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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물길에서 일몰을 노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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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류재신 작성일05-05-21 15:14 조회3,20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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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장님이 제부도 해벽을 말씀하실 때마다 막연하게 해안선의 깎아지른 단애를
상상하곤 했습니다.그리고 제가 그곳에 가리라고는 생각도 못했습니다.

썰물의 한 때,바다는 풍요로운 경작지처럼 광활한 갯벌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 갯벌 한가운데에 솟대처럼 솟아오른 매바위의 자태가 심상치 않아 보입니다.
약간의 흥분과 동요가 뒤섞입니다.장비를 챙겨 동벽 아래에 서서 학교장님으로
부터 썰물길,밀물길,일몰길에 대한 루트 설명을 듣고 있으려니 슬그머니 겁이나고
마음은 무거워집니다.

하네스를 단단히 묶고 작은 후렌드 두개를 챙기고 여유분의 슬링과 퀵도르,그리고
도통 쓰지 않던 쵸크통까지 허리에 찹니다.문고문님께서 맨 왼편의 일몰길을 오르고
저는 중앙의 매바위 정상부까지 직상으로 이어지는 밀물길을 맡습니다.
상기된 목소리로 출발을 외치고 맨 하단의 바위턱을 올라섭니다.첫 볼트와 두번째
볼트의 행거를 관광객들이 장난하다 다칠까봐 빼놓아서 확보물 설치가 여의치 않습니다.
두 번째 볼트 옆의 크랙에 후렌드를 설치하는 방법밖에는 없어보입니다.
참으로 까마득하게 먼 두번째 볼트까지 가서 크랙에 후렌드를 쑥 집어 넣으니 다행이
낼름 받아서 꽉 물어 줍니다.바위도 오랫동안 외로웠나 봅니다.

퀵도르를 걸고 나니 비로소 안도감이 듭니다.
아래에서 보기 보다는 스탠스와 홀드가 나쁘지만은 않습니다.
약간 펼쳐진 듯한 디에드르 라서 몸을 밖으로 빼서 다리를 양쪽으로 길게 벌려 딛으니
발도 밀리지 않고 오버행 인데도 안정감이 있습니다.조정희 선생님의 응원에 힘입어
첫번째 테라스와 두번째 테라스를 힘겹게 오르고 나니 조금은 자신감이 생깁니다.

마지막 정상부 아래의 크럭스에 맞닥트렸습니다.
하켄 두개가 박혀있는 곳으로 직상해야 하는데 쉬워 보이지 않습니다.
학교장님께서 그 곳이 크럭스니까 잘해보라고 소리칩니다.
첫 하켄을 지나서 두번째 하켄의 왼쪽의 턱이 진 홀드에 왼발을 딛고 오른발도
올려 딛습니다.이제 마지막 한동작이 남았습니다.왼발을 조강지처 처럼 믿고
과감하게 오른발을 떼면서 중심을 옮겨 맨 위의 턱을 잡아채 올라야 하는데
쇳덩어리라도 매달아 놓은듯 오른발이 떨어지지 않습니다.마음은 5.13인데
몸은 5.7인 자의 비애가 기구하고 처연할 따름입니다.

바르르 떠는 애벌레처럼 몸은 몇 번의 경련을 일으키며 안간힘을 써보지만
오른발은 여전히 떨어지지 않습니다.결국 포기 해야 하나 봅니다.
오른쪽의 벌어진 바위쪽으로 몸을 옮겨서 올라 갑니다.
응원의 박수와 환호가 뒤따라 올라옵니다.

참으로 소중하고 귀한 경험이었습니다.
일일 관광객들이 사진이나 찍고 가는 외딴 바위섬을 눈여겨 보시고 바윗길을
개척하신 학교장님께 감사를 드립니다.부랴부랴 달려 오셔서 이것 저것 챙겨주고
응원해 주신 노경호 기반장님과 조정희 선생님의 고마우신 배려는 오랫동안 잊지
못할 것입니다.문종일 고문님,수고하셨습니다.선배님들과 동기들,그리고 평일반
후배님,여러분들 만큼 뜨겁게 달아오른 하루였습니다.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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