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감히 목발을 짚고 전당대회장을 다녀오다
페이지 정보
작성자 허용범 작성일08-07-04 12:01 조회2,673회 댓글0건본문
67기 기반장을 맡고 있는 허용범 입니다.
68기 후배님들이 올려놓은 등반후기들 읽으며 혼자 킬킬 거리다가 몇자 적습니다.
어제 한쪽 목발을 짚고 한나라당 전당대회장을 다녀왔습니다.
제가 그래도 경북 안동 지구당 위원장이다 보니, 어쩔 수 없이 가서 신성한 두표를 행사했죠. 안동에서 저의 \'추종세력\'(대의원) 30여명이 버스를 타고 올라오니 안나갈 수도 없고..
40기 이동욱 강사가 손수 저를 태워서 만남의 광장까지 가서 대의원들을 마중하고 함께 비빔밥 먹었습니다.
전당대회장에서 보는 사람마다 목발을 짚고 있는 저게 눈이 휘둥그래지더군요. \"왜 그러느냐\"고 묻길래, \"선거도 지고 신경질이 나서 다리 몽댕이 부러뜨려버렸다\"고 하고 말았습니다.
그걸로 이런 저런 대화를 하다가 암벽얘기로 이어지곤 했는데,
\"요즘 암벽등반의 사관학교라는 권기열 등산학교에서 암벽을 배우는데, 너무 재미있어서 까불다가 다리에 단순타박상을 입었다\"고 대답하곤 했습니다. 아마 우리 권등 선전도 좀 되었을 듯.
다들 나름대로 조언들을 하더군요.
\"바위 그거 조심해야해\"
\"그 나이에 왜 그런 걸 하느냐\"
\"정말 대단하다\"
등등...
하지만 저는 속으로 \"너희들이 바위를 아느냐\"고 조용히 충고하곤 했지요. 그보다 더한 위험, 보이지 않는 것들이 우리 주변엔 널려있는데, 그런 것은 위험하다 생각지 않고, 평생 시도도 안해본 바위는 위험하다 지레 짐작해 충고하다니...쩝
어떻든 박근혜 전 대표도 한마디 하시더군요. 예의 그 공주같은 목소리로,
\"아이고... 어쩌다 이러셨어요? 빨리 완쾌되세요\"
전 그저 웃고 말았죠.
집 소파에 누워 조용히 책을 보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심심하던 차에 우리 동기들에게 전화를 해봤는데, 참 골때리는 친구들이 너무 많다는 것을 새삼 알게 됐습니다.
68기가 따뜻한 안방에서 주말 야간등반을 걱정만 하고 있을 때, 누군가는 권등암장에서 야간등반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아시는지요?
그저께 아침 비가 추적추적 내리길래, 67기 의정부파의 거두 이주홍 동기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참고로 그 자는 권등에 들어온뒤 뒤늦게 바위와 심한 바람이 난 사내입니다. 그랬더니 글쎄 권등암장에서 침낭 뒤집어쓰고 자고 있지 뭡니까? 전날 오후에 와서 야간등반을 했다나...
기가 막힌 것은, 혼자도 아니고 그것도 세명이나. 역시 의정부파의 신예 정봉우 동기와 함께 전날 오후 이동욱 강사를 꼬셔내서 비박을 한 겁니다. 다 큰 사내 셋이 껌껌한 밤에 68기가 올라갈 루트를 각자 선등했다고 합니다. 그리고선 새벽에 내려와 그 와중에 밥해먹고 삼겹살 구워먹고 침낭깔고 자고 있다는 군요. 정말 못말리는 사내들...
