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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등반과 마음 등반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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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동욱 작성일08-09-29 15:45 조회1,71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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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마음과 생각의 차이에 관하여

제비 다리를 고쳐 준 흥부와 놀부의 간격을 아시는지요.

흥부는 다리 다친 제비의 고통을 ‘심안’으로 보고
자신의 고통과 동일시 한 뒤 다리를 고쳐 주었습니다.
그랬더니 흥부는 행복해 졌습니다.
흥부는 \'마음\'으로 제비 다리를 고쳐 준 것입니다.

현실에서는 이런 사람들이 행복하게 삽니다.
재물이 없어도 행복하며
명예가 없다고 기죽지도 않고
권력이 없다고 소외감을 느끼지도 않습니다.

항상 감사할 곳을 찾고, 고마워할 줄 알고, 고마운 사람들을 소중하게 여기며
봉사할 일을 찾고, 남을 위한 삶이 자신을 위한 삶임을 알고,
가까운 사람들일수록 자상하게 배려하며 삽니다.
이런 사람들이 건강하게 살며 아름답게 삽니다.

이렇게 행복하게 살면
때때로 재물도 모이고 명예도 얻으며 기회가 닿으면 권력도 얻을 수 있습니다.


놀부는 흥부가 행복해 진 것을 \'육안\'으로 관찰했습니다.
그 결과,
\'제비의 부러진 다리를 고치면 제비가 행복하게 해 준다\'는
\'비법\'을 발견합니다.

그리고 \'비법\'을 실천하지만
놀부는 행복할 수 없었습니다.

현실에서는 이런 사람들이 \'무척 애를 쓰며\' 살아갑니다.
늘 부족하고, 늘 불만이며, 늘 욕심을 부립니다.
그래서 겉보기에 이런 사람들이
재물도 많고 명예도 있으며 권력도 손에 쥡니다.
그러나 불행과 동거를 하며 삽니다.

이런 사람들이 항상 정신질환과 유사한 병과 싸우며,
화려한 옷과 화장품의 힘으로 아름다워지려 애쓰며 삽니다.

이것이 바로 마음과 생각의 차이 입니다.


2. 생각 등반과 마음 등반

등산학교 강사를 하면 교육생들의 내면을 조금씩 보게 됩니다.
중뿔난 재주가 있어서 그런 게 아니고
교육생들의 행동을 멀찌감치서 보면 그 사람의 무의식이 읽혀지기 때문일 겁니다.

동기생끼리 등산하는 데
하나라도 더 무거운 짐을 져서 동기생들을 배려하려는 사람이 있습니다.
무슨 일이 터지면 남들보다 더 빨리 비용을 지불하려 합니다.
흥부의 마음으로 등반하는 분입니다.

동기생들이 자일을 나눠 들기 시작하는 데
일부러 딴 일을 만들어 주물럭거리다
자신이 들고 갈 자일이나 짐이 없기를 기다립니다.
비용이 발생하면 무엇보다 골치아픈 일로 여깁니다.
놀부의 생각으로 등반하는 분입니다.

졸업후 등반모임을 찾는데
자신의 그 무엇을 기꺼이 희생하면서 배워야 한다는 자세로
모임을 찾는 사람이 있습니다.
흥부의 마음으로 등반하는 분입니다.

졸업후 등반 모임을 찾는데
등반 잘 하는 사람을 따라 가려 애씁니다.
쉽고 값싸게 등반 기술만 배우자는 \'비결\'을 애용하는
놀부의 생각으로 등반하는 분입니다.


3. 생각으로 등반하는 사람과
    마음으로 등반하는 사람

생각으로 등반하는 사람들은
등반 기술에만 관심이 있습니다.
오직 남들에게 등반을 잘하는 사람으로 남고자 하는 욕심만 있습니다.
그 욕심을 위해서는 무엇을 희생해도 괜찮다는 사람들입니다.
이런 사람들은 타인을 위한 빌레이를 하찮게 여기고,
자신을 위한 빌레이에는 무진장 신경을 씁니다.


