 손을 뻗어 홀드를 찾기 위해 바위결을 느껴서 판별한다\'고 하십니다. 근사하죠? 어떻게 하는 것인지 대충 알겠더군요. 엠보싱의 미세한 방향을 손바닥으로 감지하는 건데...
정상에서 무사히 하강한 뒤엔, 다시 총무 2로 돌아와야 했습니다.
제가 고생한 것은 없었습니다. 왜냐면,
권등 40기 여러분들께서 총무의 빌레이를 너무 잘 봐 주셨기 때문입니다.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그날 노래방에 참석하지 못한 채 저는 그만 회사로 와야 했습니다.
이번 국회의원 보궐 선거가 있는 데, 제가 아니면 잘 안되는 부분이 있어 전화 메시지로
호출이 \'극심\'했더랬습니다. 등산복 차림에 찬물로 세수 한번 하고, 5시 반 쯤 일을 마쳤죠. 그리곤 12시 까지 \'여관\'에서 \'홀로\' 잤는데,...카운터 아주머니께, \'혼자 자는데 깎아줘요\'했다가 ㅎㅎㅎ 그 아주머니 입이 걸더군요. \"깍긴 뭘 깍아줘요? X를?\" 하는 통에 그만 흥정은 깨졌습니다.
월요일 낮에 기상했지만 두통이 온 종일 떠나지 않았던 악몽같은 하루였습니다.
오늘이 화요일입니다. 몸은 서서히 정상 컨디션을 찾아 옵니다.
몸무게가 3kg가량 빠져 있더군요.
어제는 한 끼 밖에 못 먹었습니다. 과로가 겹치면
소화불량도 생기잖습니까.
하지만 다시 일어납니다.
아직 건장한 생명력이 있음을 확인하게 되어 더 없이 기쁘죠.
앞으로 남은 2주간, 모두 안전 등반 하시고,
밝고 건강한 모습으로 졸업장에서 웃음을 날릴수 있게 기도합니다.
다들 고생많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권등 40기
총무 이동욱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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