그 행색이 어이가 없어서, 암장에서 멀지 않는 저희 집으로 불러 같이 짬뽕 곱배기 시켜 멕였습니다. 뭔가 전혀 새로운 것에 눈을 뜬다는 것은 이런 것인가... 나도 그렇게 새로운 것을 늘 목말라하며 살아왔는데...이제 도전의 성취감보다 두려움을 먼저 느끼는 것은 늙었다는 뜻인가... 친구들을 보내놓고 혼자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오늘 금요일. 아침에 다시 그 의정부파의 거두에게 전화를 해봤더니 기가 막힐 노릇입니다. 들려온 대답. \"저 우리 학교 암장인 권등암장에 있습니다!\"
미쳐도 단단히 미친 모양입니다. 바위가 그리도 좋은지... 교장선생님까지 거기에 합세.
제 다친 무릎때문에 교장선생님이 여러차례 전화를 걸어와 주셨습니다. 교육 때와는 전혀 다른, 자상하고 인정많은 교장선생님 입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제 무릎 상처, 그건 잘 낫고 있습니다.
아마 이번 주말에는 선등도 가능할 듯. (다음 한달 집에서 쉴 각오만 한다면..^^)
문제는 우리집 내무반장입니다.
\"뭔 사내가 그래? 우리 준강이도 가만히 참는데, 병원 떠나가라 소리를 지르고, 의사선생님을 노려보고...\"
제가 월요일 함께 정형외과에 진찰하러 갔다가 온 이후 이런 소리 늘 듣고 삽니다. 우리 집에 이동욱 이주홍 정봉우 세사람이 와서 후룩후룩 짬뽕 먹고 있는데, 또 그말을 하더군요. 쪽팔리게...
사실은 정형외과에서 주사 놓는 것을 보고 좀 아야-- 한 정도인데, 우리집 내무반장 말로는 병원이 떠나갈 정도였다니, 글쎄 어느쪽이 사실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그것때문에 지금까지 두고두고 씹히고 있습니다.
(참고로 우리 준강이는 둘째 아들로, 형보다 11살 어린 6살 유치원생입니다.)
상처야 단순타박상이니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낫는 것이지만,
교장 선생님의 말씀처럼, 저는 이 상처로 인해 참 귀중한 교훈을 얻고 있습니다.
바위 타면서 까불지 말것!
교장 선생님 가르쳐준것 늘 명심할 것!
권등 화이팅!
68기 후배님들이 올려놓은 등반후기들 읽으며 혼자 킬킬 거리다가 몇자 적습니다.
어제 한쪽 목발을 짚고 한나라당 전당대회장을 다녀왔습니다.
제가 그래도 경북 안동 지구당 위원장이다 보니, 어쩔 수 없이 가서 신성한 두표를 행사했죠. 안동에서 저의 \'추종세력\'(대의원) 30여명이 버스를 타고 올라오니 안나갈 수도 없고..
40기 이동욱 강사가 손수 저를 태워서 만남의 광장까지 가서 대의원들을 마중하고 함께 비빔밥 먹었습니다.
전당대회장에서 보는 사람마다 목발을 짚고 있는 저게 눈이 휘둥그래지더군요. \"왜 그러느냐\"고 묻길래, \"선거도 지고 신경질이 나서 다리 몽댕이 부러뜨려버렸다\"고 하고 말았습니다.
그걸로 이런 저런 대화를 하다가 암벽얘기로 이어지곤 했는데,
\"요즘 암벽등반의 사관학교라는 권기열 등산학교에서 암벽을 배우는데, 너무 재미있어서 까불다가 다리에 단순타박상을 입었다\"고 대답하곤 했습니다. 아마 우리 권등 선전도 좀 되었을 듯.
다들 나름대로 조언들을 하더군요.
\"바위 그거 조심해야해\"
\"그 나이에 왜 그런 걸 하느냐\"
\"정말 대단하다\"
등등...
하지만 저는 속으로 \"너희들이 바위를 아느냐\"고 조용히 충고하곤 했지요. 그보다 더한 위험, 보이지 않는 것들이 우리 주변엔 널려있는데, 그런 것은 위험하다 생각지 않고, 평생 시도도 안해본 바위는 위험하다 지레 짐작해 충고하다니...쩝
어떻든 박근혜 전 대표도 한마디 하시더군요. 예의 그 공주같은 목소리로,
\"아이고... 어쩌다 이러셨어요? 빨리 완쾌되세요\"
전 그저 웃고 말았죠.
