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봉 이야기 3 (68기를 위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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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동욱 작성일08-07-09 02:54 조회3,223회 댓글0건본문
인수봉을 처음 오르는 사람들은
\'어떻게 바위가 이처럼 요상스럽게 생겨먹었나\'하는 심정을 갖곤 합니다.
한 발 한 발 딛는 곳마다
인간을 쉽게 통과시켜주지 않겠다는 듯
몸을 이리 저리 비틀고 손과 발로 균형을 맞춰야만
한 폭씩 올려 주곤 합니다.
그만큼 바위가 변화무쌍하게 생겼지요.
지난 주말에 올랐던 권등 암장의 정면 바위 쪽 보다는
열 배 정도 쉽습니다.
최소한 발 디딜 곳이나 손 잡을 만한 곳은 있으니 말입니다.
한 번만 오르면 누구나 알 수 있는 \'참기름 바위\'도 재미있습니다.
정상 바로 아래에 위치한 이 바위에
저는 무척 궁금증을 갖고 있었습니다.
너무 미끄러워 붙은 이름인데
정말 어떻게 디뎌도
바위가 사람을 밀어내 버리곤 하지요.
이에 대한 일반적인 설명으로는
\'하도 사람들이 많이 붙다 보니 바위가 닳아서\' 입니다.
허나
제가 관찰해 본 결과
통설은 통설일 뿐, 정설은 아니었습니다.
사람이 많이 붙기로는
하단이 상단보다 훨씬 더 심함에도 불구하고
유독 정상 바로 아래의 한 바위만 미끄러움이 심하다는 데
반론의 여지가 있는 거지요.
실제로 가만 살펴보니
특이하게 바위의 결이 아래로 향하고 있는 겁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바위의 결들이 일정하게 한 방향(수평)으로 나 있습니다.
그러니 대충 디디면 결따라 흘러 미끌어질 수밖에 없지요.
인수를 처음 오르는 분들이 한결같이 감탄사를 내 지르는 곳이
\'영자 바위\'입니다.
아마 68기 여러분도 예외는 아닐 거라고 예상해 봅니다.
뭐 이런 말들을 하지요.
\'어쩌면 이렇게 생겼냐\'
\'왜 영자바위인지 알겠다 흐흐흐...\'
\'그 영자가 그 영자냐?!\'
\'숫자 영자 아님 사람 영자?\'
...
오를수록 인수 바위에 대한 궁금증이 새록새록 생겨서 자료를 좀 챙겨 보았습니다.
우리가 오를 인수봉은 지금부터 한 2억3천만 년 전부터 6천5백만년전에 용암이 서서히 식어 형성된 바위입니다. 공룡이 살고 바다에선 상어가 이미 2억년을 살아 온 시절. 그러나 인간은 나타날 기미도 없던 시절 입니다.
우리 인류가 등장한 게 겨우 백만년 전이니...
지질시대로 말하면 중생대에 태어난 바위입니다.
처음엔 지하 10km정도 아래에서 용암이 서서히 식어가면서 석영(유리와 비슷하지요)과 장석(붉은 색을 띱니다)들로 뭉쳐졌습니다.
영자바위의 모양들은 마그마가 식으면서 생겨난 것임을 짐작할 수 있을 겁니다.
땅 속에 있던 이 \'덩치\'는 그 후 서서히 융기하면서 지표면으로 올라왔지요.
중생대 무렵엔 지구상의 대륙도 두 조각으로 나뉘어져 있었을 때인데
그 후 대륙이동이 진행되는 가운데 여러번의 충격(지진)으로 인해 평지보다 훨씬 높게 솟아나기 시작했을 겁니다.
바위가 지표면에 드러나면 풍화작용과 침식작용에 의해 많이 변형됩니다.
바람에 의해 깎이는 풍화가 슬랩면을 만든다면, 반복해서 얼고 녹는 과정이 크랙을 만듭니다.
