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일서정(秋日抒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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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대호 작성일08-11-04 00:31 조회2,723회 댓글0건본문
2008년 가을,
세상을 살아가며 올 가을을 잊지는 못하겠지.
- 종로5가역 6번 출구
- 일요일 아침 무악재의 생소한 얼굴들
- 프리지크, 까베스통
- 달빛을 뒤로 하고 내려오던 하교길
- 봉수대 야바위
- 음악회
- 인수봉 10월 26일
- 소나무와 램프
- 확보줄에 의지해 바라보던 남산과 서울의 야경
그리고
- 정겨운 얼굴들
아무 생각 없이 떠났던 북한산.
언제부터인지,
산에 다녀온 날은 머리가 평온해졌습니다.
계곡에서 나무 사이로 바라보는 하늘은 사무실 창 밖에 떠있던 하늘이 아니었습니다.
언제가 마지막이었는지 기억조차 없는 시냇물 소리는 두 발을 붙잡고도 남더군요.
그렇게 산을 걸으며 권등 암장까지 왔습니다.
나 스스로 내심으로는 무리한 걸음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시도는 해보자는 생각에….그날 저녁 종로5가역 6번 출구를 나오는 순간 이미 일은 시작되었고.
첫번째 일요일 밤, 교육생 모두가 오른 후 마지막 순서로 오른 짧은 크랙과 슬랩, 마지막으로 올랐기 때문에 그 곳에서 힘겨워 하던 내 모습을 우리 동기들은 모릅니다.
내 생애 처음으로 크랙과 슬랩을 만난 날이었지요.
그 때는 그게 크랙과 슬랩이란 것인지도 몰랐었지요.
그 날 짧은 크랙에서 계속 떨어지며 생긴 손가락 작은 상처는 졸업식이 끝나고야 딱지가 떨어지네요.
일주일이 힘들었습니다.
이걸 계속 해야 하나?????
한 두명은 안오겠지 하며 무거운 마음으로 나갔습니다.
그런데, 모두가, 71기 모두가 밝은 얼굴로 나와 있었지요.
아~, 이거 끝까지 가봐야겠구나, 시작한 거 끝을 봐야지.
이렇게 동기들에게 의지하며 힘든 고비 고비를 넘기고 선등까지 해보며 졸업을 맞이했습니다.
뭐랄까, 기분이 먹먹합니다.
교장선생님,
이론 교육과 기초 교육에서는 강하게 몰아치기도 하시지만, 우리들이 바위에 붙어 오르는 순간부터 코스마다 살피시며 걱정하고 염려하시는 거 잘 알고 있습니다.
선등시험 올릴 때도 말씀하시지는 않지만 세심하게 교육생 각자 수준에 맞춰 코스별로 올리시는 걸 느낍니다.
권등 암장에 박힌 피톤과 볼트에서 선생님의 열정을 애착을 느꼈습니다.
감사합니다.
이주홍 강사님, 시원시원하시면서도 순박한 마음을 간직하신 멋진 산악인. 때 마다 선등해주셔서 편한 마음으로 올랐습니다. 감사합니다.
박지원 강사님, 바위에서는 당찬 모습이지만 내려오시면 조용히 궂은 일 하시며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허용범 선배님, 조명규 선배님, 허물없이 대해주셔서 많은 힘을 얻었네요, 감사합니다.
이선영 선배님, 직장 일 힘드실 텐데도 항상 웃는 모습으로 도와주셔서 고맙습니다.
71기, 언제나 초심으로 함께 하기를~.
Many Thanks!!!!!
山의 얼굴
- 최문자 -
나
이제 山의 얼굴을 하고
그대에게 가리
헬쓱할 때까지
나의 무게를 지우고
주머니에 남아 있는 동전 몇 닢
식탁 위에 꺼내 놓고
화장을 깨끗이 지운 순한 얼굴로
작은 슬픔에도 덜컹거리던 나의 창문을 열고
지천이 다 눈물이었던 그런 전략도 버리고
얼마든지 떠있으면서도 무심했던 구름 밑을 지나
나,
그대에게 가리 그대
눈밭에 서서
쏟아지는 별빛 맞고 서서
언덕을 내려오는 깃털인 나를 보다가
오늘만큼은
아무것도 아닌 샘물맛 같은 나를 보다가
천천히, 아주 천천히
깊은 품 안에 나 넣어줄 때
그대 가슴에 대고
단숨에 써버릴 마지막 문장
바람소리 같은 그 끝부분
나, 눈감고 없어져도
그대, 읽고 또 읽어주라
아무것도 섞이지 않은
山의 얼굴 같은 나의 시를
세상을 살아가며 올 가을을 잊지는 못하겠지.