집 소파에 누워 조용히 책을 보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심심하던 차에 우리 동기들에게 전화를 해봤는데, 참 골때리는 친구들이 너무 많다는 것을 새삼 알게 됐습니다.
68기가 따뜻한 안방에서 주말 야간등반을 걱정만 하고 있을 때, 누군가는 권등암장에서 야간등반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아시는지요?
그저께 아침 비가 추적추적 내리길래, 67기 의정부파의 거두 이주홍 동기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참고로 그 자는 권등에 들어온뒤 뒤늦게 바위와 심한 바람이 난 사내입니다. 그랬더니 글쎄 권등암장에서 침낭 뒤집어쓰고 자고 있지 뭡니까? 전날 오후에 와서 야간등반을 했다나...
기가 막힌 것은, 혼자도 아니고 그것도 세명이나. 역시 의정부파의 신예 정봉우 동기와 함께 전날 오후 이동욱 강사를 꼬셔내서 비박을 한 겁니다. 다 큰 사내 셋이 껌껌한 밤에 68기가 올라갈 루트를 각자 선등했다고 합니다. 그리고선 새벽에 내려와 그 와중에 밥해먹고 삼겹살 구워먹고 침낭깔고 자고 있다는 군요. 정말 못말리는 사내들...
그 행색이 어이가 없어서, 암장에서 멀지 않는 저희 집으로 불러 같이 짬뽕 곱배기 시켜 멕였습니다. 뭔가 전혀 새로운 것에 눈을 뜬다는 것은 이런 것인가... 나도 그렇게 새로운 것을 늘 목말라하며 살아왔는데...이제 도전의 성취감보다 두려움을 먼저 느끼는 것은 늙었다는 뜻인가... 친구들을 보내놓고 혼자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오늘 금요일. 아침에 다시 그 의정부파의 거두에게 전화를 해봤더니 기가 막힐 노릇입니다. 들려온 대답. \"저 우리 학교 암장인 권등암장에 있습니다!\"
미쳐도 단단히 미친 모양입니다. 바위가 그리도 좋은지... 교장선생님까지 거기에 합세.
제 다친 무릎때문에 교장선생님이 여러차례 전화를 걸어와 주셨습니다. 교육 때와는 전혀 다른, 자상하고 인정많은 교장선생님 입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제 무릎 상처, 그건 잘 낫고 있습니다.
아마 이번 주말에는 선등도 가능할 듯. (다음 한달 집에서 쉴 각오만 한다면..^^)
문제는 우리집 내무반장입니다.
\"뭔 사내가 그래? 우리 준강이도 가만히 참는데, 병원 떠나가라 소리를 지르고, 의사선생님을 노려보고...\"
제가 월요일 함께 정형외과에 진찰하러 갔다가 온 이후 이런 소리 늘 듣고 삽니다. 우리 집에 이동욱 이주홍 정봉우 세사람이 와서 후룩후룩 짬뽕 먹고 있는데, 또 그말을 하더군요. 쪽팔리게...
사실은 정형외과에서 주사 놓는 것을 보고 좀 아야-- 한 정도인데, 우리집 내무반장 말로는 병원이 떠나갈 정도였다니, 글쎄 어느쪽이 사실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그것때문에 지금까지 두고두고 씹히고 있습니다.
(참고로 우리 준강이는 둘째 아들로, 형보다 11살 어린 6살 유치원생입니다.)
상처야 단순타박상이니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낫는 것이지만,
교장 선생님의 말씀처럼, 저는 이 상처로 인해 참 귀중한 교훈을 얻고 있습니다.
바위 타면서 까불지 말것!
교장 선생님 가르쳐준것 늘 명심할 것!
권등 화이팅!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