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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대호 (71기) 작성일08-10-22 01:19 조회1,82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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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밤
권등암장(본 등산학교 전용암장)에 뜻하지 않게 옛 기억을 되살리는 멜로디가 작게 흘러 나온다.         

♬♪ 나 어떡해 너 갑자기 가버리면……..
그때 그 노래들
대학가요제, 강변가요제, 해변가요제
까까머리 중학생시절 대학가요제 노래가 담긴 카세트테이프를 사기 위해 아버지 구두를 닦고 모은 돈으로 자전거를 타고 음반가게를 돌아 다니던 그 때.
잊고 있었는데 비상한 시간에 비상한 장소에서 뜻하지 않게 옛 노래를 들으니 그 때 그 시절이 어제 같이 떠오른다.

상념도 잠시,
토요일 오후부터 이어진 교육이 드디어 정점으로 치닫는다.
시간은 토요일에서 일요일로 바뀌고.
그 간 교육받던 베이스 캠프 대슬랩을 떠나 봉수대 바위를 올라야 한다.
예정된 교육일정이었음에도 정작 닥치고 보니 모두들 긴장하는 것 같다.
이윽고 1조, 2조, 3조, 조를 나누고, 1조 3조는 강사님 • 선배님들과 출발, 2조는 잠시 후 출발하잔다, 교장선생님이 같이 가신단다.
나는 2조. 박은옥 누님, 이병우선생님, 김학신선생님 이렇게 4명이다.

2조만 남은 베이스 캠프, 교육생 아무도 말이 없다.
“교장샘이 같이 간다고???, 이거 우리 코스가 장난이 아닌가 부네…”
이런 생각들을 하지 않았을까…..
게다가 같이 가시는 선배님 두 분도 이 코스는 처음이시란다.
”으~~ 접입가경이구만……진짜 골 때리는 코스인가 부네, 에휴”

드디어 출발.
역시.
이건 어프로치부터 접근이 어렵다.
인터넷에서 그림으로만 봤던 비봉 잉어슬랩 굴뚝길 비스무리한 모습.
힘겹게 올라갔다.
5~6 명이 겨우 몸 비비고 서 있을 수 있는 바위틈.
그간 야바위에서 도망간 교육생도 있다고 말씀하셨는데, 우리 조가 서있는 곳은 도망갈래두 갈 수가 없다.ㅜㅜ
크랙에다가 각도가 90도는 무난히 나오겠다.
(내가 일하는 시내 사무실에서 권등암장이 보인다. 사무실에서 볼 때는 분명히 45도로 보이는데……
산과 여자는 겪어봐야 아나부다.)

선배님의 선등, 선배님도 힘겹게 오르신다.
이 때, 교장샘의 여유있는 훈수가 들려오고. 보이지는 않고 목소리만 들린다.
여기 저기 교장샘의 지도와 질타가 이어지고.
“음~, 요 위 어디에 전 코스를 관망하는 감독석이 있나 부구나”

여기 저기 파이팅하는 소리, 힘에 겨운 외침, 거친 숨소리가 이어지고…..어쨌든 다들 오르긴 오르고 있나 부다.
우리 조도 1피치 올라서고, 2피치 출발한다.
젠장, 길이 직선이 아니다. 어둠속에 어디가 길인지 헷갈리는 길.
1피치 오른 순서대로 선배님 선등 후 이병우님이 먼저 출발.
어이쿠, 자일 매듭에 문제가 생겼다.
다시 1피치 확보점으로 되돌아 올 수도 없는 지점.
이병우님이 힘겹게 매달려 있다. 다행이 확보는 되었는데, 자일 매듭이 문제다.

뭐가 휙 날라온다.
오잉, 교장샘이네.
어느새 자일을 몸에 걸고 이 코스 저 코스 날라 다니고 계시다.
교장샘이 자일 매듭 해결하시고.
(오우, 베트맨 ㅎㅎ)
야구는 감독이 나오면 투수교체 되는데, 바위에서는 투수교체가 안된다.
결론은 오르는 수 밖에.

일요일 날이 밝고, 71기 모두 봉수대 정상에 서있다.
이제 하강.
날이 밝고 하강지점에서 본 바위.
참~, 우리가 여길 올라왔다고.
이건 뭐 뿌듯하기 보다도……(제 정신이 아녀….)

하루가 지나 베이스 캠프로 돌아온다.
어제 저녁과 달리 모두들 표정이 밝다.
마취제(?) 조금 마셔주고 비박.
그리고
또 다시 일요일 저녁까지 이어진 교육
지난 주보다 배낭은 무거운데, 산을 내려오는 발걸음은 가벼웠다.

일요일 아침식사를 베이스 캠프까지 보급추진해주신 70기 선배님들,
몸을 아끼지 않고 선등으로 후등으로 도와주신 강사님 • 선배님,
힘들 때 의지가 된 우리 71기 동기분들,
그리고
교장선생님
감사합니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한 밤 바위에 매달려 듣던 그 시절 노래가 가슴을 적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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