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 만에 찾은 안산암장에서 교장선생님이 연신 떠오른 이유 > 커뮤니티_게시판

본문 바로가기

커뮤니티

게시판

홈블릿커뮤니티 블릿게시판

간 만에 찾은 안산암장에서 교장선생님이 연신 떠오른 이유

페이지 정보

작성자 이동욱 작성일05-06-14 22:21 조회2,262회 댓글0건

본문

지난 연휴때 회사에서 제주도 한라산 워킹등반을 가는 바람에 안산암장을 한동안 찾지 못했습니다. 이번 주도 잘 못하면 또 그리될까 싶어, 동기생 윤총무를 전화로 작업하는 데 성공!, 오늘, 그러니까 6월 14일 오후 5시에 안산에 도착했지요.

하늘은 낮게 깔린 구름에서 하나 둘 빗방울을 흘리고, 안산 암장으로 어프로치 하는 길엔 땅거미와 함께 짙은 녹음 냄새만이 우리 두 사람을 반겼습니다.

약수터를 지나 대슬랩 앞 교장에 도착했을 무렵,
\'아, 왜 이렇게 작은지\'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문득 고개를 돌려 대슬랩, 18비를 둘러 보아도
모든 바위들이 작게 보이는 겁니다.

비가 슬금슬금 내리는 오후에
한때는 코흘리게 소년이었던 사내가 성큼 성장해 버린 채로
그가 다녔던 초등학교를 다시 찾아온 기분...

빗자루로 쓸었는지 의심스러울 만큼
우리가 학습받던 마당은 깨끗해져 있지만,
제 상념엔 교장선생님의 음성과 강사님들 그리고,
그리운 40기의 얼굴들이
하나 둘 스쳐 지나갔습니다.

이래서 교장 선생님의 얼굴이 떠오른 것만은 아닙니다.

윤 귀희씨의 자일과 제 자일을 연결해 일단 경로우대로 올랐습니다.
확보지점에 자일을 걸어두고 저와 윤귀희씨가 하강한 뒤
추석길에 도전했지요.

크럭스를 돌파하기 위해 손 발을 제 위치에 놓고
왼 쪽으로 몸을 움직여 중심이동 하면서 왼 손을 쭈 욱 뻗어보니...
어라 ?
있어야 할 깨알만한 홀드가 없네요?
비도 오는데, 손 바닥엔 잡히는 게 하나도 없는 겁니다.
이 난망함이 여지없이 교장선생님 얼굴을 떠올리게 만들더군요. ㅋㅋㅋ.

겨우 겨우 추석길을 돌파한 뒤
담배 한 대 태우고서 2학년 1반을 올라탔습니다.

하지만, 여기서도 홀드는 모두 사라지고 없었습니다.
그걸 확인하는 순간 순간 마다
권기열 교장선생님의 \'개구진 웃음\'이 떠오릅니다.

비가 그치기 시작할 무렵,
우리 두 사람은 나무 아래에서 지나간 권등 40기의 추억을
되짚어 보곤 했습니다.

저는 회사에서 10분, 어프로치 20분.
윤귀희씨는 집에서 10분, 어프로치 20분.

뭐, 동네 암장이나 다를 바 없는 셈이죠.

이 호젓한 암장에서 유부남과 우부녀가 비 맞아 가며  
자일을 감아 올리고, 바위를 타곤 한다는 것 자체가
행복이고 추억일 겁니다.

떠날 차비를 하며 다시 암장을 둘러 보니
여전히 암장은 조그마하게 웅크려 있습니다.
제가 큰 걸까요.아니면 제 눈이 잘못된 걸까요.

아무도 없는 교정에서 지난 날 겁먹으며 올랐던 슬랩들을 보는 지금
왠지 모를 쓸쓸함 한 무리가 제 갈비속을 해집고 가 버립니다.

\'가을잎 찬바람에 흩어져 날리는...잊을 수 없는 얼굴 얼굴 얼굴들\'
이 노래를 흥얼거리며 하산했습니다.

뒤돌아보면,  열정있는 사람만이 가장 아름답더군요.
그런 의미에서 다시 한번 교장 선생님이 또 올랐습니다.

늘 건강하시고...다시 뵙겠습니다.

40기 이동욱  드림.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커뮤니티_게시판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열람중 간 만에 찾은 안산암장에서 교장선생님이 연신 떠오른 이유 이동욱 2005-06-14 2262
5355 문제풀이 김윤삼 2005-06-14 2331
5354 너무 이쁜 나의 조카들 (사진) 장석진(42기) 2005-06-14 2520
5353 지난 겨울 덕유산에서 사랑하는 가족들과 (사진) 장석진(42기) 2005-06-14 3198
5352 처음으로 바위를 접했던 수리봉릿지 (사진) 장석진(42기) 2005-06-14 3215
5351 답변글 [re] 3주차 교육을 마치고 (중심이동법! 쥑이네요!!) 42기 황하수 2005-06-14 3317
5350 답변글 [re] 자신감으로 충만한 암벽 나채욱 2005-06-14 2324
5349 자랑스런 42기 분들에게 김윤삼 2005-06-13 3156
5348 3주차 교육을 마치고 (중심이동법! 쥑이네요!!) 장석진(42기) 2005-06-13 2251
5347 답변글 [re] 이대장님, 부끄럼없는 권등인이 되겠습니다. 장석진(42기) 2005-06-13 2059
5346 41기 선배님들, 고마워요!!! 장석진(42기) 2005-06-13 2951
5345 * 축 42기수들 야바위 * 이민자 2005-06-13 2079
5344 답변글 [re] 42기분들께 이호성(42기) 2005-06-13 3162
5343 답변글 [re] 자신감으로 충만한 암벽 황문희(41기) 2005-06-13 3121
5342 교육 3주차를 마치고,, 황하수 2005-06-13 2175
5341 이번주에도 어김없이 헤매고! 홍성철(42기) 2005-06-13 2214
5340 교장선생님께 이병욱 2005-06-13 2193
5339 42기분들께 이병욱 2005-06-13 2090
5338 자신감으로 충만한 암벽 41기 나채욱 2005-06-13 2539
5337 아나사지 암벽화를 찾습니다. 이은신 2005-06-13 2856
게시물 검색
상단으로 가기
서울시 종로구 종로36길 12  Tel. 02-2277-1776  HP. 010-2727-1776  Copyrightⓒ 2000~2015 권기열등산학교 All Right Reserved. Design by G2inet
랭크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