교장 선생님께서 가르쳐 주신 등반법들을 바로 그런 슬랩과 크랙에 적용하는 거지요.
인수A 루트 중간 쯤엔 \'덧장 바위\'라 불리는 얇은 크랙판이 있습니다.
거의 뜯겨져 나갈 것처럼 그러나 아직은 건재한 이 바위는 박리작용으로 바위가 얇은 판처럼 쪼개진 것입니다.
모든 봉우리들이 높은 곳으로 갈 수록 크랙과 침니가 발달하는 것은 박리작용으로 인한 \'판상 절리\'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그럼, 인수봉이 수천만년 전부터 지금처럼 생겨먹은 것이냐 하면 그렇지는 않은 듯 합니다.
동국여지승람에 따르면
\'고려 예종 원년(서기 1106년)에 두 차례, 조선 선조 30년(1597년)에 한 차례의 큰 지진으로 인해 \'인수봉이 무너져\' 지금의 모습을 하게 됐다.\' 고 적혀 있습니다.
그렇다면 지진이 나기 전 인수봉은 지금보다 훨씬 완만했을 거라는 추측이 가능해 지지요,
정상에 올라가면
고인돌이라 불리는 묘한 돌 움막이 나타납니다.
그 속엔 마애불을 닮은 불상이 새겨져 있었다고 하는 목격담만 남아 있습니다.
제 생각입니다만,
이 흔적들은
지진이 일어나기 전,
불교가 융성했던
고려시대의 조상님들이
다녀간 흔적이 아닐까 짐작해 봅니다.
하여간,
68기 여러분.
2억3천만년 전에 태어난 바위를
직접 밟아 보기 위하여
컨디션 조절
잘 하시고,
교장 선생님께서
가르쳐 주신 내용을 잘 기억하시면서
일요일 아침에 뵙기를 희망합니다.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슬랩 등반의 명가 - 권등
40기 이동욱 올림
\'인생은 약간의 돈과 용기만 있으면 충분하다\'
-찰리 채플린-
\'어떻게 바위가 이처럼 요상스럽게 생겨먹었나\'하는 심정을 갖곤 합니다.
한 발 한 발 딛는 곳마다
인간을 쉽게 통과시켜주지 않겠다는 듯
몸을 이리 저리 비틀고 손과 발로 균형을 맞춰야만
한 폭씩 올려 주곤 합니다.
그만큼 바위가 변화무쌍하게 생겼지요.
지난 주말에 올랐던 권등 암장의 정면 바위 쪽 보다는
열 배 정도 쉽습니다.
최소한 발 디딜 곳이나 손 잡을 만한 곳은 있으니 말입니다.
한 번만 오르면 누구나 알 수 있는 \'참기름 바위\'도 재미있습니다.
정상 바로 아래에 위치한 이 바위에
저는 무척 궁금증을 갖고 있었습니다.
너무 미끄러워 붙은 이름인데
정말 어떻게 디뎌도
바위가 사람을 밀어내 버리곤 하지요.
이에 대한 일반적인 설명으로는
\'하도 사람들이 많이 붙다 보니 바위가 닳아서\' 입니다.
허나
제가 관찰해 본 결과
통설은 통설일 뿐, 정설은 아니었습니다.
사람이 많이 붙기로는
하단이 상단보다 훨씬 더 심함에도 불구하고
유독 정상 바로 아래의 한 바위만 미끄러움이 심하다는 데
반론의 여지가 있는 거지요.
실제로 가만 살펴보니
특이하게 바위의 결이 아래로 향하고 있는 겁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바위의 결들이 일정하게 한 방향(수평)으로 나 있습니다.
그러니 대충 디디면 결따라 흘러 미끌어질 수밖에 없지요.
인수를 처음 오르는 분들이 한결같이 감탄사를 내 지르는 곳이
\'영자 바위\'입니다.
