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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트 만들기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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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동욱 작성일05-05-02 23:59 조회2,75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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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끝내 볼트를 박고서 이제
스페너질을 할 차례가 되었는데,

상단 크렉 코스에서 흙이 비오듯 쏟아졌다. 초록의 잡풀도 포함됐다.
강인철의 흙파기 공사가 시작된 것이다.

그는 점심식사후 회사일을 보러 갔다가
얼렁뚱땅했는지, 제대로 했는지는 알 수가 없으나

네 시쯤 돼서 드링크 한 박스, 하드 다섯 개, 빵 세 봉지
기타 등등을 싸 들고 다시 나타났다.

그리고 상단으로 올라간 뒤
크랙을 화분삼아 잡풀들 무성하게 자란 \'화단\'을

야무지게 갈아엎기 시작했다.  
그 흙더미들이 \'신삥\'의 머리위로

야무지게 떨어져 내렸다.

이날 가장 늦게 하강한 친구가 강인철이었다.
그는

헤드랜턴을 켠 채 사린 자일 두 동을 어깨에 매고
무슨 게릴라 대장처럼 야밤 하강을 했다.

세 남자와 한 여자가
60 미터 벼랑의 3분의2를 개척한 날이었다.

윤씨 아줌마 핸드폰에선
\"엄마, 저녁 언제 먹어?\"라는 아이 소리가 들려왔고,

왠종일 매달려 있었던 \'신삥\'의 발가락들로부터
신발을 벗자마자 우두둑 뼈 씹는 소리가 들려왔다.

겨우 일 곱개 볼트를 박으며 이 고생을 했다는데,
권기열이란 사내는

무려 6백50개를 홀로 박아대며
세월을 씹어 삼켰다는 점.

혹자는
2540길이
개인이 만들고 싶어서 만드는 길이라 한다는데,

남을 위해 살아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아니, 타인이 자신을 위해 희생한 것을 한 번이라도 체험한 사람이라면
그런 말은 감히 하지 못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한 생을 살면서 사랑받지 못한 사람이거나
사랑하지 못한 사람은
욕심을 사랑으로 착각하고,
포만감에 취해 \'즐겁게\'살아가겠지만
뒷모습은 추해보이기 마련이다.

우리가 감히 남들에게 암벽등반을 한다고 말할 수 있다면, 그 전에
어느 벽이든, 거기서 어떤 볼트를 만날 때마다
그대의 생명을 위해 누군가가
이곳에서 아름다운 희생을 했다는 사실만 기억해 주고
감사해 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은 볼트는 세 개.
다음 날을 기약하며,

우리는 안산 암장을 터벅 터벅 걸어내려왔다.

\'신삥\'은
오늘이 \"권등학교 7주차 교육\"이었다고 생각했다.

-루트 만들기11 끝-.
다음 주에 루트 만들기 완성본을 올리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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