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인수봉에 오르는 날이다. 전날 직장 체육대회 행사로 온 몸이 피곤한 상태라 기상한 5시 부터 부담감이 밀려오고 있었다. 지난 야바위에서 암벽화가 너무 아파 발동작을 하지 못한게 내내 아쉬워서 이번에는 제대로 해 보겠노라고 \'악으로 깡으로 정신\'만 생각하며 도선사로 향했다.

어둠이 걷히고 일찍온 동기생, 선배님과 커피를 마시며 계속 설레이며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키려 애써 보았다. 참 이상한건 44기 선배님들을 보면 마음의 위안이 많이 된다. 교장선생님이 도착하셨다. 또 이상한건 교장선생님을 보면 그 카리스마에 정신이 번쩍든다. 마음속에선 \'오늘은 욕먹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이 들고.....

하루재를 지나자 땀이 이마에 맺히고 인수봉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 내 손과 발이 왜이리 부들부들 떨릴까\' 조편성이 이루어지고 인수 A길 1조에 속해 등반을 시작한다. 한발한발 올리며 내 생에 그렇게 떨어본 적이 진작엔 없었을거다. 몸은 떨리고 있었지만 학교에서 배운 내용과 짬짬이 예티 선배님들의 조언이 내 귓전을 스치고 있었고 확보지점이 다가 오고 있었다. 얼굴에선 닭똥 같은 눈물이 아닌 땀 방울이 흐르고 있었다.

1피치 2피치 3피치를 오를때마다 각기 다른 동작과 기술이 필요했다. 그리고 얇은 크랙을 오를때 발로 디디면 안에가 비어있는 퉁퉁 소리가 꼭 부서질수도 있을것 같다는 느낌을 주어 공포심이 더했고   그 공포심에 자꾸 붙잡기만 하려는 상황에서 사고의 전환으로 밀어야하는 구간과 크랙속으로 들어가지 말고 바깥쪽을 공략해야 한다는 장석진 선배님의 얘기가 들려왔다.

아래쪽을 내려다 보기가 너무 무섭지만 동기들의 빌레이를 잘 보기위해서 최선을 다해 자를 먹었다.  팔뚝 어깨근육이 많이 아파와서 짧은 순간에도 풋샵연습을 평소에 안한걸 후회했다.  유보현선배님이 너무도 무섭게 질책한다. 빌레이 연습 많이 해야겠다.

  마음 속에서 \'다왔어\' \'조금만 더 가자\'를 왜치며  작은 바위들을 올라가니 꿈에 그리던 인수봉 정상이었다. 감격의 순간  몇번 백운대에서 본 기억도 없는 오르지 못할 곳이라 생각하여  잘 쳐다 보지도 않았던 그곳인데  내가 그 정상에 서 있었다. 동기분이 감격의 눈물을 흘린다. 나도 마음속에선 눈물을 흘렸지만 눈과 입은 기쁨으로 웃고 있었다. 하강까지 동기들을 기다리는 시간은 길었지만 긴 시간 그곳에 머무르는 순간이 너무도 행복했다.

하강이 시작되고 어둠이 깔리며 야경 또한 볼 수 있었다.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60미터를 하강하는 순간에도 무서움과 바위를 느끼려하는 마음이 교차되고 있었고 종알종알 기쁜 마음으로 짐을 꾸리는 동기생들의 목소리가 가까와지고 있었다. 전원무사히 하강완료...역시 권등의 체계적인 교육의 힘과 팀웍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권등!!!!!화이팅!!!!!

끝으로 자랑스러운 45기 동기님들, 늘 고마운 예티클라이밍 선배님들, 미녀 한상연 이순주 강사님 그리고 존경하는 교장선생님 감사드립니다. 많이 보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