아마 68기 여러분도 예외는 아닐 거라고 예상해 봅니다.
뭐 이런 말들을 하지요.
\'어쩌면 이렇게 생겼냐\'
\'왜 영자바위인지 알겠다 흐흐흐...\'
\'그 영자가 그 영자냐?!\'
\'숫자 영자 아님 사람 영자?\'
...
오를수록 인수 바위에 대한 궁금증이 새록새록 생겨서 자료를 좀 챙겨 보았습니다.
우리가 오를 인수봉은 지금부터 한 2억3천만 년 전부터 6천5백만년전에 용암이 서서히 식어 형성된 바위입니다. 공룡이 살고 바다에선 상어가 이미 2억년을 살아 온 시절. 그러나 인간은 나타날 기미도 없던 시절 입니다.
우리 인류가 등장한 게 겨우 백만년 전이니...
지질시대로 말하면 중생대에 태어난 바위입니다.
처음엔 지하 10km정도 아래에서 용암이 서서히 식어가면서 석영(유리와 비슷하지요)과 장석(붉은 색을 띱니다)들로 뭉쳐졌습니다.
영자바위의 모양들은 마그마가 식으면서 생겨난 것임을 짐작할 수 있을 겁니다.
땅 속에 있던 이 \'덩치\'는 그 후 서서히 융기하면서 지표면으로 올라왔지요.
중생대 무렵엔 지구상의 대륙도 두 조각으로 나뉘어져 있었을 때인데
그 후 대륙이동이 진행되는 가운데 여러번의 충격(지진)으로 인해 평지보다 훨씬 높게 솟아나기 시작했을 겁니다.
바위가 지표면에 드러나면 풍화작용과 침식작용에 의해 많이 변형됩니다.
바람에 의해 깎이는 풍화가 슬랩면을 만든다면, 반복해서 얼고 녹는 과정이 크랙을 만듭니다.
교장 선생님께서 가르쳐 주신 등반법들을 바로 그런 슬랩과 크랙에 적용하는 거지요.
인수A 루트 중간 쯤엔 \'덧장 바위\'라 불리는 얇은 크랙판이 있습니다.
거의 뜯겨져 나갈 것처럼 그러나 아직은 건재한 이 바위는 박리작용으로 바위가 얇은 판처럼 쪼개진 것입니다.
모든 봉우리들이 높은 곳으로 갈 수록 크랙과 침니가 발달하는 것은 박리작용으로 인한 \'판상 절리\'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그럼, 인수봉이 수천만년 전부터 지금처럼 생겨먹은 것이냐 하면 그렇지는 않은 듯 합니다.
동국여지승람에 따르면
\'고려 예종 원년(서기 1106년)에 두 차례, 조선 선조 30년(1597년)에 한 차례의 큰 지진으로 인해 \'인수봉이 무너져\' 지금의 모습을 하게 됐다.\' 고 적혀 있습니다.
그렇다면 지진이 나기 전 인수봉은 지금보다 훨씬 완만했을 거라는 추측이 가능해 지지요,
정상에 올라가면
고인돌이라 불리는 묘한 돌 움막이 나타납니다.
그 속엔 마애불을 닮은 불상이 새겨져 있었다고 하는 목격담만 남아 있습니다.
제 생각입니다만,
이 흔적들은
지진이 일어나기 전,
불교가 융성했던
고려시대의 조상님들이
다녀간 흔적이 아닐까 짐작해 봅니다.
하여간,
68기 여러분.
2억3천만년 전에 태어난 바위를
직접 밟아 보기 위하여
컨디션 조절
잘 하시고,
교장 선생님께서
가르쳐 주신 내용을 잘 기억하시면서
일요일 아침에 뵙기를 희망합니다.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슬랩 등반의 명가 - 권등
40기 이동욱 올림
\'인생은 약간의 돈과 용기만 있으면 충분하다\'
-찰리 채플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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