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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등 3차 교육을 마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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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서철화(71기) 작성일08-10-20 14:06 조회2,44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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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 교육을 마치고

온몸이 천근만근 무겁다. 손끝에서 발끝까지 쑤시고 결리고 아프지 않은 곳이 없다. 여기저기 까져  가벼운 상처가 생겼다. 추락연습을 하면서는 부딪혀 멍이 들고 아파왔다. 평소 운동을 거의 하지 않았던 나에게 권등에 입교한 이후 1주차 교육, 2주차교육을 마치고서도 여기저기 몸이 쑤시고 근육통이 며칠씩 계속됐었다. 어제는 권등에 입교한 후 최고 강도의 교육을 받은 것 같다. 아니 이건 교육이 아니라 차라리 특공훈련이었다.

남자 분들 중에 군대에서 특전사 해병대를 마친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런 분들이 권등에 입교해서 3차 야간암벽교육을 받는다면 어떻게 느낄지 모르겠지만 어찌되었던 특공훈련을 받아보지는 않았지만 나또한 군대를 마친 대한민국의 남자다.(방위 받았냐고 물어보지는 마세요^^) 거의 20여년이 지났지만 아마 그때는 모든 남자들이 젊음만이 주는 패기와 배짱과 오기로 군생활을 버텼을 것이다. 그건 그렇다 치고 군생활을 경험하지 않은 여성분들은 어땠을까 ? 이런 궁금증이 생긴다. 어제 함께 교육받았던 71기 울 동기 여성분들 참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여전사가 따로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어찌되었던 어제 교육은 나에게는 특공훈련이나 다름없었다. 매트리스를 깔고 침낭 속에서 취한 수면시간 2시간을 빼면 거의 25시간을 암장에서 바위와의 치열한 훈련을 치른 셈이다. 교육을 마치고 뒤풀이에서 울 71기 동기분중 김두성 선생님과 이병우 선생님은 이건 총과 실탄만 주지 않을 뿐이지 영화 실미도의 특수요원과 다름없었다고 말씀하신 걸 보면 나만 그렇게 느꼈던 건 아니었나 보다. 이렇게 말하면 너무 엄살이 심한걸까 ?

구구절절 어제교육은 이랬다저랬다 이런 말을 하고 싶지는 않다. 간단히 말해서 3차 야간교육은 \"빡세다\"라는 표현과는 어울리지 않았다는 점은 분명했다. 그 이상이면 이상이었다. 이럴 때 우리는 \"졸라 빡세다\" 이렇게 말하는데 이런 표현도 어울리지 않았다. 그러면 어떤 표현이 어울릴까 ? 아마도 어제 교육은 \"아 OO 졸라 빡세다.\"가 더 어울릴 것 같다. 여하튼  빡셌던 3차 야간 그리고 일요일 교육을 무사히 잘 마쳤다. 몸은 좀 피곤하고 결리고 쑤셨지만 한분도 낙오되지 않고 마쳤다는데서 찾아오는 안도감 그리고 편안함을 맛볼 수 있었다.

먼저 어제 울 71기 교육생을 데리고 끝까지 봉수대까지 끌어 올려주셨던 총사령관 교장선생님께 먼저 뜨거운 가슴으로 감사드립니다. 아울러 선등에 서서 교육생들을 이끌어 주신 박지원 강사님, 허용범 선배님,조명규 선배님 그리고 권등을 졸업하시고도 찾아오셔서 후배들을 위해 아낌없는 사랑을 베풀어 주신 선배님 감사합니다. 또 커피까지 손수 타주신 이순주 교무님 감사합니다. 또 우리의 식사를 준비해 주신 70기 선배님들 무지하게 고맙습니다. 물론 모든 분들께 감사하다는 표현 아끼고 싶지 않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내가 속해 있었던 1조 선등에 서서 이끌어 주셨던 이주홍 선배님 어떻게 감사하다는 표현을 해야 어울릴지 모르겠습니다. 182센티미터의 키에 탄탄한 몸으로 단련된 이주홍 선배님 아주 듬직했습니다. 발쓰기 ,손쓰기, 오르는 자세를 선등에서서 올라와 위에서 소리치며 지시해 주었지만 쉽지는 않았습니다. 이주홍 선배님이 선등에서 이끌어 주시지 않았다면 아마 두려움에 벌벌 떨었을 겁니다. 우리 1조에서 중등에서 밀어주신 박명호 선배님, 라스트에서 끝까지 마무리를 해주셨던 이선영 선배님 수고하셨습니다. 이렇게 자꾸 감사하다는 표현을 쓰다 보니 제가 마치 무슨 상이라도 받은 느낌입니다.(^^) 왜 연예인들 연말에 상 타고 나면 누구누구 거론하면서 감사합니다.라는 표현을 많이 쓰던데, 어찌되었던 함께 했던 울 71기 동기들을 안전하게 돌봐주셔서 감사하다는 말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 같아서 자꾸 반복해서 하게 됩니다.

