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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 다시 비워버린 그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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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인철(40기) 작성일05-04-25 10:32 조회2,91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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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9월...
직장을 옮기는 기간에 21일의 공백이 있었다.
10년동안 매일 아침 회사로 나서던 습관과
아침에 출근하지 않고 어슬렁 거리는 아빠, 아들의 모습을
처자식과 부모님께 보이기 싫어서
새벽 4시에 일어나 배낭을 꾸려 山으로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관악산, 청계산, 북한산, 도봉산, 수락산...
그리고 치악산과 설악산 까지...
18일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山을 올랐다...

나의 등산 이력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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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10월..
관악산 구세군 능선을 10분 정도 오르다가
심해진 허리 통증으로 한 걸음도 더 오를 수가 없었다.

등산로에 있는 어느 너른 바위를 부여안고
30분이면 오를 수 있는 연주대를 바라보면서
그것도 못 오르는 망가진 내 몸이 서글퍼 울었다.

지금도 그 바위 옆을 지날 때면 가슴이 뭉클하다..

* * * * * * * * * * * * * * * * * * * * *


2003년 5월 2일 13:30분..
바퀴 침대에 누워 수술실로 들어갔다.
춥다는 느낌이 들었고,
수술대 위에 엎드린 후 기억이 없다..

정신이 들었을 때에는
천장에 달린 형광등들이 미끄러 내려가고 있었다.

17년간 일상생활을 괴롭히던 디스크는 제거되었고,
두 개의 척추 받침과 네 내의 티타늄 나사가
허리에 박혔다.

두 달 동안 눕거나 서 있어야만 한다.
그리고 많이 걸어야 회복이 빠르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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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3월...
어느 등산학교에 입교했다.
백운대 슬랩에서 연습을 하고, 숨은벽/만경대/오봉을 오르고
설악산 \'한 편의 시를 위한 길\'에서 토왕폭을 내려다 보며
절경에 경악하고..
그리고 쉬운 루트인 \'비둘기 길\'로 인수봉에 처음 올랐을 때..
예상보다 덤덤했다.

* * * * * * * * * * * * * * * * * * * * * *


2005년 3월...
조언을 구하는 친구들에게 [권기열 등산학교]를 권했다.

개강 이틀 전...
어떤 데 인가 궁금해서 퇴근길에 안산에 들렸다.
구름낀 저녁시간에 안산 바위 아래에서 누군가의 말소리가
계속 들려왔다.

가만히 귀 기울이니 \'암벽의 난이도 등급\'에 대한 내용이였고
교육 중인 듯 싶어 멀찌막히 떨어져서 듣고만 있었다.
교육이 끝나고, 암장을 둘러보려는데
예의가 아닌 듯 싶어 먼저 인사부터 건냈다.

\'구경 좀 하러 왔습니다.\'...
권기열 교장선생님, 한상연 강사님
그리고 안원식 고문님과의 첫 대면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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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등]에 입교한다는 친구 4명 몰래
나 역시 등록했다.

그리고 3월 20일 새벽...
배낭을 꾸려 집합장소에 가니 모두들 \'왜 왔냐?\'고 의문을 가진다.
그냥.. \"격려해주러 왔다~\"고 했으나
교육생 출석 부르면서 들통났다.

\"애라~~ 이누마~~~\"

나의 두번째 등산학교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 * * * * * * * * * * * * * * * * * * * * * *


학교를 다니는 기간에는 6주 내내 등산학교 교육에 대한
생각만 가득하다.
집합시간에 지각할 까봐 밤잠을 설치기도 하고
교재와 홈페이지를 보면서 복습도 하고
부족하거나 적합하지 않던 장비를 개비해 나가고..

선등시험날의 긴장과 집중과 땀.. 그리고 희열을 느낀 후
드디어 졸업이다.

* * * * * * * * * * * * * * * * * * * * * *


기쁨 보다 허탈이다.
집중할 수 있는 과제가 없어졌다.

교육과정은 많은 시간과 노력을 요구하지만
해내야할 목표를 부여해준다.
그래서 살 맛이 나게 해준다.

동기들과도 이제 서로 조금씩 알 만 하니까
졸업이란다.  아쉽다.....

* * * * * * * * * * * * * * * * * * * * * *


이것은 분명하다.
짧은 기간 안에 등반력을 한 그레이드 올렸다.
같이 바위에 오를 수 있는 친구가 더 생겼다.
출신등산학교 이름 대면서 어깨에 힘줄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도 허전한 것은
이번 일요일에는 무엇을 해야 하느냐......... 이다.
물론, 잠시동안이겠지만.......



                                             강 인 철
                                             http://cafe.daum.net/Mountainclick



p.s.:  시간이 생기면
        일요일에 안산 교육장에 가봐야 겠다.
        일년 내내 교육 중인 곳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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