마음으로 등반하는 사람들은
등반기술은 물론이지만 그 기술을 체득하는 마음자세에 관심이 더 있습니다.
만에 하나 있을까 말까한 안전사고에 항상 유의하면서
기술을 연마하는 균형감각을 유지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합니다.
이런 사람들은 선등자의 용기를 익히 알면서도
타인을 위한 빌레이에 무한한 관심을 갖습니다.


생각으로 등반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하면 쉽고 편하고 안전하고 그리고 값싸게
등반기술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까에 많은 고민을 할애하며,
그것이 성공했을 때 자신의 생각에 감탄하는 자뻑을 합니다.

마음으로 등반하는 사람들은
힘들어야 배우게 되는 것이고, 대가없이 얻을 수 없으며,
사람이 함께 한다는 것만으로도 기뻐할 줄 알고,
자신으로 하여금 타인들이 안전등반 하게 되었음을 자랑으로 여깁니다.


생각으로 등반하는 사람들은
오직 높은 곳을 올랐다는 기록에만 관심이 있습니다.
기록을 남기기 위해 온갖 장비에 눈독을 들이고,
크럭스를 돌파하는 요령과 몸 만드는 기술,
그리고 자신의 욕심을 실현하기 위해 남들을 끌어들여
산악회를 조직하는 재주를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생각으로 등반하는 사람들은
멀리 보지 못하고, 아름다움을 알지 못하며, 여러 조직을 전전하던가
혹은 여러 조직을 만들거나 거느리곤 합니다.
이런 사람들은 등반을 마치고 나면 정신적 허기를 느껴 다시금 산을 찾는
중독 증세를 보입니다.
그리고 종국에는 사고를 당하던가 아니면 등반장비를 창고에 처박아 버립니다.


마음으로 등반하는 사람들은
멀리 볼 줄 알며, 아름다움을 알고,
오직 마음이 닿는 하나의 조직에서 자일을 함께 맵니다.
이런 사람들은 한 피치의 등반을 하고 나더라도
그 등반을 통해 새롭게 깨달은 것을 소중하게 여기기에
정신적 충만감을 얻고 돌아갑니다.
그리고 하늘이 허락한 육체적 효용기간 동안
항상 마음 맞는 동료와 함께 확보줄을 매며 삽니다.

생각으로 등반하는 사람들의 등반력은
마음으로 등반하는 사람들의 등반력보다
빨리 늡니다.
그리고 오래 못 갑니다. 평균 3년 갑니다.
그의 배낭 속에는
등반기술과 요령과
세상을 쉽게 사는 방법 등 자잘한 것들이 들어 있습니다.

마음으로 등반하는 사람들은
쉽게 발견되지는 않지만
등반력이 천천히 늘고
아주 아주 오래 갑니다.
그의 배낭 속에는
깨달음으로 얻은 환희에 찬 기억들이 가득해서
살다가 어려운 크럭스를 만났을 때
이 기억들을 꺼내 삶의 힘으로 환원시킵니다.


4. 권기열 등산학교는,
놀부의 생각과는 달리
흥부의 마음으로 등반하는 사람들을 길러내고자 애쓰고 있습니다.

그러나,
학생들의 생각과 마음까지 교장 선생님과 강사들이 어찌할 도리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생각과 마음은 본인이 소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여,
등반기술 중심으로 교육이 이루어지지만
교장 선생님은 강의 중간 중간의 행간을 이용해
흥부의 마음을 전해주기 위해 부던히 애를 쓰십니다.

권기열 등산학교가
단순히 등반 기술자를 양성하는 양성소인지
등반 철학을 깨우쳐 주는 진정한 학교인지는
오직
교육생 여러분들에게 달려 있습니다.

인수봉 등정을 축하드리며
등반과 함께
많은 깨달음이 그대 품에 가득하길 기원합니다.


슬랩 등반의 명가 - 권기열 등산학교
40기 이동욱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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