앞으로 4차 인수봉 등반, 그리고 5차 교육이 남아있긴 하지만 3차 교육을 무사히 마쳤다는데 대한 안도감 그러나 가슴 한구석 여운이 남아있다.아쉬움이 남아있다. 왜일까 ?  봉수대를 내려와 대낮에 그곳을 바라보았더니만 도대체 깜깜한 밤에 어떻게 저곳을 올랐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물론 어둠 때문에 고도감이나 추락의 두려움이 덜할 수도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인간에게 어둠이 주는 두려움은 가장 근원적인 두려움이 아닐는지…….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어둠을 뚫고 바위에 매달리고 목표지점까지 올라 올 수 있었던 것은 권등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생각됩니다. 다른 등산학교를 다녀본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누구에게 암벽에 대해 어깨너머로 배운 것도 아닌 정말 풋내기들을 어둠속에서 그렇게 무사히 암벽을 오를 수 있도록 가능하게 했던 것 그것은 바로 권등의 철학과 등반시스템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 같습니다.

권등의 철학이 무엇인지는 잘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제가 바라보는 권등의 철학은 생명존중, 곧 인간애가 그 바탕에 깔려 있지 않나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세상이 아주 야박하다고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권등에서 제가 배우고 느낀 것은 바위를 올라가는 기술도 중요하지만 권등의 교육 속에 녹아든 사람에 대한 사랑을 감지할 수 있어 더 정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교장선생님이 말씀 하셨던 등반시스템이 무엇인지 피상적으로만 다가왔습니다. 그러나 3차 교육을 마치는 과정 속에서 권등의 등반시스템이 서서히 몸으로 다가오는 느낌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런너줄을 하나 나무에 매서 확보를 보더라도 재봉된 부분이 나무에 마찰되지 않도록 매듭을 하라는 교장선생님의 가르침만 보더라도 권등의 등반시스템이 어떤 건지 느껴지게 됩니다. 이러한 등반시스템이 하루 이틀 만에 만들어 졌을 리는 없을 거고 수많은 경험이 축척되고 분석되고 연구되었기에 가능했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이루어진 권등의 등반시스템의 근저에는 생명에 대한 사랑,사람에 대한 사랑, 꽃보다 사람이 더 아름답다는 철학적 바탕이 깔려 있기에 가능했을 거라고 판단한다면 제가 너무 과도한 판단을 내린 것일까 ?

권등에 입교후 3주차 교육을 받으면서 느낀게 산과 바위는 우리에게 참으로 큰 선물을 주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권등에서 처음 만난 사람들 각자의 개성이 있고 가치관이 있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 또한 다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짧은 세번의 만남 속에서 권등에서 만난 선배님들 그리고 울 71기 동기분들 대나무 순이 비를 머금고 자라나듯 정이 두터워 짐을 느끼게 됩니다. 왜일까? 산과 바위가 주는 선물덕분이 아닐까?

그렇다고 산과 바위는 아무에게나 그런 선물을 던져주는 것 같지는 않다. 산은 그런 것 같다. 자기 앞에 겸허 해 질 수 있는 자, 자기를 바로 볼 수 있는 자에게는 자신의 품을 허락하지만 무모함 무지, 오만함을 용기로 포장한 채 덤벼드는 자에게는 절대로 자기의 품을 허락하지 않는다는 것을 그리고 선물을 주는 것이 아닌 가차 없이 내팽겨 쳐버린다는 것을…….

우리에게 산과 바위로 부터 선물 받는 법을 가르쳐 주는 권등이 그래서 더 정이 생긴다. 산 앞에서 바위 앞에서 모든 사람이 평등하고 소중하다는 것을 일깨워준 짧은 3주가 흘렀다. 일단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4차 인수봉 등반이 기다리고 있다. 무척 떨린다. 두렵기도 하다. 두레박이 되어 끌어올려질까봐 두렵고 인수봉이 주는 위엄이 두렵기도 하다. 그렇지만 함께 한다면 떨림도 두려움도 극복할 수 있지 않겠는가? 교장선생님,강사님,선배님그리고 울 동기분들과 함께 한다면…….

권등 화이팅 !
화이팅 권등 !

어제 뒤풀이 장소에서 울 71기 기반장님으로 김두성 선생님이 총무님으로 김경자님이 감사로 이병우 선생님이 선출되셨습니다. 너무 뿌듯하고 듬직하고 좋습니다. 울 71기의 단결과 동기애,가족같은 71기로 이어지는 인연의 끈을 더욱더 뜨겁고 강고하게 다져 가기 위해 기꺼이 뜻을 내주신 것 같습니다. 마음으로 몸으로 믿고 따르고 함께 하겠습니다.

71기 화이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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