- 종로5가역 6번 출구
- 일요일 아침 무악재의 생소한 얼굴들
- 프리지크, 까베스통
- 달빛을 뒤로 하고 내려오던 하교길
- 봉수대 야바위
- 음악회
- 인수봉 10월 26일
- 소나무와 램프
- 확보줄에 의지해 바라보던 남산과 서울의 야경
그리고
- 정겨운 얼굴들
아무 생각 없이 떠났던 북한산.
언제부터인지,
산에 다녀온 날은 머리가 평온해졌습니다.
계곡에서 나무 사이로 바라보는 하늘은 사무실 창 밖에 떠있던 하늘이 아니었습니다.
언제가 마지막이었는지 기억조차 없는 시냇물 소리는 두 발을 붙잡고도 남더군요.
그렇게 산을 걸으며 권등 암장까지 왔습니다.
나 스스로 내심으로는 무리한 걸음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시도는 해보자는 생각에….그날 저녁 종로5가역 6번 출구를 나오는 순간 이미 일은 시작되었고.
첫번째 일요일 밤, 교육생 모두가 오른 후 마지막 순서로 오른 짧은 크랙과 슬랩, 마지막으로 올랐기 때문에 그 곳에서 힘겨워 하던 내 모습을 우리 동기들은 모릅니다.
내 생애 처음으로 크랙과 슬랩을 만난 날이었지요.
그 때는 그게 크랙과 슬랩이란 것인지도 몰랐었지요.
그 날 짧은 크랙에서 계속 떨어지며 생긴 손가락 작은 상처는 졸업식이 끝나고야 딱지가 떨어지네요.
일주일이 힘들었습니다.
이걸 계속 해야 하나?????
한 두명은 안오겠지 하며 무거운 마음으로 나갔습니다.
그런데, 모두가, 71기 모두가 밝은 얼굴로 나와 있었지요.
아~, 이거 끝까지 가봐야겠구나, 시작한 거 끝을 봐야지.
이렇게 동기들에게 의지하며 힘든 고비 고비를 넘기고 선등까지 해보며 졸업을 맞이했습니다.
뭐랄까, 기분이 먹먹합니다.
교장선생님,
이론 교육과 기초 교육에서는 강하게 몰아치기도 하시지만, 우리들이 바위에 붙어 오르는 순간부터 코스마다 살피시며 걱정하고 염려하시는 거 잘 알고 있습니다.
선등시험 올릴 때도 말씀하시지는 않지만 세심하게 교육생 각자 수준에 맞춰 코스별로 올리시는 걸 느낍니다.
권등 암장에 박힌 피톤과 볼트에서 선생님의 열정을 애착을 느꼈습니다.
감사합니다.
이주홍 강사님, 시원시원하시면서도 순박한 마음을 간직하신 멋진 산악인. 때 마다 선등해주셔서 편한 마음으로 올랐습니다. 감사합니다.
박지원 강사님, 바위에서는 당찬 모습이지만 내려오시면 조용히 궂은 일 하시며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허용범 선배님, 조명규 선배님, 허물없이 대해주셔서 많은 힘을 얻었네요, 감사합니다.
이선영 선배님, 직장 일 힘드실 텐데도 항상 웃는 모습으로 도와주셔서 고맙습니다.
71기, 언제나 초심으로 함께 하기를~.
Many Thanks!!!!!
山의 얼굴
- 최문자 -
나
이제 山의 얼굴을 하고
그대에게 가리
헬쓱할 때까지
나의 무게를 지우고
주머니에 남아 있는 동전 몇 닢
식탁 위에 꺼내 놓고
화장을 깨끗이 지운 순한 얼굴로
작은 슬픔에도 덜컹거리던 나의 창문을 열고
지천이 다 눈물이었던 그런 전략도 버리고
얼마든지 떠있으면서도 무심했던 구름 밑을 지나
나,
그대에게 가리 그대
눈밭에 서서
쏟아지는 별빛 맞고 서서
언덕을 내려오는 깃털인 나를 보다가
오늘만큼은
아무것도 아닌 샘물맛 같은 나를 보다가
천천히, 아주 천천히
깊은 품 안에 나 넣어줄 때
그대 가슴에 대고
단숨에 써버릴 마지막 문장
바람소리 같은 그 끝부분
나, 눈감고 없어져도
그대, 읽고 또 읽어주라
아무것도 섞이지 않은
山의 얼굴 같은 나의 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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